이동한 대전시 보건복지국장

[금강일보] ”한국에서 경제 재건을 기대하는 건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세계대전 후 한국을 바라본 그 당시 해외 언론사들의 평가이다. 하지만 이 나라는 그러한 평가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무너져가던 경제를 산업화하고 기술발전을 꾀하여 단기간 압축 성공을 이뤘다. 나아가 지금은 빠른 발전 속도에 세계가 놀라고 드라마, 영화, K-POP 아이돌 등 한류 열풍으로 세계가 열광하고 알아주는 나라가 됐다.

그리고 그 안에는 눈부신 발전과 빠른 성장이라는 밝은 빛을 따라 앞을 보며 열심히 달려가는 우리가 있다. 하지만 밝은 빛 뒤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항상 같이 따라오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빠른 인터넷속도만큼이나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단기간에 이루어진 변화는 세대차이를 만들고 갈등을 빚어내며 또 다른 가치관을 탄생시켰다. 가족이라는 단어의 가치는 줄고 비혼, 비출산이 늘어나는 통계를 보면서 씁쓸함이 느껴진다.

시대의 변화로 인한 결과물을 가지고 무엇이 맞고 틀린 길인지 판단할 수는 없지만 확실한 사실은 출산율이 빠르게 감소하고 고령화 속도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세계 첫 출산율 0명대인 나라임과 동시에 세계 최고 속도 고령화라는 두 가지 타이틀을 다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이제 머지않아 다가올 2025년 노인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는, 즉 노인의 비중이 총인구의 20%가 넘는 초고령사회가 시작된다. 2025년은 이제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니다. 우리의 삶은 앞으로 어떤 식으로 달라질까? 신생아의 수는 급감하는 와중에 평균 기대 수명은 평균 83.5세까지 늘어났고, 그로 인해 현재는 생산 가능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고령 인구가 21.7명이다. 2060년이 온다면 이 수치는 91.1명까지 늘어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일하는 사람 1명이 고령 인구 1명을 먹여 살려야 하는 시대가 온다. 노인 빈곤율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우리는 어떤 대비를 해야 하는 것인가.

세계적인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 미국 UCLA 교수는 현대 위기의 핵심은 “위기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에게 다가올 위기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고 인정하면서 ‘다가올 미래가 밝은 부분만 있는 것이 아니다’란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기대 수명이 길어지는 만큼 은퇴 이후의 삶도 같이 길어질 것이다. 이제는 제2의 삶을 살아갈 계획을 미리 세워나가야 하지 않을까? 자라나는 새싹들과 우리의 자녀들이 부담해야 하는 짐이 조금이나마 줄어들 수 있도록, 밝은 미래를 물려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고 고민해야 할 때이다.

대전시는 다가올 변화를 대비하고, 맞이하기 위해 노력과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노인생활안정을 위한 안정적 기초연금 지급, 노인의 사회활동지원을 위한 일자리사업 확대, 학대피해노인을 위한 노인전문기관 및 전용쉼터 운영, 노인맞춤형돌봄서비스기관 운영, 경로당 프로그램지원 등 노인복지와 통합돌봄체계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아내기 위하여 힘쓰고 있다. 그러나 시의 노력만으로는 이 모든 것을 대비하기가 쉽지 않기에 시민공동체가 함께 책임감을 느끼고 동참하기를 소망한다.

코로나19로 시대가 앞당겨진 만큼 우리에게 어떤 미래가 다가올지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다가올 위기를 인지하고 준비하다 보면 ‘기적’이라 불릴 만큼 과거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한국의 놀라운 발전처럼 다가올 새로운 시대 또한 적응하고 더 나은 길을 찾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