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기계공고 교정에 전두환 방문 기념비
5·18민중항쟁기념 대전행사위원회
“군사반란 수괴 표지석 참담한 심경”
남아있는 미화 시설물 조사 요구에
“일각에선 “교육자료 활용” 목소리도

충남기계공고 내 전두환 방문기념비. 5·18민중항쟁기념대전행사위원회 제공
충남기계공고 내 전두환 방문기념비. 5·18민중항쟁기념대전행사위원회 제공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충남기계공업고등학교 교정에 지난 1981년 당시 대통령이던 전두환 씨 방문을 기록한 기념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교육현장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다수 시민단체가 기념비 철거를 요구하는 가운데 일각에선 조심스럽게 존치 후 교육적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서다.

지난 10일 대전시교육청 앞에서 5·18민중항쟁기념 대전행사위원회가 기자회견을 갖고 충남기계공고 내 전 씨 방문 기념비 철거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최근 충남기계공고에 전두환의 방문을 기록한 기념비가 세워져 있는 사실이 제보를 통해 확인됐다. 기념비는 현재 충남기계공고 본관 오른편에 설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근 대전충청5·18민주유공자회장은 “군사반란 수괴의 표지석을 고등학교 교정에 버젓이 세워둔 것은 부끄럽다 못해 참담하다”며 “교육청은 이를 즉각 철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맞물려 이들 단체는 관내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해 전 씨 미화 기념 시설물 철거를 요구하는 서류를 시교육청 민원실에 접수했다. 지난해 충북도교육청이 전직 대통령 관련 교육시설 전수조사를 펼쳐 7개교에 전 씨 관련 준공 표지판이 있는 점을 확인, 철거한 사례를 예로 들었다. 교육시설은 아니나 2020년 국립대전현충원에 걸렸던 전 씨가 쓴 ‘현충문’ 현판이 교체된 사실도 다른 근거 중 하나다.

반면 존치 의견도 있다. 어두운 과거사의 무조건 철거를 통해 흔적을 지우기보단 치욕적 역사를 잊지 말자는 차원에서 보존, 교육자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함께 고민할 필요성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가깝게는 광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 입구 바닥에 묻혀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도록 한 ‘전두환 민박기념비’가 그렇고, 멀게는 일제강점기 황국신민화정책의 상징과도 같은 ‘황국신민서사비’가 내팽개치다시피 묻힌 대전 한밭교육박물관의 보존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역의 한 문화전문가는 “아픈 역사도 남겨서 교육을 해야 반복하지 않는 법”이라며 “학교 보존이 어렵다면 흔한 자리로 옮겨서 두고두고 전 씨를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역의 한 교육계 인사는 “한밭교육박물관 황국신민서사비는 일부러 쓰러진 상태로 전시되고 있지 않나”라며 “철거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홀대 전시로 학생들을 위한 교육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하나의 대안으로 검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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