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중소기업 재선정 쾌거
항법 분야 최고자리 우뚝
소형·미래형 드론 개발에 주력
광활한 우주로 날리는 기술력

기술은 또 다른 세상으로의 문을 열어주는 열쇠다. 그야말로 새롭고, 똑똑한 기술이 탄생하는 순간 우리는 미지의 세상처럼 보였던 공간에 발을 들이게 되고, 이전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는 더 나은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흔히들 어제와 오늘의 기술을 두고 ‘천지 차이’라고 비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현장에서 이를 몸소 체감하고 있는 정진호(59) 두시텍 대표 역시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열쇠를 지닌 주인공이다. 그는 항법 분야 불모지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자타공인 항법분야 기술 명가를 일궈낸 것에 안주하지 않고 또 다른 도전을 위해 정진하고 있다. 지역 유망중소기업에 두 번째로 이름을 올린 정 대표를 만나 그 비법을 들어본다.

◆ 퍼스널컴퓨터가 쏘아올린 개발자의 꿈

정 대표의 관심사는 한결같다.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일반회사 경리부서에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지만 그의 시선 끝에는 늘 컴퓨터와 소프트웨어가 있었다. 이런 그의 관심과 흥미는 학창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이야 노트북, 태블릿PC 등 편의기술을 두루 갖춘 기기들로 익숙한 세상이지만 1983년 무렵 고등학생이었던 정 대표 눈에 들어왔던 ‘퍼스널컴퓨터’는 가히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중학생 때 ‘육백만불의 사나이’를 즐겨 봤습니다. 미국 우주비행사의 몸 일부가 로봇으로 변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것인데요. 그 때 과학자가 컴퓨터를 다루던 모습이 선명합니다. 막연하게 배워보고 싶다는 꿈을 키웠습니다. 그러던 중 퍼스널컴퓨터라 불리는 가정용컴퓨터가 처음 우리나라에 모습을 비췄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컴퓨터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특정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지요. 컴퓨터에 대한 배움이 커지면서 대학의 문을 두드려 배움을 자처했고, 그렇게 5~6년의 시간을 공부와 연구에만 집중했지요.”

◆ 지역 대표 기업인으로 우뚝

그렇게 두시텍이 항법 분야 최고 자리에 오른 지 어느덧 30여 년이 훌쩍 흘렀다. 정 대표는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는 세월 동안 항공분야의 미래가치를 창출하는 신기술을 선보이며 지역 기업들로부터 이목을 집중시켰다. 중소기업의 한계를 뛰어넘은 것. 이미 한차례 지역 유망중소기업으로 이름을 알린 두시텍이 올해 또 한 번 선정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컴퓨터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호기심’이 무궁무진했던 고등학생에서, 컴퓨터 기술에 대한 배움을 자처하며 호기롭게 대학과 연구소의 문을 두드리던 열정 가득한 26살의 청년창업가의 문턱을 넘어 어느새 그는 지역 대표 기업가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도 유망중소기업에 선정돼 정말 기쁩니다. 기업 스스로 기술력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타 기관이 먼저 우리의 기술을 알아보고 가능성을 인정해 주는 것만큼 가슴 벅찬 일은 없습니다. 이전과 달리 요즘의 기술은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광활한 우주에까지 닿아있습니다. 그렇기에 항공우주는 기술 개발의 성공 유무를 확인하기까지 10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소요됩니다. 아마 이런 부분에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재선정이 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제 기술 개발을 마무리하고 제품으로 대량 생산을 하기 위한 준비과정을 마쳤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기업의 기술을 제공하고,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 과감한 도전, 현실 장벽 정면돌파

지금이야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지만 복합항법분야, 위성항법사업이라는 다소 생소하고,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를 선택했던 만큼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이미 시장을 선점한 대형자본 기업과의 경쟁은 그야말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정 대표는 마흔이라는 나이에 융복합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기업으로 창업했기 때문에 원시스템의 운영에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이 보장된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일념으로 지금의 두시텍을 일궈냈습니다. 이후 두시텍은 해외 기술 의존도는 높으나 고부가가치의 특성을 갖는 항법 제품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일념을 갖고 기술개발에 전념했지만, 선진 기업과의 초격차의 기술을 극복하기에는 현실의 장벽이 너무 높음을 실감했습니다. 한때 GPS모듈을 대량 생산한 후 대기업에 공급해 봤지만 대형자본 기업과 대결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던 것이었죠. 창업을 한 지 10년이 지나고 융복합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에 공부했던 내용들이 요즘 각광받는 기술을 중점적으로 담은 것들이었어요. 한마디로 미래를 준비하는 방법을 배운 것이지요. 이후 차별화된 Blue Ocean 첨단기술 제품만이 미래시장을 선도해 낼 수 있다는 판단으로 쉼 없이 도전한 결과, ‘작지만 똑똑한 드론’과 ‘위성용 복합항법장치’ 분야를 선보일 수 있었지요.”

◆ ‘소형 드론’이 비출 광활한 우주

어느새 항공 분야에 도전하는 기업들이 제법 늘었다. 최근 곳곳에서 각광받고 있는 드론 역시 이 중 하나다. 한발 앞서 항공 분야를 연구하기 시작했던 정 대표는 오랜 시간 습득·확보해 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소형 드론’ 개발에 열정을 쏟고 있다. 글로벌 드론 시장 수요의 70% 이상은 소형·경량·저가 드론이다. 즉 스마트폰처럼 기기 크기가 점차 작아지고 있는 것처럼 정 대표 역시 2㎏ 미만의 소형 드론을 개발, 제품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등 소형 드론의 중추 역할을 하는 구성품의 80% 이상이 자체 기술력과 국내산 생산품으로 갖춰져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kn계열의 ‘knx드론’은 2021년 조달청으로부처 우수제품으로 인정받기도 했으며 최근 ‘knx2 접이식 드론’까지 선보이며 정밀한 데이터획득과 이착륙 기능의 우수성을 인정 받았습니다.”

◆ 기술개발 소비자의 관점에서

정 대표의 마지막 종착지는 ‘미래형 드론’이다.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3차원 공간에 존재하는 자연적이면서도 인공적인 객체에 대한 위치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수집할 수 있는 드론을 세상에 내놓는 것이다. ‘인공지능 기반 실시간 객체 인식 MR 드론’이 두시텍이 추구하는 드론 1세대 모델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드론은 잘 날아올라 잘 보는 기능은 두루 갖추고 있지만 표적을 실시간으로 식별하고 정확하게 위치를 파악하는 기능은 다소 부족합니다. 이런 드론에 우리가 개발한 항법기술을 추가, 차별화된 두시텍만의 ‘똑똑한 드론’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기회를 찾고, 매출보다는 연구에 집중했습니다.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다소 늦은 출발선상에 서 있지만 차별화된 제품으로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우리의 마지막 종착지는 미래형 드론 구축입니다. 드론을 통해 바라본 더 넓은 세상을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습니다.”

이어 예비창업자들에게 기술 개발에서 한 단계 나아가 누구나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 것을 조언했다.

“기술은 기술입니다. 즉 사람들에게 보급돼 널리 이용돼야 합니다. 엔지니어로서 기술 개발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닌 창업가로서 기술과 인문학을 접목해 하나의 교차점을 찾을 줄 알아야 하고,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기술을 전달할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글=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사진=함형서 기자 foodwork2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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