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우리병원 박철웅 대표원장

▲ 대전우리병원 박철웅 대표병원장

예부터 ‘낭중지추’라 했다.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마치 주머니 속의 송곳이 튀어 나오듯, 숨어 있어도 자연히 드러나기 마련이다. 절대 무공을 감추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항상 두각을 나타내는 무협지의 주인공처럼 말이다. 현실에선 화려한 무술 실력 대신 섬세한 노력과 노련한 기술로 ‘K-의료’란 소설 같은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이가 있다. ‘양방향 척추내시경 수술’의 세계적 권위자, 대전우리병원의 박철웅 대표원장이다.

대전우리병원 박철웅 대표병원장
대전우리병원 박철웅 대표병원장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이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이런 의문을 가지고 지난 8일, 대전우리병원을 찾았다. 최근 세계 최초로 양방향 척추수술 교과서를 출판했다는 박 원장의 진료실 앞은 전국에서 찾아온 환자들로 북적였다. 약 20분 가량을 기다리고 나서야 그와의 인터뷰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인터뷰 시작 전, 멋쩍게 넥타이의 매무새를 가다듬는 그의 모습에선 국제적인 권위자에게서 찾아보기 어려운 소탈함이 묻어났다. 긴장감을 완화시키기 위해 먼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이번에 출간된 교과서의 주제인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에 대해 물었다.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은 디스크와 협착증을 작은 2개의 상처를 통해 내시경과 수술기구를 투입해 치료하는 수술법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배우기 위해 우리나라 척추병원을 찾는 현존하는 가장 발전된 형태의 척추수술방법입니다. 수술하는 의사는 과거 현미경 수술을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대부분 수술기구를 이용할 수 있어 보다 익숙한 환경에서 수술할 수 있으며 카메라의 시야와 수술기구의 방향에 따라 더 유연하며 사각이 줄어들고 가늘지만 더 고해상도 카메라 렌즈를 통해 깨끗한 시야를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면 관절이 심하게 비후되어 뼈를 많이 깎아 내어야 수술을 진행할 수 있는 경우에도 보다 수월하게 수술을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전우리병원 박철웅 대표병원장
대전우리병원 박철웅 대표병원장

전문분야에 대해 설명하는 그의 눈빛에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느꼈다. 이어 그에게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안겨준 교과서에 대해 물었다.

“이번에 출간된 교과서는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의 태동부터 발전에 이르기까지 모든 내용이 수록된 집합체로서 지금까지 척추내시경 수술의 연구와 임상 경험을 정리했습니다. 척추내시경을 처음 접하는 의사들도 보기 쉽도록 만들어 져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척추 내시경 수술이 주로 디스크와 협착증 치료에서 이루어졌지만 현재는 수술 방법과 기구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척추질환 전반적으로 적응증이 확대되었습니다. 그리고 병변에 대한 전통적인 접근법에 더하여, 후방, 척추측면 및 반대쪽을 포함한 다양한 접근법을 소개해 협착증, 디스크를 포함한 척추질환의 모든 적응증에 대응이 가능한 연구결과를 소개합니다. 척추 내시경수술에 대한 자세한 수술방법과 단방향 내시경수술, 양방향 내시경 수술 등 다양한 수술방법을 포함해 설명하며 광범위한 임상데이터를 정리하여 척추수술을 시작하는 의사들에게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도움을 줄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전우리병원 박철웅 대표병원장
대전우리병원 박철웅 대표병원장

지난해‘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을 배우기 위해 대전을 찾은 미국의 듀크대학병원, UCLA 대학병원 척추전문의들의 말을 빌리면 “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수술법”이 담긴 교과서다. 미국을 비롯해 인도, 중국, 일본, 브라질, 우크라이나, 홍콩, 대만 등 전세계로부터 오던 강의 요청이 더욱 빗발치고 있는 이유다.

대전우리병원 박철웅 대표병원장
대전우리병원 박철웅 대표병원장

교과서 출판 이후 박 원장은 눈코뜰새없이 바쁘다. 진료에 수술에 논문작성까지. 밥 먹을 여유조차 없다는 그, 평생을 척추 질환의 치료와 연구에 매진하느라 잠깐의 휴식도 사치처럼 여기게 됐다는 그는 앞으로도 '척추'에만 매달릴 생각이라고 한다. 다만, 스스로의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진료실 앞에 북적이는 환자들을 위해서 말이다.

“척추를 치료하는 의사들의 고민은 모두 같을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현재의 관절 손상시키지 않고 최대한 보존 하며 신경을 압박하는 병변은 신경을 손상시키지 않고 최대한 제거할 것인가? 변형된 척추를 최대한 정상에 가깝게 호전 시킬 것인가? 30년간 여러 스텝들과 연구하고 수많은 임상을 겪으면서 축적된 노하우는 나만의 재산이 아닙니다. 앞으로도 학술대회나 교과서 편찬 등을 통해 이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통증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안전하고 빠른 회복으로 일상으로 복귀를 도와주고 싶습니다.”

대전우리병원 박철웅 대표병원장
대전우리병원 박철웅 대표병원장

사회의 상류층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몸이 아픈 약자들을 위해 인생의 모든 시간을 희생해야 하는 의사라는 직업, 희생은 인생에서 우연에 의존하지 않는 유일한 행복이라 했다. 어쩌면 박 원장은 세계 최초로 수술법을 개발한 사람이 아니라, 세계 최초로 타인을 사랑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낸 사람이겠다. 이 질문을 마지막으로 인터뷰는 끝났지만 박 원장은 또 다른 수술 집도를 위해 바삐 자리를 떴다. 의사의 삶이라는 것, 숭고하다. 글=김미진 기자·사진=함형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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