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마저 “사교육 필요하다”
맞춤형 수업 불가, 반복 풀이 어려운 현장 한계
“변별 목적으로 한 평가 개선해야”

※ 기사와 직접 관계가 없습니다.[연합뉴스TV 제공]
※ 기사와 직접 관계가 없습니다.[연합뉴스TV 제공]

공교육 정상화의 더딘 속도에 수학 사교육 선호도가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난이도, 맞춤형 수업의 불가 등의 한계가 수학 사교육 성장을 이끄는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더 큰 문제는 일부 교사들마저 이같은 의견에 동의하는 퍽 찝찝한 상황이다. 변별 목적으로 한 현행 평가 방식의 개선이 절실한 이유다.

교육현장에서 수학 사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14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경기 안양만안)이 발표한 수학 내신평가 학생·학부모·교사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8088명 중 학생 81.2%(중학생 74.2%·고등학생 88.4%), 학부모 64.2%가 학교 수학 시험이 일명 ‘수포자’ 발생에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중학생 45.1%·고교생 76.2%와 학부모 63.4%가 수업에서 배운 내용보다 수학 시험 문제가 과도하게 어렵다고 응답했다. 특히 중학생 81.5%·고교생 90.5%, 학부모 90.7%는 학교 수학 시험 대비를 위해 사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 A 고등학교 3학년 박 모(19) 군은 “수학 시험 때 친구들 대부분이 문제를 찍고 100분 동안 잔다”며 “공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면서 학교에서 배운 내용보다 어렵게 내는 것은 모순아니냐”고 꼬집었다.

더 우울한 것은 수학교사들마저 사교육 필요성에 고개를 끄덕인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에서 수학교사 64.4%는 변별력 때문에 가르친 내용보다 더 어렵게 낼 수밖에 없다고 고백했다. 학교에서는 개별 맞춤형 수업이 불가능하고 반복적인 문제 풀이 연습 시간이 있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대전 B 중학교의 한 수학교사는 “시험 변별력을 갖추려면 몇 문제 정도는 어렵게 낼 수밖에 없고 교사 한 명이 수십여 명의 학생에게 개별 수준에 맞는 수업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고교 내신과 수능까지 준비하려면 일정 수준의 사교육은 어쩔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수학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윤석열정부가 추진하는 국가교육책임제 강화를 해답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핵심은 변별을 위한 학교 시험을 개선하고 평가기준의 투명성 확보다.

사걱세 관계자는 “정부가 국가교육책임제 강화로 교육격차 해소를 강조했으나 현실은 배운 것보다 과도하게 어려운 학교 시험과 살벌한 대입 경쟁”이라며 “변별만을 목적으로 한 학교 시험과 입시 제도를 개선하고 평가기준을 제공하는 등 수학 책임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가희 기자 kgh@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