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생활치료센터 공동 운영 약속 파기
바이오 랩허브 공모 땐 대전-충북 경쟁
충청권메가시티 공동 운명체 지향 불구
대전·세종·충남-충북 간 이질감 표출

▲ 충남도 제공

대전과 세종, 충남, 충북이 ‘충청’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좀처럼 융화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일극체제로 인한 지방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충청권 메가시티 조성 등 거시적인 핵심 정책에서 협력의 고리를 만들어가고 있지만 손익 관계 앞에선 철저히 계산기를 두드리며 ‘지역감정’을 앞세우고 있다.

특히 대전·세종·충남과 충북 간 보이지 않는 이질감으로 인해 충청의 완벽한 협력체계는 좀처럼 모양새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충청 광역단체 간 보이지 않는 불협화음은 코로나19라는 공동의 대응과제 앞에서도 드러났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지역마다 치료센터가 필요하게 됐는데 4개 시·도는 번갈아 가며 충청권생활치료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그러나 청해부대 집단감염 발생으로 적잖은 대원들이 충북으로 향했다.

다행히 전원 완치 판정을 받아 퇴소했지만 이들을 치료하던 중 충청권생활치료 운영 순번이 충북도로 돌아오면서 문제가 생겼다. 충북도가 청해부대원 치료로 의료역량 집중이 어려워 충청권치료센터 운영을 하지 못하겠다고 통보한 거다.

‘충청지역 환자는 지역 내 치료’라는 충청권 코로나19 대응의 대전제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청해부대원 치료에 집중해야 한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치료센터 운영에 대한 지자체 간 약속이 깨지면서 갈등의 골이 생겼다.

갈등이 본격적으로 표면화된 건 정부의 K-바이오 랩허브 공모 과정에서다. 랩허브는 바이오 분야 벤처·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지원 컨트롤타워로 국비 2500억 원이 투입되는 사업인데 이 사업은 당초 대전시가 정부에 제안해 지원을 요청한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 사업을 전국 공모로 전환했고 여기엔 전국 12개 광역단체가 달려들었다. 사업을 기획하고 제안한 대전시는 물론 바이오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는 오송을 앞세워 충북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대전시는 응모에 앞서 충청권의 대승적인 협력을 제안했고 이에 세종시와 충남도가 대전시를 지지했지만 충북도는 대전시의 제안을 뒤로 하고 단독 응모에 나섰다.

결국 랩허브는 인천 송도로 낙점됐는데 심사에서 충북도가 2위, 대전시가 3위였단 점이 알려졌다. 충청권이 처음부터 공조를 통해 랩허브 유치에 전력을 다했다면 충청권이 바이오산업의 메카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의 탄식이 터져나왔다. 랩허브 유치 실패로 대전시는 자체적으로 랩허브를 구축하기로 했고 재차 충청권의 협력을 요청했는데 충북도는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전·세종·충남과 충북 간 보이지않는 벽에 대해 전문가들은 ‘뿌리의 차이’를 그 이유로 든다. 우선 대전과 세종은 충남의 행정구역에서 분리된 터라 이해관계가 크지 않다. 특히 대전이 광역시로 승격·분리되면서 도농 역할이 분할돼 대전시와 충남도 간 이해관계는 크게 겹치는 게 없다. 세종시 역시 충남 연기군이 분리되면서 출범한 영향 때문인지 현안에 대해 미세한 의견 차이는 있지만 갈등은 비교적 크지 않다.

특히 세종의 경우 출범 이전부터 대전, 충남 공주와 가까워 같은 생활권으로 묶였다. 반면 충북의 경우 같은 충청권에 속하지만 동쪽으론 강원 영서, 서북쪽으론 수도권, 남쪽으론 영남과 경계를 맞대고 있다. 그러나 그 이질감을 지리적 요인으로 바라보기엔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 점도 있다. 물리적인 거리의 이유라 하기엔 충북의 수부도시 청주와 세종 간 거리는 대전과 세종 간 거리와 비슷하다.

대전에서부터 충남 최서북단까지의 거리도 대전에서 충북 최동북단까지의 거리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물리적인 거리 발생으로 인한 충청 간 이질감을 설명하기엔 부족함이 분명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예전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홍보 관련 공무원 간 정기적인 모임이 있었다. 물론 거리가 가까워 친하게 지낸 것도 있지만 한 뿌리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었다. 다만 충북과는 친밀하게 지내지 못했다. 말로 설명할 순 없지만 동질감을 느끼기는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같은 충청인이라곤 하지만 진짜 같은 충청인이라고 할 수 있을지엔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다.

김현호·신익규 기자 khh030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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