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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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과 충남 일선 학교 절반 이상이 여전히 석면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2027년을 목표로 하계와 동계방학을 이용해 석면 제거 공사를 진행하고는 있으나 연차적으로 추진하다 보니 걸음이 굼뜨고 꺼림칙할 수밖에 없다. 석면 철거 과정에서 안전 지침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문제가 됐던 만큼 무리한 추진보다는 안전하게 철거하라는 당부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요구 등은 불안감의 소산으로 들린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24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전 초·중·고 300개교 중 52.3%인 153개교, 충남 725개교 중 54.8%인 397개교가 이른바 ‘석면 학교’다. 대전은 중학교 비율이 53.4%로 가장 높았고, 충남은 무려 73.5%의 고등학교에서 석면 건축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충남 고교 넷 중 셋이 발암물질과 동거하고 있는 셈이다. 과거 석면광산이 다수 분포한 충남이 겪은 고통의 무게는 석면 거부감을 재고도 남는다.

대전과 충남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석면 학교가 광범위하게 포진하고 있는 것은 석면이 예전엔 권장됐으나 지금은 금지된 건축자재이기 때문이다. 특히 학교의 경우 석면이 불에 타지 않는 자연 광물이라 의무적으로 사용돼왔다. 세계보건기구가 폐암과 악성중피종 등을 유발하는 발암물질로 규정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2009년부터 사용이 전면 금지되기까지는 말이다.

2009년 이후 신설 학교가 아니라면 사실상 전국 모든 학교가 석면을 썼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우리 주변엔 석면 건축물이 많다. 안전에 또 안전을 기해야 하는 것이 철거 등의 과정에서 석면에 노출되면 10∼40년의 오랜 잠복기를 거친 후 발병한다. 석면 안전관리와 피해 예방에 쏟아야 할 관심과 주의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확실한 이유다.

혹서기 또는 혹한기의 방학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공사를 하는 통에 간혹 부실의 흔적이 목격됐고 그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린 기억이 있다. 철저한 관리가 아니고선 떠도는 석면 잔해가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끔찍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가정이 단지 노파심만은 아닐 것이다. 석면 학교가 하루속히 없어지길 바라면서도 안전한 철거에 방점을 찍어달라는 요구는 그래서 나온다.

환경운동연합과 전교조 등은 이날 실태 분석 자료를 내놓으면서 석면 학교 명단과 철거량 등의 정보를 공개해 달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비단 교육청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사회가 학교 석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안전한 학교를 만드는 데 노력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 치의 실수 없이 약속된 기한 내에 학교가 석면 공포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순간까지 의당 그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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