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민족전통 놀이문화 가치 인정
신규 종목 지정 예고, 30일간 의견수렴

윷놀이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은 26일 민족 전통 놀이문화로써 ‘윷놀이’의 가치를 인정, 이를 신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했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한반도 내에서 전승되고 있다는 점,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해 관련 역사적 기록이 풍부하게 확인되는 점, 윷판의 형성과 윷가락 사위를 나타내는 ‘도·개·걸·윷·모’에 대한 상징성 등 학술 연구 주제로서 활용도가 높은 점, 가족‧마을공동체를 중심으로 단절 없이 전승이 지속·유지되고 있는 점 등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할 가치가 있다고 문화재청은 평가했다.

다만, 윷놀이는 한반도 전역에서 온 국민이 전승·향유하고 있는 문화라는 점에서 이미 지정된 ‘김치 담그기’, ‘장 담그기’ 등과 같이 특정 보유자와 보유단체는 인정하지 않는 ‘공동체종목’으로 지정 예고했다. 특정 보유자와 보유단체를 인정하지 않는 공동체종목 지정 국가무형문화재는 아리랑, 제다, 씨름, 해녀, 김치 담그기, 제염, 온돌문화, 장 담그기, 전통어로방식–어살, 활쏘기, 인삼재배와 약용문화, 막걸리 빚기, 떡 만들기, 갯벌어로, 한복생활 등 14건이다.

문화재청은 ‘윷놀이’에 대해 약 30일간의 예고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후 무형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무형문화재의 지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또 지정 예고 기간 문화재청 누리집(cha.go.kr)과 ‘K-무형유산’ 사회관계망서비스(페이스북, 인스타그램)를 통해 ‘윷놀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을 계획이다.

한글 윷판.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한글 윷판.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윷놀이는 편을 나눠 윷가락 4개를 던져 윷가락이 엎어지고 젖혀진 상태에 따라 윷판의 모든 말을 목적지에 먼저 도달시키는 편이 이기는 놀이로 정초(正初)부터 정월대보름까지 가족, 마을공동체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전승·유지되고 있다. 또 산업화·도시화로 급격히 와해되는 사회변화에도 불구하고 오랜 역사와 전통 속에서 단절 없이 지금까지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가치를 담은 대표적인 전통 놀이문화로 자리매김 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삼국시대와 고려시대 문헌에선 ‘윷’을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용어가 발견되진 않았지만 윷을 ‘저포(樗蒲)’(나무로 만든 주사위를 던져 그 사위로 승부를 다투는 백제시대 놀이)와 동일한 것으로 보기도 하고 혼용해 지칭하기도 했다. 이후 조선시대 초기에는 윷놀이에 해당하는 ‘사희(柶戲)’라는 용어가 나타났고 조선시대 중·후기에는 ‘척사(擲柶)’라는 용어가 나타나 일제강점기와 현대에까지 널리 사용됐다.

윷놀이는 특히 조선시대부터 학자들의 주목을 받아 깊이 있는 연구가 이뤄졌다. 김문표(1568~1608)는 윷판의 상징과 말의 움직임을 연구해 ‘중경지(中京誌)’에 ‘사도설(柶圖說)’을 기술했고 이규경(1788~1856)은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서 ‘사희변증설(柶戲辨證說)’을 주장했다. 또 심익운(1734∼?)은 ‘강천각소하록(江天閣銷夏錄)’의 ‘사희경(柶戲經)’에서 윷가락‧윷판은 물론 놀이법까지 자세히 기술했다. 이 같은 다양한 역사문헌을 통해 윷놀이의 학술성이 매우 크고 분명하며 그 연구의 가치가 무궁무진함을 알 수 있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종지윷(강원 삼척).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종지윷(강원 삼척).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윷놀이는 우리 민족의 우주관과 천문관을 바탕으로 음(陰)과 양(陽), 천체의 28수 등 형식의 완결성을 지니고 있다. 또 놀이의 방식이 단순하면서도 다양한 변형이 이뤄지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윷놀이와 유사한 판놀이(보드게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놀이도구‧놀이판‧진행방식에서 볼 때 다른 판놀이에 비해 매우 독특한 특징이 있다.

또 윷가락의 다양한 지역적 분포(가락윷·종지윷 등), 윷판 없이 말로만 노는 건궁윷놀이 등 윷판의 다양한 형태, 놀이방법의 변형 등을 통해 문화적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여지가 높고 현재에도 인터넷과 이동통신을 통해 다양한 게임화가 이뤄지는 등 변화하는 사회적 환경에서도 유연하게 전승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맹인윷놀이의 전승 사실을 통해 사회적 요구에 따라 다양성과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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