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자대전 중간(重刊)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역사자료가 발견됐다.

대전시는 송자대전판의 제작과정이 담긴 다량의 일제강점기 문서를 강원도 동해시에서 발견, 소장처인 동해문화원의 협조를 받아 조사를 마쳤다고 17일 밝혔다.

시에 따르면 송자대전판은 조선 정조 1789년 제작됐지만 일제강점기 일본군에 의해 소실됐다. 현재 대전시에 남아 있는 송자대전판은 새로 판각한 것으로 대전 남간사에서 제작돼 ‘남간사본(南澗社本)’으로 불린다.

이번에 발견된 문서들은 남간사본의 제작과 관련한 통고문(通告文)과 간찰, 입회원서, 망기 등 모두 99점이다. 기록을 남긴 건 삼척 유생 홍재모(洪在謨)로 그는 송자대전 중간소(重刊所) 집사인 동시에 화양소제고적보존회 회원이었다.

삼척의 유생이 대전의 유림과 교류하며 송자대전 중간(重刊·이미 펴낸 책을 거듭 간행함)에도 큰 역할을 한 것은 그만큼 송자대전 재간행이 전국적인 사업이었으며 대전 회덕이 전국의 유림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사상적 구심점이었음을 보여준다고 시는 설명했다.

조사를 담당한 충남대 성봉현 교수(대전시 문화재위원)는 “그동안 발간 장소에 대한 기록이 없어 송자대전 중간에 대한 부정확한 추측도 많았는데 이번 자료 발견으로 빈칸으로 남겨져 있던 기존 연구의 많은 부분을 보완할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에 발견된 자료는 송자대전의 중간 과정을 기록한 유일한 사료로 당시 송자대전이 한 곳에서 판각된 게 아니라 영남의 함양과 대구, 호남의 나주와 무주 등 최소 4곳 이상에 판각소를 두고 진행됐다는 사실 등이 새롭게 밝혀졌다.

권정연 시 학예연구사는 “2013년 대전에서 최초로 그 존재를 확인했으나 자료가 부족해 연구를 진척하지 못했던 ‘화양소제고적보존회’에 관한 새로운 정보를 얻게 된 것 역시 이번 조사의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송자대전판은 조선후기 대유학자인 우암 송시열(1607∼1689)의 문집과 연보 등을 모아 만든 목판으로 모두 1만 1023판이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