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5구간 가을 아침산책 포인트

잔잔히 흐르는 대청호 물줄기 따라
물안개 피어오르니 갈대도 춤춘다
신비롭고 몽환적인 이곳은 어딘가

고운 해가 말간 얼굴로 솟아오르면
물안개에 숨은 가을빛 고개내밀고
솜사탕 같은 억새가 인사를 건넨다

 

안개를 뚫고 생명의 기운이 퍼져나온다. 가을은 마무리의 계절, 모든 게 멈추는 겨울을 버티기 위한 준비기간이라 할 수 있지만 곳곳엔 새로운 생명이 피어나고 있다. 아침녘 웅장하게 떠오르는 태양은 안개를 덮고 잠들어 있는 대청호를 깨운다. 어느덧 창백했던 대청호가 푸른옷으로 갈아입는다. 왠지 모를 씁쓸함이 묻어나는 가을, 의외의 생명을 찾고 조용한 대청호를 즐기기 위한 포인트를 소개한다.

 

 

#. 2구간 찬샘마을길
이현동 두메마을에서 찬샘마을로 향한다. 노란색을 띠는 나무 사이로 연무를 내뿜는 대청호가 보인다. 은은한 향이 느껴진다. 안개에 잠긴 대청호는 신비한 감정이 들게 한다. 찬샘마을 어귀, 대청호 수렁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간다. 산으로 둘러싸인 찬샘마을에서 땀을 식힌다. 그 이후 마을 뒤편 임도를 따라 20분 정도를 걸어가면 대청호 풍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찬샘정이 나온다. 이곳은 대청호 조성으로 고향을 잃은 실향민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지난 1999년 조성한 정자다.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실향민과 방문객들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있다. 찬샘정이라는 이름은,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고 얼음처럼 차고 시원한 샘물이 솟아나는 찬샘이 있는 마을이라는 찬샘내기(냉천동, 냉천골)에서 따왔다. 대청호반과 천혜의 자연경관이 조화되는 곳에 자리잡고 있어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활력을 선사한다. 특히 대청호 실향민들에게는 마을의 향수를 전해준다. 간간이 노인들이 옛 고향을 떠올리는 듯 어느 방향을 주시하며 상념에 빠져 있다. 다시 길을 돌아 한 시간 정도 걸어가면 2구간 마지막 지점인 냉천종점에 도달한다. 종점 근처, 나무를 병풍삼아 자리잡은 민가의 굴뚝연기가 정취를 더한다. 외갓집이 연상되는 그리운 풍경, 아련한 감성을 어루만진다.

 

#. 4구간 가래울, 전망데크
이곳은 4구간, 추동습지다. 구름과 연무를 뚫고 떠오르는 태양 사이로 억새들이 인사한다. 보기만 해도 차가울 것 같은 습지에 강인한 뿌리를 내리고 곧 찾아올 매서운 겨울을 대비하고 있다. 오염물질을 정화하고 다양한 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서식지를 제공하고 있는 추동습지, 자연의 건강함이 느껴진다. 여유를 가지고 데크를 따라 걸어보자. 시외에서 자연을 느끼고 싶다면 데크를 따라 더 멀리 걸으면 된다. 데크가 끝나면 흙길이 나오는데 자연과 어우러진 길을 따라 깊숙이 들어가면 왼쪽으로는 나무와 숲이, 언제나 푸른색을 띠고 있는 대청호가 반갑게 맞이해준다. 산책로 끝에 도착하면 마치 바다를 만난 듯 탁 트인 시야를 자랑하는 ‘전망좋은곳’을 만날 수 있다. 사람이 북적이는 곳이 싫다면 자연상태 그대로의 대청호를 즐길 수 있는 곳인 만큼 이곳을 방문해 조용히 나만의 산책을 이어가자.

 

 

#. 5구간 백골산성낭만길
4구간에서 5구간으로 넘어가는 신상교를 건넌다. 지금은 물이 차올라 다리 아래를 거닐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다리 교각 사이로 안개가 자욱하다. 물과 대청호, 안개가 어우러져 신비로움을 선사한다. 신상교를 지나 ‘안아감’으로 불리는 흥진마을로 향한다. 물고기의 아가미처럼 생긴 산을 마을 사투리로 ‘아감’으로 불렀다는 것에서 유래했다. 아가미산 안쪽에 있는 흥진마을을 안아감, 흥진마을 바깥은 아가미산 바깥에 있다고 해 바깥아감이라고 부른다. 신상교부터 나무 사이로 만들어진 산책로를 따라 400m정도를 걸었더니 어느덧 흥진마을에 도착했다. 이곳 역시 갈대와 억새가 반겨준다. 솜사탕 같은 억새가 바람에 흩날리며 인사를 건넨다. 차가워졌을 대청호 물을 흡수하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부쩍 쌀쌀해진 아침 공기가 춥기도 하건만 힘든 티 없이 그 자리, 그 모습대로 자라나고 있다. 흥진마을 갈대·억새숲길은 약 3.1㎞의 5구간 둘레길의 초입이다. 세월이 흘러 지난해와는 다른 새로운 산책로가 정비돼 있어 산책하는 게 더욱 수월해졌다. 구불구불한 산책로와 대청호가 묘한 감정을 일으킨다. 흥진마을에서 산책로를 따라 들어가다 보면 한해동안 자신의 임무를 마친 낙엽들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흥진마을 입구에 조성된 국내 최장 벚꽃길인 오동선 벚꽃길 또한 가을을 맞아 옷을 갈아입었다. 봄엔 흰 꽃잎을 흩날리며 설렘을 전파했지만 일년의 끝을 향해가는 가을에는 포근함을 선사해준다. 백골산의 단풍도 빼놓을 수 없다. 왠지 차갑고 냉정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백골산이지만 이 계절엔 아름다움을 간직한 산으로 우리에게 인사를 건넨다.
글·사진=박정환 기자 pjh@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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