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은행·대흥동 일대 무인사진관 등 급격히 증가
“고물가·인건비 부담에 뭐라도 해보려는 몸부림”
경영난 해소하지 못하면 대전상권침체 가속화

▲ 대전 은행동에 속속 들어서고 있는 무인사진관. 대전상점가에서는 인건비·인력난 부담과 소비 침체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대전상권발전위원회 제공

구인난·인건비 부담에 고물가까지 겹친 대전 골목상권에서 무인점포 창업이 우후죽순 늘고 있다. 운영비를 최대한 낮추기 위함이나 엔데믹 여파로 매물이 쏟아지는 이중현상까지 감지된다. 대전 자영업계에서는 상권침체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전 상인들은 무인점포 창업이 급격히 늘어난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마다 무인점포가 늘어났던 선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전 은행동의 한 상인은 “무인모텔과 마트, 인형뽑기방 등의 무인점포 창업 열기가 강해질 때마다 내수가 좋지 않았다. 고객이 많고 경영원가 부담이 없다면 무인점포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며 “다만 코로나19 장기화와 2030세대의 소비패턴 변화에 따라 비대면 소비가 선호되는 경향이 반영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대전 은행동과 대흥동 일대에서는 무인사진관 창업이 급격히 늘고 있다. 대전상권발전위 관계자는 “사진관업계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청주공항의 국제선이 중단되면서 매출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여권 촬영이 급감하다 보니 그나마 있던 직원들이 자진 퇴사하거나 급여를 줄 여력이 줄어들었다. 여기에다가 글로벌 경제난에 채용이 줄어 증명사진 매출도 떨어지고 웨딩사진도 여전히 활성화되지 못해 무인사진관으로 속속 대체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두 달 새 은행동에만 17곳, 대흥동에만 2곳의 무인사진관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기존 스튜디오는 점점 문을 닫는 추세다.

대전 은행동에 속속 들어서고 있는 무인사진관. 대전상점가에서는 인건비·인력난 부담과 소비 침체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대전상권발전위원회 제공
대전 은행동에 속속 들어서고 있는 무인사진관. 대전상점가에서는 인건비·인력난 부담과 소비 침체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대전상권발전위원회 제공

대전 자영업계에서는 무인점포가 더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원도심만 하더라도 무인마트·편의점은 물론 무인밀키트, 무인카페, 무인휴대전화매장, 무인운세자판기 등의 근로자 없는 경영이 대거 늘어났다. 무인카페를 운영하는 A 씨는 “고물가로 원가는 치솟는데 채용하면 4대보험을 내야 하는 등 인건비 부담이 너무 커 무인카페를 열게 됐다”며 “경영 상황이 나아지더라도 더 많은 급여를 줘야만 일하려는 분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 같아 무인점포를 운영하는 게 속 편하다”고 밝혔다.

무인점포 창업도 장밋빛은 아니다. 무인시스템을 갖추려면 초기 투자금이 높은 데다가 고물가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어 무인점포 매물도 상당해서다. 장수현 대전상권발전위원회장은 “경기가 좋지 않을 때마다 가족경영, 무인점포 등으로 경영출구를 찾는 흐름이 나타난다. 뭐라도 해보려는 몸부림이다. 또 중앙시장과 은행동 일대에 저렴한 구제패션 매장이 다시 문을 여는 패턴도 감지됐다”며 “정부가 물가를 잡고 인건비와 구인난 문제를 총체적으로 점검하지 않는다면 상권침체가 가속화될 수 있다. 지자체도 지역상권을 면밀히 주시해 맞춤형 대응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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