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 “고물가·고금리에 지갑 닫는다”
中企 “대출금리 부담에 경영·자금난↑”
자영업계 “소비침체로 밑바닥경기 타격”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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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지역 경제 각계각층에서 한숨소리가 들린다. 정부가 기준금리 베이비스텝(0.25%) 인상을 단행하면서다. 도무지 잡히지 않는 물가, 멈추지 않고 오르는 금리, 이로 인한 가계부담까지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각계각층에서 하소연부터 볼멘소리, 읍소 등 다양한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고물가·고금리에 지갑 닫는 시민들

한국은행은 24일 5%대에 이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잡기 위해 사상 처음 여섯 차례 연속 금리 인상(0.25%)을 단행했다. 대출자들은 한은의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베이비스텝에 그친다는 전망에도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미 은행의 대출 이자가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22일 기준 신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기준)는 연 5.3~7.17%로 집계됐다. 신용대출 금리(금융채 6개월 기준)도 연 6.23~7.48%로 치솟았다. 기존 대출자의 금리 인상을 결정하는 코픽스 역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98%로 집계됐다.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가 5%를 웃돌고, 10%가 넘는 적금이 등장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내달 코픽스는 더 뛸 전망이다. 중·저신용자들의 급전 마련 동아줄이었던 카드론 금리도 평균 15%로 치솟았다. 금융권에선 기준금리가 지금까지 2.75%포인트 인상된 만큼 1년 3개월간 늘어난 이자만 36조 300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아울러 한은은 최근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시 가계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평균 약 16만 4000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은행이 자금 조달을 위해 예·적금 금리가 올리면 이것이 대출금리 기준을 밀어 올리고, 차주 부담은 커지는 악순환이 당분간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지역민들은 소비를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메는 모양새다.

대전 대덕구에 거주하는 이 모(37) 씨는 “전세대출 이자가 올 한해동안 지속적으로 올라 부담이 컸다. 언제까지 기준금리가 오를까 답답하다. 최근 월급은 대부분 이자로 나가는 것 같다. 상황에 맞게 지출을 줄여야 하나. 이자를 내고 나면 고물가에 살아가기가 빠듯한 상황”이라고 울상지었다.

◆자금난과 이자부담 사이 고통받는 중소기업계

앞서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발 금융부실 사태와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겹치면서 중소기업들의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기업들의 대출이자 부담은 약 2조 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최근 채권시장 경색 등으로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기업대출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5대 시중은행의 10월 말 기준 기업대출(개인사업자 등 중소기업 대출 포함) 잔액은 지난해 말(635조 8879억 원)보다 10.82%(68조 7828억 원) 증가했다. 금리가 5% 이상인 중소기업 대출 비율도 전체 대출 중 40.6%에 달했다. 이에 기업들의 고통을 호소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중소기업 500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금융 애로 사항 실태 조사에 따르면 외부 자금 조달에서 겪는 애로 사항에 대해 ‘높은 대출 금리’를 꼽은 중소기업이 전체의 3분의 2였다.

대전의 한 제조업체 대표는 “경기침체와 금융시장 부실이 심화되면서 기업에게 돈을 내주려는 은행이 줄어들고 있는 반면 대출문턱을 넘어 자금을 끌어온다고 하더라도 이자 때문에 피해가 발생한다. 원가부담도 가중되는 만큼 정말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소기업 대출 부실발 금융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내놓는다. 대전의 한 기업단체 관계자는 “시장 예상대로 한은이 내년에 최고 3.75%까지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면 9%대 금리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면서 “금융 취약 계층부터 막대한 이자를 못 버티게 되고 한계기업이 늘어나면 결국 금융권 전체 건전성 위험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 코로나19 시기 대출로 버텨왔는데…

자영업계도 기준금리 인상을 두렵게 생각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대출이자 부담은 물론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한 소비 침체가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국경제연구원의 ‘금리인상에 따른 민간부채 상환 부담 분석’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연간 이자 부담액은 올해 4분기부터 내년 말까지 약 5조 2000억 원 증가할 전망이다. 자영업자 가구당 평균 이자 부담액은 연 94만 3000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시중금리도 오르고 있다. 지난 10월 기준 5대 은행이 취급한 개인사업자 대출 금리는 평균 연 4.45%로 전년 동기 연 3.37%보다 1.08%포인트 올랐다. 가계대출 금리보다 인상 폭은 적은 편이나 취급 금리구간을 보면 지난해 10월 평균 79.22%의 차주가 4% 미만 금리에서 대출받았지만 지난달에는 38.66%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따라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 리스크는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대전의 한 상점가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를 대출로 버틴 이들이 많은데 기준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이들의 빚 부담이 커진 게 사실이다. 더욱이 내년도 최저임금마저 오를 예정인데 도산하는 자영업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소비침체가 심화될 수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을 주문한다.

또 다른 상점가 관계자는 “개인대출도 저금리 대환정책에 포함시키는 등 전방위적이 금융지원이 마련돼야 할 것 같다. 이를 통해 소비침체가 심해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높은 물가와 금리로 시민들의 소비가 감소해 매출이 줄고, 원가부담이 가중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정환 기자 pjh@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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