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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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회감지기라는 게 있다. 착용자의 현재 위치와 동선을 확인할 수 있는 위치추적기로, 사전에 설정한 안심존 권역을 이탈할 경우 보호자에게 알림을 전송할 뿐만 아니라 위기 상황 시 긴급 호출 알림 기능이 탑재돼 있어 치매 환자에게 안성맞춤이다. 충남소방본부가 실종 이력이 있는 치매 노인을 대상으로 배회감지기 보급을 추진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실종은 뒤치다꺼리에 이골난 치매 환자 가족에게도 가장 큰 근심거리다. 실제 지난 2019년 월평균 5.5건이던 충남지역 치매 노인 실종 사고는 올들어 현재까지 월평균 10.2건으로 3년간 약 85% 증가했다. 지난해 12월부터 119수색구조대 대응체계를 구축해 실종 노인 수색 소요 시간을 기존 10시간 18분에서 6시간 50분으로 1/3가량 단축한 도 소방본부도 늘어나는 실종 사고를 감당하기엔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치매 환자가 날로 증가하니 사고도 비례하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 유병률은 10.3%로 추정된다. 전망은 더욱 어두워 2050년이면 치매 유병률 15.9%, 국가 치매 관리 비용은 국내총생산의 3.8%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충남소방본부는 우선 51대를 보급하고 활용 실적 분석을 통해 효과가 입증되면 점진적으로 확대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첫술에 부담을 주는 소리인지는 몰라도 앞서 도입한 타 시도의 사례로 볼 때 효과는 이미 입증됐다. 배회감지기 착용 유무에 따른 실종자 평균 발견 시간이 55분 대 732분이라니 더 이상 어떤 검증이 필요할까.

치매는 강 건너 불구경할 남의 우환이 아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 미완성의 국가책임제가 도입됐다. 배회감지기 무상 보급이 대부분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의 사회공헌기금을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사회적 관심의 반영이다. 하지만 보급률은 전국적으로 5%가 채 되지 않는 저조한 상태라고 한다. 기깃값과 통신비를 합한 배회감지기 1대당 가격은 28만 원 선이라 저렴하다고는 못해도 민·관과 함께 정부가 흔쾌히 나서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유형별로 증상이 다르기는 하나,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치매 환자 실종은 가족들의 혼을 빼는 고통이다. 고작 배회감지기 하나로 치매 환자의 안전과 가족들의 안심을 도모할 수 있을까만은 실종 예방이라는 실증적 기능에 더해 내 짐을 사회와 국가가 나눠지고 있다는 위안은 값어치를 따질 수 없을 것이다. 충남 배회감지기 보급 물꼬는 소방본부가 텄다. 이 선제적 예방대책의 확대는 더불어 사는 지역 사회와 국가책임제를 선언한 정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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