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스타벅스 대구종로고택점 앞에서 장애인 및 시민단체 회원들이 접근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모습. 사진=연합
28일 스타벅스 대구종로고택점 앞에서 장애인 및 시민단체 회원들이 접근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모습. 사진=연합

대구 중구 대구근대골목길의 한옥 고택에 들어선 스타벅스 대구종로고택점은 문을 열기 전부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가운데, 대구 장애인단체들이 휠체어 이용자 특성을 무시해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은 카페를 설계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스타벅스 대구종로고택점은 100년 이상 역사를 지닌 고택을 활용한 매장으로, 기존 한옥 건축물에 스타벅스가 들어선 국내 첫 사례이다. 28일 오전 11시, 이 매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권익옹호활동가 자조모임 ‘삐장(삐딱한장애인들의 모임)’,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휠체어 이용자의 특성은 무시한 채 출입구에 경사로 없이 계단으로만 이루어진 이곳에서 장애인은 배제 될 수밖에 없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선천적 뇌병변 장애를 가진 김시형(39)씨는 지난달 24일 동료와 함께 전동휠체어를 타고 스타벅스 대구종로고택점을 찾았다. 대구종로고택점 들머리는 사극에 나오는 대감집을 떠올리게 했다. 커다란 대문 앞엔 돌계단이 놓여있었고, 옆으로 작은 쪽문도 있었다. 하지만 두 곳 모두 돌계단이나 턱을 넘어야 했다. 그는 카페를 한 바퀴 둘러 주차장 쪽에서 마당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았다. 마당까지 들어온 김씨와 동료는 고택을 감상할 겨를도 없이 또 다른 난관에 부닥쳤다. 주문하려면 다시 계단을 올라 건물 안으로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스타벅스는 비교적 다른 카페에 견줘 휠체어 이용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었는데, 대구 중심 관광지에 들어선 스타벅스 매장을 들어갈 수 없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28일 스타벅스 대구종로고택점 앞에서 장애인 및 시민단체 회원들이 접근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모습. 사진=연합
28일 스타벅스 대구종로고택점 앞에서 장애인 및 시민단체 회원들이 접근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모습. 사진=연합

스타벅스 코리아 쪽은 “고택을 훼손 않고 그대로 재현하다 보니 장애인 출입 관련 시설이 부족한 부분이 있어 건물주와 협업을 통해 관련한 보완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아울러 향후 장애인 고객분들의 편의성 개선을 위해 모바일 포스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한번에 모두 해결하긴 어렵지만 진심으로 경청하고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카페‧음식점 등의 소규모 공중이용시설에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의 접근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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