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하생 100명 중 70명 활동 활발
무형문화재 지정 신청 추진 중
"정부 차원 관심·체계적 연구 필요"
'병 굿'의 하나로 전통성 지녀
시연 참석한 지역연구교수들 극찬
"지역특색 반영 유지 계승"

최근 지역의 전통 문화가 잊혀져 가고 있는 가운데 세종지역의 전통 굿인 ‘주당풀이’(일명 병 굿)를 보존하고 계승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펼치고 있는 사람이 있어 화제다.
화제의 인물은 대한 불교 태고종 오봉산 산신암 주지 원각보살.
원각보살은 속명이 김향란 씨로 사단법인 한국민속무속총연합회 충남지회장을 맡고 있는 무속인이다.
그는 세종시의 전통 굿으로 내려오는 ‘주당풀이’의 뿌리를 잇기 위해 100여명의 문하생을 키우는 등 각고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일명 '허제비'를 직접 만들고 있는 원각보살.
▲‘주당풀이’는 어떤 굿인가?
‘주당풀이’란 상문주당이나 혼인주당 및 급살주당을 맞은 경우 원인모를 병이 생겨 병원에 가도 그 병명이 안 나오는 경우를 처방하는 민속신앙의 방법으로 현대의학으로도 고칠 수 없는 병을 치유하기도해 학계 등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고, 그 신비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한 연구와 전통 고증을 위한 연구가 끈임 없이 추진되고 있다.
주당풀이에서 주당(周當)에 대한 정의는 명확치 않다. 일반적으로 액운이나 액살로 인해 질병에 걸렸을 때 그 액운으로 인한 상황자체를 주당이 들었다하고, 그 액운이 든 원인에 근거해 주당의 유형을 구분 상문주당, 산소주당, 목살주당, 태아령주당, 용궁주당, 이사주당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주당풀이는 ‘병 굿’의 하나로 오랜 전통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현대에 이르러 점차 사라지고 있다. 특히 화려하고 율동적인 면이 강조되는 현대의 시점에서 주당풀이는 옛 방식, 미신으로 인식되면서 사라지고 있다.

작두카고 있는 원각보살.
▲시연 본 학계 관계자들 “어느 굿보다 제대로 된 전통 굿” 극찬
지난 7월 12일 오전 학계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김 모(여·85) 씨의 ‘주당풀이’ 굿이 열려 세간의 관심을 모은 적이 있다. 이날 청양에서 온 김모 할머니는 산신암에 올 때는 몸도 제대로 못 가누었는데 굿을 마친 후 병이 완쾌되어 연구차 참석한 대학교수들을 놀라게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날 의식행사를 참관한 충청문화연구소 박종익 교수(충남대학교)는 “원각 보살이 옛 방식 그대로의 의식을 치르는 모습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이러한 무속 신앙도 우리의 소중한 전통으로 누군가는 앞장서 계승 발전 시켜야 하는데 그 전통을 제대로 유지 계승 하는 사람이 원각보살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동안 많은 지역에서 본 그 어느 굿 보다도 제대로 된 전통 방식 그대로 였다. 각 지방마다 그 지방을 대표하는 굿이 있는데 전통 그대로를 지켜오던 무속인들이 계승을 제대로 하지 못한 체 고인이 되어 맥이 끊기고 있어 안타깝다”며 계승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해안 쪽의 전통 굿을 연구하는 민족문화연구원 민속학연구소 윤동환 교수(고려대)는 “민속 신앙인 굿을 연구하기 위해 전국 곳곳을 가보지만 원각 보살의 설경, 제웅 만들기 시연 등 주당풀이에 이르는 전 과정에 독특함이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이는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지역성이 반영되어 있다는 뜻으로 정통 무속인으로 손가락을 꼽을 정도”라고 극찬했다.
그 외에도 충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황인덕 교수, 한국무속학회 부회장(문화재청 문화재조사위원)인 홍태한 위원, 한국무속학회 연구위원(대전시 문화재 전문위원)인 강성복 위원 등도 극찬을 하며 한결같이 “원각보살의 소중한 전통 굿이 세종시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으로 맥이 끈기지 않고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원각 보살은 누구인가?
우리 선조 때부터 내려온 전통 굿을 한낱 미신으로 치부하고 얕잡아보고 편견을 갖는 상항에서 원각보살은 무속인으로의 운명을 타고났다고 자평한다. 원각보살은 1955년 출생해 생후 100일 만에 어머니를 여의고 이후 성장하면서도 원인을 알 수 없는 병마로 인해 생사를 넘나들다가 신을 접하면서 덤 인생을 살고 있다고 회고 했다.
원각보살이 ‘주당풀이’을 접하게 된 것은 35년 전인 1978년이라고 했다.
그는 당시 아기를 사산한 뒤 아무 이유 없이 아픔이 잦았고, 심지어 일어서기도 힘들 지경에 도달해 수술을 아홉 번이나 하고도 완치되지 않아 사경을 헤매던 중 그의 스승인 박수무당(속명 김종락)을 만났고, 그로부터 내림굿을 받은 후 거짓말처럼 신병이 사라졌다고 한다.
원각보살의 스승인 박수무당(김종락)은 연기지역에서 당대 최고의 무당으로 평가되는 조치원읍의 곽보살(1915)로부터 내림굿을 받고 무업을 배운 것으로 알려져 ‘주당풀이’의 역사는 거슬러 올라가면 10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 된다.
원각보살은 ‘주당풀이’를 하기위해 우선 제웅(짚으로 만든 사람의 형상, 처용(處容)이라고도 하며, 경상도 방언으로는 ‘허 제비’라 함)을 만드는 일부터 직접 한다. 제웅은 짚으로 만들며 열손가락과 열 발가락을 그대로 형상화한다.
옛 전통이 사라지고 제대로 전통이 계승되지 못한 가운데 많은 무속인들이 불교용품점을 통해 행사용품을 구입하고 있지만 원각보살은 전통그대로를 재현하는 것을 고집 한다.
굿은 전통 방식 그대로 마당에 멍석을 깐 다음 진행된다.
원각 보살의 효험이 알려지면서 현재 이곳 산신당을 찾는 신도가 1000여 명에 이르며 전통 계승을 위한 문하생이 100여 명으로 이미 70여 명은 공부를 끝내고 전국 곳곳에서 악귀에 시달리며 시름하는 중생구제를 위해 활발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6세부터 30년 넘게 신의 제자로 살아온 원각보살은 소외된 이웃을 돕는 일에도 발 벗고 나서고 있다. 해마다 불우이웃 돕기 쌀 기탁과 함께 독거노인, 장애인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소년소녀 가장에게는 먹을거리와 교육비를 제공하는 등 일상적으로 자비를 실천해 귀감이 되고 있다.

▲‘주당풀이’의 향후 전망은
원각보살은 ‘주당풀이’를 보존시키기 위해 현재 무형문화재 지정 신청을 추진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소실되어가는 전통 굿을 살리고 싶어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으나 한계가 있다”면서 “정부 차원의 관심과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각보살은 “주당풀이는 조선시대부터 연기지역에서 내려오는 전통 굿의 하나로 오랜 전통성을 이어오고 있지만 최근에 이르러 점차 사라지고 있어 아쉬운 실정”이라며 “30여년 동안 선대의 스승으로부터 익힌 주당풀이가 우리 고유의 굿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원각보살의 전통 굿 계승 노력이 알려지면서 지역민 사이에선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지정 등을 통해 전통을 계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향후 세종특별자치시가 사라져가는 ‘주당풀이’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세종=정장희기자 jjh001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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