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서천갯벌의 중요한 생태적 가치 중의 하나는 희귀 멸종 조류에게 서식지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드넓은 모래밭과 갯벌을 지닌 유부도는 이런 생태적 가치의 중심에 있다. 유부도를 새들의 섬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유부도는 면적 0.77㎢, 해안선 길이 4.2㎞로 49세대 78명이 거주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120여 명이 거주했지만 해마다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지리적으로는 서천의 장항읍까지는 5㎞ 정도의 거리이고 군산항에서는 1.5㎞에 불과해 훨씬 가깝지만 행정구역 상으로는 충남 서천군 장항읍 송림리의 작은 섬이다.

유부도는 금강하구의 보잘 것 없는 작은 섬이지만 생태 관광 측면에서 보면 가치가 매우 높다. 서천 갯벌은 국내에 오는 도요물떼새의 절반 이상이 번식지 및 월동지로 이용하고 있는 국제적 철새 이동 경로 상 중요 서식지인데 유부도는 그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생태 가치가 국제적으로도 관심을 가질 정도로 높게 평가되는 곳이다.

생태 가치가 높다 보니 보존 정책에 우선을 두어야 하겠지만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열악한 생활환경으로 생존권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하니 문제다. 21일 열린 충남도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는 전익현 의원(더불어민주당·서천1)이 5분 발언을 통해 유부도 주민들의 열악한 생활상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전 의원에 따르면 유부도 주민들은 육지와 상수도관이 연결되지 않아 지하에서 끌어올린 바닷물을 정수 처리해 식수로 해결하고 있으며 이 또한 공급한계로 집집마다 빗물을 받아 생활용수로 쓰기 위해 빗물받이통이 생존의 필수품이 됐다고 한다. 또한 다른 섬과 달리 운항하는 여객 노선이 없어 육지 이동에 어려움이 크다는 설명이다.

갯벌 등 환경보전을 위해 의도적으로 개발을 늦추기 때문인지 몰라도 주민들로선 그야말로 생존권이 달린 문제다. 식수와 교통은 생활을 위해 가장 필수적인 조건이다. 거주 인구가 100명도 안 되는 작은 섬이라고 당국이 너무 무관심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차제에 유부도를 생태 관광지로 개발해 보전과 지역발전을 함께 꾀해보면 어떨까. 서천 갯벌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계기로 특히 유부도의 경우 국제환경단체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생태 관광지로 개발한다면 환경보전과 열악한 주민들의 생활환경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중앙정부는 물론 충남도, 서천군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유부도 개발을 서둘러주기 바란다. 철새들의 낙원이라는 생태적 환경을 잘 보존하면서도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일이라면 좌고우면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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