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옥상·주변 공터 등 손수 먹거리 키우는 생활 찌는 도시생활 신 활력소

최근 지구온난화와 고령사회의 대안으로 ‘도시농업’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이미 전 세계 68억 인구 중 도시농업 인구가 8억 명에 달할 정도로 외국에서는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도시농업 형태를 발전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도시농업으로 영국의 얼로트먼트(Allotment), 독일의 클라인가르텐(Kleingarten), 일본의 시민농원과 국가 비상사태를 극복한 쿠바의 도시농업 등을 들 수 있다. 과연 도시농업이란 무엇인가?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는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농지가 없는 시민들이 레크리에이션, 자신이 먹을 농산물 재배, 고령자의 삶의 보람 찾기, 학생이나 어린이의 체험학습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소규모 면적을 이용하여 채소나 꽃, 기타 작물을 기르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왜 도시농업이 중요한가? ‘채소를 기른 아이가 채소를 먹는다’는 말이 있다. 인스턴트식품에 길들여진 우리 아이들이 몸에 좋은 채소를 먹게 하기 위해서는 채소를 길러 먹게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채소를 키우면서 채소에 대해 알고 관심과 정성을 다할 때 애정이 생기는 것이다. 갈수록 가공식품에 길들여질 것이고, 신선한 농산물로 요리하는 기회도 적어질 것인데 채소가 슈퍼나 마트에서 생산되는 줄 아는 아이들에게 농업의 희망이 있을 리 만무하다. 도시농업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주민들이 직접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농업을 되살릴 수 있으니 도시에도 농사에 참여하는 기회를 넓히자는 것이다. 주택 밀집지역 학교, 관공서 옥상과 담벼락 등을 이용한 농사, 주부나 노인들이 소일거리로 동네 골목에서 화분에 고추나 상추 등 부식거리를 키우는 골목농사, 동네 뒷산이나 공원을 이용한 공원거점형 도시농업, 도심 빌딩지역 옥상을 이용한 도시농업, 근교의 텃밭이나 주말농장 등 우리가 살고 있는 모두를 농장으로 활용해 보자는 것이다.이러한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한 시도는 전부터 있어 왔다. 농협의 주말농장을 비롯하여 2005년 전국귀농운동본부에서 도시농업을 체계적으로 보급하기 위해 도시농부학교를 개설하였고, 2007년에는 로컬푸드운동의 확산과 도시농업을 통한 새로운 사회복지 모델 창출을 위해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가 발족되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2009년 도시농업연구회를 창립하여 활동 중에 있다. 서울시는 2007년 조례를 제정하였고, 광명시와 수원시도 각각 ‘시민농업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 ‘도시생태농업 육성 조례’를 제정하는 등 도시농업을 위한 자치단체의 노력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우리가 살고 있는 대전·충남지역에서 아직까지 도시농업에 대한 움직임은 미미하지만 충남농업기술원에서는 최근 일본 전문가를 초청하여 도시농업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자치단체 차원의 관심과 대전농부학교, 임청산 전 공주대학교 교수의 음식물쓰레기를 활용한 건물옥상 채원 조성 등 민간단체 및 개인 차원의 생활농업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농림수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에서도 도시환경의 개선, 자원순환, 에너지절약, 커뮤니티 복원, 사회적 일자리 창출 등의 다양한 가치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도시농업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도시농업을 위한 법률이 미비하고 도시농업에 대한 기초자료가 부족하지만 도시농업법률 제정, 식물공장·수직빌딩농장 등 RD(연구개발) 사업, 도시텃밭농원 조성, 인공광원형 식물공장 조성, 가족형 주말농원 조성, 도시농업 전문가 양성, 시민농업공원 조성 등과 같은 도시농업 활성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도시농업은 농업의 가능성과 미래를 농촌으로만 가두지 말고 도시로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만 할 것이 아니라 농업을 경험해보는 일이 무엇보다 가치가 있다는 사실도 도시농업을 통해 체득할 수 있다. 도시농업의 활성화는 도시민이 농사의 소비자가 아니라 참여자로서 농업의 진정성을 이해하고 책임감 있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드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