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책사, 제갈량과 방통이 재야에 묻혀 있을 때 그들은 각각 복룡과 봉추란 이명으로 불렸다. 엎드린 용과 새끼 봉황이란 뜻이다. 이들은 나중에 유비를 따라 나서 혁혁한 공을 세우는 것으로 세상에 이름을 새겼다. 복룡과 봉추가 때를 만나면 세상을 뒤흔들 재능이 발현되는 것처럼 차분히 잠재력을 배양하는 지역 기업이 있다. ㈜VPIX메디컬이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투자자는 줄을 서고 있다. VPIX메디컬은 그런 기업이다. 비상(飛上)을 기다리며 무기를 연마 중인 황경민(31·여) 대표를 만났다.

◆세상을 바꿔보겠단 일념

황 대표는 엘리트 중 엘리트만 모인다는 KAIST 출신이다. 다른 KAIST 학생과 같이 졸업을 목표로 연구에만 몰두하던 서생이었다. 당시 그가 준비하던 논문은 현미경이었다. 우리가 흔히 알던 현미경이 아니라 레이저를 이용해 표면 안에 있는 모습까지 시각화하는 광학현미경에 관한 연구였다. 광학현미경에 대한 수요는 엄청나서 개발만 제대로 된다면 그야말로 대박을 칠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특히 광학현미경은 의료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표면에 광학현미경을 대면 레이저로 표면 안까지 스캐닝해 이를 시각화할 수 있다. 즉 수술 중 암으로 의심되는 부분을 광학현미경으로 살피면 곧바로 암 여부를 살필 수 있는 만큼 모든 의료인이 꿈꾸는 기술이라 평가된다.

황 대표가 졸업을 위해 열심히 연구에 몰두할 때 황 대표의 지도교수였던 정기훈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와 강신혁 고려대 신경외과 교수로부터 하나의 권유가 들어왔다. 아예 광학현미경을 직접 개발하기 위한 창업은 어떻겠냐고. 당시 23살의 학부생에게 내로라하는 대학교의 교수 둘의 창업 제안에 어리둥절했겠지만 황 대표는 바로 ‘Yes’라고 당차게 답했다.

“‘잃을 게 뭐 있나. 졸업 이후 이름난 대기업에 들어가는 인생보단 세상을 바꾸는 인생을 살아보자’란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재지 않고 바로 수락했죠. 그래서 창업에 뛰어들었는데 여간 힘든 게 아니네요. 그러나 오히려 제가 더 성장했다고 느끼는 게 창업 이후였어요.”

◆곧바로 입증된 기술력

그렇게 탄생한 VPIX메디컬은 곧바로 실력을 뽐냈다. 바로 직경 3㎜, 길이 3㎝의 광학현미경을 만들어내면서다. KAIST에 있을 때부터 꾸준히 연구하고 있었던 만큼 준비된 창업인인 황 대표에겐 식은 죽 먹기보다 쉬웠던 일이었다. 그러나 하드웨어의 완성이 곧바로 시장으로 직결되는 게 아니다. 픽셀, 이른바 화소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했다.

레이저로 스캐닝하는 광학현미경은 화소가 뚜렷할수록 정확도가 오르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연구에 연구가 필요했다. 여기에 VPIX메디컬의 광학현미경은 의료기기로 사용될 예정이어서 다른 제조품과는 다르게 여러 행정절차를 밟아야 한다. 여기에 의료수가에 대한 심사도 남아 있다. 아직 상용화 단계까지 가려면 많은 절차가 있지만 와룡과 봉추라 불리는 VPIX메디컬엔 이미 많은 투자자가 줄을 서고 있다. 이들의 기술력이 얼마나 뛰어난지에 대한 방증이다. 그래서 연구개발에만 몰두하기에도 바쁜데 투자자를 만나러 서울을 오가는 일정도 만만찮다고.

“다행히 생각했던 규격의 제품을 만드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다만 현미경인 만큼 화소를 올리는 데 계속 집중하고 있어요. 원하는 화질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도 착착 진행 중이고. 여러 투자자를 만나 긍정적인 대화를 이어가고 있죠. 복잡한 행정절차만 잘 마무리하면 상용화에 뛰어들 생각입니다.”

◆“수도권만 봐주지 않길”

탄탄대로인 것처럼 보이지만 VPIX메디컬을 이끄는 황 대표의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기술적인 문제도, 행정절차 문제도 시간이 해결해주지만 인력 문제는 그렇지 않다. 비단 VPIX메디컬뿐만 아니라 지역에 위치한 기업이라면 응당 누구나 하는 고민이다. 당연히 아직 개발 중인 제품이 상용화가 되지 않아 VPIX메디컬이 벌어들이는 돈은 없지만 기술력은 입증돼 투자 문의가 끊이지 않는 만큼 재정적인 어려움이 없다는 걸 강조해도 좀체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황 대표는 인재를 모으기 위해 별의별 일을 다 해봤다고.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 동안 쫓아다니며 인재를 설득하기도 했단다. 특히 황 대표는 기업의 수장이기에 많은 투자자를 만나야 하는 일정에 연구개발에 몰두하기 어려운 만큼 충분한 인력이 필요하기에 황 대표와 VPIX메디컬은 지역의 인재에게 항상 문을 열어두고 있다.

“인력을 구성하는 게 정말 힘들죠. 그래서 늘 고민이에요. 저뿐만 아니라 기업을 운영하는 기업인이라면 모두 같은 고민할 겁니다. 그렇기에 전 늘 비전을 제시하죠. VPIX메디컬은 미래에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그리고 그 미래에 동참해 달라고요.”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그리고 워라밸을 위해 ‘9 to 6’라는 문화는 점차 기업에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황 대표는 창업 이후 오후 6시 이전에 퇴근한 적이 없단다. 단순히 자사의 제품을 얼른 상용화하기 위함이 아니다. 세상을 바꾸겠단 일념과 VPIX메디컬의 비전이 그를 책상으로 이끈다. 그래서 VPIX메디컬의 불은 절대 꺼지지 않는다.

글·사진=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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