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한파에 허덕이는 청년들

실업자 27만 명, 체감실업률 20% 20대 "취업 자체가 레드오션"

2023-03-05     이재영 기자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이 2008년에 발표한 노래 ‘싸구려 커피’의 노랫말은 당시 20대에게 많은 공감을 얻었다. 청년들이 싸구려 커피에 쓰린 속을 부여잡고 있는 모습이 마치 취업이라는 현실에 허덕이는 자신들의 모습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15년이 지난 현재에도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니트족, 캥거루족, 이태백, 청년실신, 고시낭인 등의 신조어는 청년 실업 세태를 적나라하게 나타내는 대표적 예시다. 심지어 2010년대 초반에 등장한 3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의 경우 청년실업 문제가 악화되면서 N포 세대로 진화했다. 자가 마련은 물론 청년들의 취업에도 브레이크가 걸렸기 때문이다.

통계쳥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만 15~29세 청년 실업자는 2022년 27만 명으로 나타났으며 청년 실업률 또한 6.4%다. 더욱이 취업준비생, 아르바이트생, 비정규직은 취업자로 분류되기에 실질적인 실업자는 통계보다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의하면 병·육아 등으로 일하기 어려운 잠재취업가능자, 근로조건이 맞지 않아 구직활동을 지속중인 잠재구직자 등을 포함한 청년들의 체감실업률은 20%에 달한다. 청년 10명 중 최소 2명은 실업자라는 뜻이다. 전국적인 경기침체의 여파로 실업 한파가 불어 닥치는 상황에 청년들이 취업 전선에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거다.

대전시민 강 모(27)씨는 대학교에서 인문계열을 전공한 뒤 코딩 교육까지 받았지만 여전히 취업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재학 중 교내·대외 활동은 물론 단기 어학연수까지 진행했지만 워낙 취업이 힘들다”며 “코딩이라도 배우면 잘 될까 싶었지만 여러모로 순탄치 않다”고 토로했다.

올해 공공기관 채용 인원은 2만 2000명으로 6년 만에 최소 규모를 기록해 좁아지는 공공기관의 취업문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전시민 김 씨(26)는 “취업 시장 자체가 레드오션인 느낌”이라며 “대학 졸업 후 일반 기업에서 인턴을 하다가 지금은 안정적인 공기업을 준비 중이지만 채용 규모가 줄어든다는 이야기 때문에 갑갑하다”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now@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