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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둘레산길 원정대]
4구간 식장산길
대전을 품에 안는 최상의 선택

2019. 06. 05 by 이기준 기자

대전의 남동부지역은 대전이 태동한 곳이다. 1905년 경부선철도 개통과 함께 역이 설치되면서 사람이 모이기 시작했고 회덕과 진잠뿐만 아니라 공주 일부를 통합한 대전군 대전면이 탄생했다. 이에 따라 회덕에 있던 군청이 지금의 동구 원동으로 이전했다. 1914년 대전을 분기로 호남선까지 개통하면서 이름도 없던 촌이었던 대전(태전·한밭)은 급속도로 발전해 외연을 확장하기에 이른다.

1926년 대전면은 ‘읍’으로 승격했고 1932년 공주에 있던 도청도 대전으로 이전했다. 1935년 ‘부제’ 시행으로 대전부로 승격했고 1949년 지자체 시행으로 대전시가 됐다. 1970년대 들어 대전은 또 한 차례 도약의 계기를 잡는다. 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에 이어 회덕에서 갈라지는 호남고속도로(대전-전주)가 1971년 개통하면서 대전은 ‘교통의 중심지’로 떠올라 대도시로의 성장을 예약했다. 1977년 ‘구제’ 실시로 동구와 중구가, 1988년엔 서구가 차례로 생겼고 1989년 대전시가 대덕군 전역을 편입해 직할시(광역시)로 승격하면서 유성구와 대덕구가 설치됐다.

식장산 헬기장에서 바라 본 대전 시가지 전경.

[ 4구간 식장산길 ] 
발길은 떠날 줄 모르고
낮과 밤 온종일 ‘황홀경’

 

대전의 최고봉을 향하여

대전둘레산길 4구간은 식장산 가는 길이다. 대전에서 가장 높은 산, 그래서 대전 전체의 모습을 조망하면서 도시의 발전사를 확인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4구간은 동구 삼괴동 덕산마을 느티나무에서 출발해 닭재, 꼬부랑재를 거쳐 망덕봉에 오른 뒤 다시 곤룡재, 동오리재를 지나 식장산에 오르는 코스다. 닭재부터 전체 구간 길이는 13.6㎞, 약 7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1∼3구간에 비해 산행 코스는 대체로 무난하지만 식장산에 오르기 전 약 2㎞ 구간은 다소 힘겹다.

식장산에서 내려가는 길(약 5㎞)이 전체 구간의 3분의 1을 넘는다는 점은 그나마 위안이다. 이 구간에선 대전의 최고봉과 충남의 최고봉(서대산)을 함께 벗 삼아 산행을 할 수 있는 만큼 ‘조망’의 즐거움이 끝내준다. 특히 식장산에서 바라보는 대전시가지, 특히 석양에 물든 대전, 밤을 밝히는 도시 야경은 황홀하기까지 하다.

4구간의 시작점인 삼괴동 덕산마을 느티나무. 덕산마을 보호수 역할을 하고 있다.
계현산성으로 가는 길.
망덕봉 가는 길에 거쳐가는 꼬부랑재. 꼬불꼬불한 모습이 그대로 이름이 되었다.

 

고갯길의 애환을 뒤로하고

삼괴동 지명은 말 그대로 세 그루의 느티나무가 정자처럼 서 있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전한다. 덕산마을 보호수 역할을 하고 있는 느티나무에서 닭재로 길을 잡는다. 1.2㎞ 정도인데 산책하듯 슬슬 걷다보면 금세 도착한다. 덕산마을 뒤쪽에 있는 산은 닭산으로 불렸는데 그래서 고개 이름도 닭재다. 옛날부터 마을에 경사가 있으면 이 고갯마루에서 닭 우는 소리가 들리고 흉사가 있으면 소나무가 울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5월의 꽃향기가 바람에 날리니 코끝이 먼저 반응하고 이내 치유의 에너지가 온몸에 퍼진다. 아까시나무 꽃향기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말은 그냥 나온 말이 아닌 듯하다. 향긋한 꽃향기를 음미하며 대전과 충북 옥천의 경계를 따라 망덕봉(439m)으로 오른다. 오르락내리락 연속이지만 그리 힘에 부치진 않는다. 중간에 계현(닭재)산성와 꼬부랑재(닭재부터 0.8㎞)를 지난다. 꼬부랑재는 고개가 너무 꼬불꼬불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망덕봉에서 한 숨 돌리고 곤룡재로 발걸음을 옮긴다. 남대전IC를 사이에 두고 시원하게 뻗은 고속도로와 널찍한 국도가 눈에 들어온다. 모두 3구간에서 만난 머들령을 통과(마달터널·금산터널)하는 도로다. 망덕봉 턱밑에선 신기하게 생긴 소나무 한 그루를 만나게 되는데 한 뿌리에서 5개의 나무기둥이 뻗어 나왔다. 그래서 등산객들은 이 나무를 ‘불가사리 소나무’라 부른다. 망덕봉을 넘어서면 곧 곤룡재에 이르는데 이곳 역시 터널이 뚫려 도로가 났다. 도로는 옥천군 군서면을 거쳐 옥천읍으로 향한다.

곤룡재는 산내 낭월마을과 옥천 사양마을을 잇는 고갯길이었다. 이 산은 모양새가 마치 용과 같다고 해서 곤룡산으로 불렸다. 고갯길 인근 마을 곤룡골은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이곳에서 수많은 양민이 학살을 당했다. 우리 군경은 남쪽으로 후퇴하면서 대전형무소에 있던 재소자 수 천 명을 이곳에서 모두 학살했고 북한군도 양민들을 반동으로 몰아 이곳에서 학살했다. 그래서 이곳 곤룡골은 죽은 사람의 뼈가 산처럼 쌓였다는 의미에서 ‘골령골’로 불리기도 한다.

식장산 정상이 가까워 옴을 알리는 군사시설
식장산 정상. 통신탑과 푸른 하늘이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다.
산 능선의 파도가 넘실거리는 풍경이 있는 곳. 

 

놓칠 수 없는 조망의 즐거움

곤룡재에서 다시 길을 잡으면 쉴 새 없이 터지는 조망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오른쪽 옥천 방향으론 첩첩산중의 웅장한 산세가, 왼쪽 대전 방향으론 눈부시게 발전하는 남대전의 현주소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 1∼3구간의 산줄기도 확인하면서 지나온 길을 더듬어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낭월임도종점을 지나 서대산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쯤 4구간의 정점인 식장산 정상이 눈에 들어온다. 식장산 정상은 큼지막한 민간·군사용 통신탑이 우뚝 솟아있어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산 능선과 하늘의 경계엔 거칠 게 없고 다가서면 다가설수록 식장산 정상 통신탑의 위용은 더욱 선명해 진다. 대전의 최고봉을 향해 오르면 오를수록 하늘엔 더욱 가까워지고 첩첩산중의 신비로움 역시 뚜렷해진다.

조망의 즐거움에 푹 빠진 사이 어느새 동오리재(둥그너미재)에 도달한다. 대전 동구 낭월동과 옥천 안동오리마을을 잇는 고개다.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 넘실거리는 산 능선의 파도, 4구간의 풍경은 쉽사리 발길을 놓아주지 않는다.

4구간의 하이라이트 구간. 대전야경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식장산 해돋이 전망대. 최근 '루' 형태로 새롭게 조성됐다.
식장산 해돋이 전망대에서는 대전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도심은 물론이요 대청호까지 함께 볼 수 있다.
석양에 물들기 시작한 하늘 아래, 도시의 조명이 하나둘 불을 밝히고 있다.

 

황홀한 야경, 삶의 여유와 행복

동오리재를 지나면 어느새 식장산 정상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약 20분 정도 가파른 오르막을 타면 식장산 줄기의 분기점에 도달한다. 오른쪽으로 가면 독수리봉·구절사, 직진하면 세천공원으로 향하고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1.4㎞를 가면 식장산 정상이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 4구간 최고의 조망 포인트를 만난다. 대전·충남을 통틀어 가장 높은 서대산과 저 멀리 대둔산을 배경으로 대전시 경계, 다시 말해 지금껏 지나온 보문산, 만인산, 정기봉 등 둘레산길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조금 더 올라 식장산 정상(598m)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통신시설 철조망 옆길을 지나 헬기장과 최근 새롭게 조성된 ‘루’ 형태의 전망대에 도착한다. 이곳이 바로 4구간의 하이라이트다. ‘대전 가볼만한 곳’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곳, ‘대전야경’ 부동의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곳이다. 이곳에 서면 대전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머릿속에서 그려보거나 평면의 지도를 통해서만 가늠해 볼 수 있었던 대전 전체 모습을 3D 입체 영상으로 눈에 담을 수 있다. 대전·충남의 주요 식수원인 대청호도 함께 조망할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대전의 산·들·강(호수)을 모두 섭렵할 수 있는 곳, 그래서 식장산은 특별하다.

파란 하늘이 석양에 물들자 도시의 조명이 하나둘 불을 밝히기 시작한다. 자연의 하루는 이렇게 저물어가지만 도시의 야경은 이제 시작이다. 식장산에서 바라보는 대전 야경을 보지 않고선 야경을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이 야경을 감상하기 위해 많은 시민이 저녁 무렵 이곳을 찾는다. 황홀한 야경 속에서 작은 삶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행복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높이 올라온 만큼 하산길도 한참이나 계속된다. 세천공원까지 4.5㎞나 된다. 산세만큼이나 깊은 골짜기를 따라 내려가는 길, 4구간 산행 내내 눈이 아닌 코를 즐겁게 해준 꽃향기의 정체를 알게 된다. 바로 ‘때죽나무’다. 식장산 울창한 숲엔 토종식물 800여 종을 비롯해 약 6000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산에서 다 내려오면 산 골짜기에서 흘러내려온 물이 모인 세천저수지를 만난다. 이 수원지는 1980년 대청호가 조성되기 전까지 대전지역의 주요 상수원이었다. 세천공원은 1976년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됐으며 1996년엔 공원 일대 487만㎡ 구역이 생태조전림으로 지정돼 자연생태계가 보존되고 있다.

글·사진=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편집=장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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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인 2019-06-06 09:12:20
좋네요. 글도 사진도 산도 풍경도 바람도 좋네요. 잘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