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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둘레산길 원정대]
6구간 금강길
금강과 계족산의 어울림

2019. 07. 04 by 이기준 기자

우리나라 4대강의 하나인 금강(錦江)은 전북 장수군 신무산 뜬봉샘에서 발원해 북쪽으로 거슬러 오르며 크고 작은 지류들과 만나고 대청호를 거쳐 서해로 빠져 나간다. 굽이굽이 힘차게 내달려온 물길은 대청호에서 잠시 쉼을 청하는데 산줄기에 둘러싸인 이 호수의 평온함은 그저 바라만 봐도 영혼이 치유되는 경험을 선사한다. 대전이 대도시로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금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문명의 발상이 강 유역에서 비롯됐듯 대전도 금강(대청호)이 가진 풍부한 수자원을 바탕으로 도시의 규모를 키워 나갈 수 있었다. 그래서 금강은 대전의 젖줄이자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해주는 생명선이다. 특히 대전은 대청호(댐)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대전시민은 전국에서 가장 저렴하게 물을 사용한다. 수자원을 제공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최근엔 대청호오백리길이 조성되면서 지역민의 휴식처로, 관광자원으로도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대전의 ‘보물 1호’를 꼽으라면 단연 대청호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전둘레산길의 절반

대전둘레산길 6구간은 용화사 주차장에서 출발해 계족산 봉황정, 장동고개, 대전철도차량정비창 옆길, 신탄진정수장, 현도교, 금강합류점, 봉산동(구즉) 버스기점으로 이어진다. 공식 구간 길이는 13.5㎞, 7시간 30분이 소요된다고 돼 있지만 발로 잰 실제 구간 길이는 18㎞에 육박한다. 구간 초반 30분가량 무척 가파르게 전개되는 봉황정 오르는 길을 제외하면 등산이라기보단 트레킹 코스에 가깝지만 구간 길이 자체가 길기 때문에 발로 전달되는 피로감은 이전 구간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봉황정에서 바라보는 대전시가지와 구간 막바지 금강변에 조성된 공원이 하이라이트다.

 

봉황정 오르는 길

 

대전관광의 새로운 아이콘

계족산은 대전관광의 핫 플레이스다. 웰빙(well being)과 걷기 열풍이 불던 시기, 계족산 임도 약 14㎞ 구간에 황톳길이 조성되면서 전국적인 명소로 급부상했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황톳길을 걸으며 등산하는 재미가 쏠쏠해 이곳에선 해마다 5월이면 맨발축제가 열린다. 해외까지 알려지면서 외국인 관광객도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다. 계족산 등산로는 다양하지만 맨발축제가 뜨면서 장동산림욕장에서 다목적광장을 거쳐 황톳길을 따라 걷다가 임도삼거리에서 계족산성에 올라 동쪽으로 대청호, 서쪽으로 대전시내를 감상하는 코스가 많이 알려졌다.

계족산은 역사적으로도 유명하다. 계족산 봉황정에서 약 3㎞ 거리에 계족산성이 축조돼 있는데 이곳은 삼국시대, 백제와 신라의 격전지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 대전시가 거대한 성곽을 복원해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봉황정에서 장동고개로 가는 산행 내내 멀리서도 웅장한 계족산성을 조망할 수 있다. 계족산 정상은 해발 429m이고 산줄기가 닭발처럼 퍼져 나갔다고 해서 계족산이란 이름이 붙었다. 가뭄이 심할 때 이 산이 울면 비가 온다고 해서 비수리 또는 백달산이라고도 불렸다.

장동고개 가는길
대창약수터갈림길

 

회덕의 옛 영화를 그리며

봉황정에서 산줄기를 타고 장동고개로 가는 길에선 유독 잘 정비된 묘소들이 자주 목격된다. 명문가들이 이곳 주변에 터를 잡고 오랜 기간 살아왔음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가문이 바로 동춘당 송준길, 우암 송시열 등을 배출한 은진송씨다. 대덕구에 송촌(宋村)동이라는 지명이 지금까지 이어질 정도다.

철도역을 중심으로 대전이 급부상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가장 잘 알려진 지명은 바로 ‘회덕(懷德)’이다. 대전도 처음엔 회덕군 산내면 대전리였다. 그러나 대전역이 생기면서 역 주변이 번성하기 시작해 1917년 회덕군 대전리에서 대전군 회덕면으로 지위가 역전됐다. 당시만 하더라도 회덕, 지금의 대덕구가 원도심이었던 셈이다. 이후 ‘대전’이라는 지명으로 도시가 확장하면서 대전시는 1989년 대전직할시(광역시)가 됐고 이때 ‘대전’과 ‘회덕’에서 한 자씩 따온 대덕구가 탄생했다. 봉황정에서 장동고개로 이어지는 등산로에선 대전의 북쪽지역을 선명하게 조망할 수 있는데 시야에 들어오는 거의 대부분의 땅이 일제강점기 전까지만 해도 대전이 아니라 회덕이었다.

지금의 회덕(대덕구)은 공단밀집지역으로 변모했다. 고속도로 경부선과 호남선뿐만 아니라 철도도 경부선과 호남선이 갈라지는 요지인지라 이곳엔 일찌감치 공단이 조성됐고 철길을 따라 전통제조업체들이 모여들기 시작해 자연스럽게 산업도시로 성장했다. 6구간을 걷다보면 대전산단을 비롯한 대전의 전통산업 요람과 1개 산단 규모와 맞먹는 KT&G 신탄진공장, 대전조차장·철도차량정비창을 비롯한 철도시설 등 거대한 산업생산기지의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신탄진 정수장 가는 길
금강길
KTX 경부선과 경부고속도로
갑천과 금강 합류지점
갑천

 

계족산 끝자락에서 만나는 금강

장동고개에서 철도차량정비창을 지나 신탄진정수장으로 향하는 약 5㎞ 구간은 다소 지루하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나름 사색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여유를 준다. 산행구간의 막바지에 다다르면 힘차게 뻗어나가는 금강과 마주한다. 대청호에 모였다 대청댐을 통해 방류된 물은 다시 한 번 조정지댐을 거쳐 대전과 세종, 충남의 대지를 적시고 바다로 흘러간다.

계족산의 끝자락은 금강로하스길과 연결되고 이 길은 7구간의 출발점까지 안내한다. 금강수변길을 따라 신탄진 방향으로 길을 잡으면 대전의 주요 관문을 만나게 된다. 국도 17호선과 경부선철도, 경부고속도로, KTX 경부선 교량이 차례로 금강을 가로지른다.

물이 있는 곳에 생명이 있는 법. 대전을 가로지르는 갑천과 금강이 합류하는 지점엔 거대한 자연생태계를 품은 공원이 조성됐고 이곳은 자연스럽게 시민 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 했다. 특히 갑천-금강 합류지점 인근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인 맹꽁이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6∼8월 산란을 위해 이곳 웅덩이에 알을 낳는다. 갑천길을 따라 걷다 불무교를 건너 구간을 마무리 한다. 글·사진=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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