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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아파트의 비밀

[긴급진단]

2019. 11. 24 by 이기준 기자

거짓·조작이 부른 아파트 층간소음

시험체 바꿔치기에 데이터 조작…완충재 사전인정 총체적 부실
정부·인정기관 미온적 대책 마련에 현장선 여전히 가짜 판쳐


최근 감사원이 아파트 층간소음 저감제도의 부실한 운영실태를 지적했지만 정부의 대책 마련은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고 이에 따른 소비자 피해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감사원 감사와 맞물려 아파트 바닥구조 사전인정 업무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신규 제품 개발자들 또한 부지하세월의 늪에 갇힌 상황이다. 

◆ 거짓·조작이 난무하는 제도운용

지난 5월 발표된 아파트 층간소음 저감제도(아파트 바닥구조 사전인증제) 운영실태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 보고서 내용은 충격적이다.

LH·SH공사가 시공한 22개 공공아파트 126세대와 민간회사가 시공한 6개 민간아파트 65세대 등 191세대를 대상으로 층간소음을 측정한 결과 96%가 사전 인증 받은 층간소음 완충재 성능등급보다 실측 등급이 낮았고 이 중 60%는 최소성능기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층간소음 완충재 바닥구조 사전 인증-시공-사후평가 전 과정에서 층간소음 저감제도의 문제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우선 사전인정 업무를 담당하는 LH와 건설기술연구원이 완충재에 대한 품질성적서를 확인한 뒤 기준을 통과한 제품에 대해 소음저감성능을 실측, 등급(1∼4등급 및 등외)을 부여하는데 확인 결과 인증제품 154건 중 146건에서 부실이 발견됐다. 도면과 다른 인증시험, 품질성적서 검토 부실 등이 지적을 받았다.

시공단계에서도 LH·SH 126개 현장 중 111개 현장(88%)에서 시방서 등과 다르게 바닥구조가 시공되는 게 적발됐다. 사후평가단계에서도 소음저감성능을 측정하는 공인측정기관이 최소성능기준을 맞추기 위해 측정위치를 임의 변경하거나 데이터를 조작해 성적서를 발급한 사례가 적발됐고 바닥구조 생산업체도 인정시험 때보다 저품질의 완충재를 시공현장에 납품한 사실도 이번에 드러났다. 층간소음 완화와 관련한 아파트 광고는 대부분 거짓이었던 셈이다.

◆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대야 할지…

감사원은 사전인정제도를 보완해 제도 운용을 내실화하고 층간소음 차단 성능을 시공 후에도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국토교통부장관에게 권고했다. 그러나 감사 보고서가 나온 이후 6개월이 지나도록 종합대책안은 감감무소식이다. 감사원 감사 이전부터 국회 등에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가 이어졌지만 정부는 손을 놓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감사 보고서 발표 이후 국토부와 인정기관들은 인정 업무에서 손을 놓고 현장 감독에 매달렸다. 품질성적서를 받은 완충재가 제대로 납품되고 있는지를 확인한 건데 대신 소음저감성능은 무시하고 있다. 완충재의 물성 기준을 통과하려면 소음저감성능은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그간 완충재 제작 업체들이 이 두 기준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온갖 거짓과 조작을 동원한 것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난 것을 감안하면 소음저감성능이 확인되지 않은 완충재가 여전히 시공되고 있다는 얘기다.

LH 관계자는 “소음저감성능보다는 인정받은 (완충재)제품과 현장 납품 제품에 대한 품질검수를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춰 업무를 하고 있다. 소음저감성능에 대한 확인 문제는 좀 더 논의가 진행돼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또 있다. 신규 완충재의 시장 진입이 꽉 막혔다는 점이다. LH 등 인정기관 인력이 모두 현장 점검에 투입되다 보니 제품시험 업무는 마비 상태다. 대전의 한 완충재 개발자 A 씨는 “시험신청을 한 지 19개월이 지났는데 아직도 대기 중”이라며 “정부는 인력을 더 늘려서라도 제대로 된 제품이 제대로 인정을 받아 시장에 빨리 진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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