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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도의 '삶과 詩'] 억장이 무너져

2020. 02. 04 by 금강일보

어머니 생각

이시영

어머니 앓아누워 도로 아기 되셨을 때
우리 부부 외출할 때나 출근할 때
문간방 안쪽 문고리에 어머니 손목 묶어두고 나갔네
우리 어머니 빈집에 갇혀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돌아와 문 앞에서 쓸어내렸던 수많은 가슴들이여
아가 아가 우리 아가 자장자장 우리 아가
나 자장가 불러드리며 손목에 묶인 매듭 풀어드리면
장난감처럼 엎질러진 밥그릇이며 국그릇 앞에서
풀린 손 내미시며 방싯방싯 좋아하시던 어머니
하루 종일 이 세상을 혼자 견딘 손목이 빨갛게 부어 있었네
 


조재도 시인

집 근처에 이따금 가 밥을 먹는 식당이 있습니다. 식당 한구석에 휠체어에 앉아 있는 노인이 있었습니다. 식당 주인의 아버지였습니다.

한 번은 밥값을 내러 노인 곁을 지나는데 노인 이마에 파리가 붙어 있고, 그 파리를 쫓으려는 듯 노인이 머리를 마구 흔들고 찡긋거렸습니다. 가만 보니 무릎에 담요가 덮여 있고, 두 손이 휠체어에 묶인 채 담요에 덮여 있었습니다. 방에 혼자 두면 소리를 질러 영업을 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묶어 놓았다고 주인이 눈물을 질금거렸습니다.

얼마 전에는 지난 추석 때 쓰러져 노인병원에 계신 장인을 찾아뵈었습니다. 식사도 못 하시고 약도 못 드셔서 콧줄로 넣어주고, 소변도 옆구리를 뚫어 소변 통을 매달아 받아내고 있었습니다. 사람도 못 알아보고 말도 못 하시는 분의 손이 여지없이 침대에 꼭 옹쳐져 매여 있었습니다. 얼음보다도 더 차디찬 손.

“그거 풀면 눈 깜작할 새 이 줄 빼고 난리 나요.” 내가 잠시라도 손을 좀 풀어주자는 말에 간병인은 절대 안 된다며 손사래쳤습니다.

이 시의 어머니도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해 아기가 되었습니다. 집을 비울 때 시인 부부는 어머니 손목을 문고리에 묶어 놓습니다. 마음이 아프지만 그 방법밖에 어머니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이 달리 없습니다. 돌아와 손목에 묶인 매듭을 풀어드리면 손목이 빨갛게 부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방싯방싯 아기처럼 웃는 어머니를 보면 억장이 무너집니다. 아무도 없는 빈집에서 하루 종일 외로우셨을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고 콧날이 시큰거립니다.

<시인, 아동청소년문학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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