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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불 없는 엄춘설한 될까 ... 대동 이순녀 할머니의 시름

[이주의 이슈]

2020. 03. 09 by 정은한 기자

대전 대동 이순녀 어르신 “연탄 기부 절실” 
마스크 지원받지 못해 코로나19 감염 우려

나 이순녀는 1939년에 태어나 올해 82세요. 연탄불 없는 엄춘설한될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오.

내 생의 보람은 40여 년 전 대동 벽화마을에 자리 잡고 가난한 이웃들과 웃으며 지낸 것이오. 딸 하나를 건강히 키운 것도 뿌듯했소. 하지만 지난 2000년 바깥양반이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그이를 따라가려고 했는지 나도 쓸개암에 걸렸지만 여지껏 숨이 붙어있소. 매월 받는 영세민 지원금 20만 원에 기초노령연금 25만 원이 나의 희망이오. 동사무소에서 지원받는 쌀과 대동종합사회복지관에서 평일에 주는 점심도 힘이 된다오.

지난 7일 이순녀(82·대전 동구 대동) 할머니가 연탄불을 때고 있다.

하지만 매년 겨울이 찾아오면 시름이 깊어지오. 하루에 아침저녁으로 연탄불을 갈자면 하루 8장은 필요한데 올해 연탄을 덜 받을까 걱정이 드는 탓이오. 올해는 대전연탄은행서 300장, 대동종합사회복지관 300장, 동구 300장, 인근 교회 200장에 주민센터가 지급한 연탄 티켓 500장을 합해 1600장을 간신히 받았소. 연탄 기부가 줄어서 덜 받은 주민이 많지만 고령에 암에 걸린 이력이 있어 생각을 해주더이다.

신문에선 연탄을 때려면 하루 4장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는데 2구 6탄 연탄보일러는 하루 12장은 때야 따뜻하오. 10월부터 4월까지 일곱달을 8장씩 아껴서도 1680장은 필요하오. 혹여 부족하면 사비를 들여 연탄을 사야 하는데 알다시피 대동 벽화마을엔 연탄 배달이 오지 않소. 여러 집이 연탄을 같이 시켜 거듭 부탁해야 그나마 받을 길이 열리오. 왜 나라고 기름보일러를 들여놓고 싶지 않겠소. 하지만 설치비와 유지비를 감당할 수 없고, 혹여 가스보일러를 놓고 싶어도 도시가스를 설치해야 하는 부담이 있소.

대전 동구 대동벽화마을 주민들이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있다. 한 노인은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면마스크를 사용 중이다.

연탄을 덜 지원받은 주민들에게 대전연탄은행 신원규 목사는 미안하다고 거듭 말하더이다. 코로나19 때문에 그마저 약속된 연탄 기부가 취소돼서 연탄을 더 드리기 어렵다고 말이지요. 연탄 배달 차 기업에서 건네주던 라면·화장지 등 생필품도 다 끊겼다고 했소. 그럼에도 신 목사는 주민들을 위해 기업들과 단체에 연탄과 생필품 지원을 거듭 요청해봤지만 당분간 어렵다는 말만 들었다고 하오.

오늘 낮엔 볕에 앉아서 온기를 쬐었소. 주민들을 보니 다들 마스크가 있긴 한데 면이거나 바이러스가 잘 걸러지지 않은 저렴한 것들이었소. 산자락이라서 감기를 달고 사는 터라 코로나19에 걸릴까 무척 염려된다오. 이 사회에 도움만 받는 노인이라서 염치 불고하지만 마스크 몇 장 가져다주면 감사할 것 같소.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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