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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을 즐기는 최상의 선택, 대전둘레산길

2020. 05. 27 by 이기준 기자

코로나19가 지배하는 2020년, 산(山)이 갑갑한 도시민의 탈출구로 각광받고 있다. 가뜩이나 답답한 도시의 삶에 대한 보상심리에 감염병으로부터의 해방 욕구가 더해진 결과다. 사방이 병풍처럼 펼쳐진 산으로 둘러싸인 대전에 산다는 건 이런 측면에서 축복이다. 도심에서 한 발짝만 벗어나면 힐링(healing)의 원천인 산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문산, 만인산, 식장산, 계족산, 오봉산, 금병산, 갑하산, 빈계산, 구봉산 등 대전을 둘러싼 산들이 더 특별한 의미를 갖는 건 이 산들이 하나의 길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 길을 따라 걸으면 대전을 한 바퀴 돌게 된다. 이름 하여 ‘대전둘레산길’, 133㎞, 340리에 이르는 이 길을 뚜벅뚜벅,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거닐다 보면 답답한 도시가 아닌 자연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된다. 이곳에 발을 들여놓으면 언제나 기대 이상의 선물을 받게 된다. 마음껏 비워내도 다 받아주고 다 비워내면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해주는 활력소, 그게 바로 녹색자연, 대전둘레산길이다.

대전둘레산길은 모두 12개 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구간당 평균 10㎞, 6∼7시간이 소요된다.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엄두가 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둘레산길에 한 번 발을 들이면 금세 마음 속 치유의 순간을 경험하면서 등산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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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구간] 대전의 모태, 보문산
1구간은 보문산 청년광장에서 출발해 보문산 최고봉인 시루봉(457m), 오도산(336m), 금동고개로 이어진다. 거리는 약 9.3㎞, 6시간 정도 잡으면 된다. 구간 초반 시루봉 오르는 길이 만만찮고 시루봉에서 하산한 뒤 오도산 정상에 오르는 구간 역시 오르막이라 힘이 들지만 대체적으로 큰 무리 없이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시루봉에 오르기 전 쉼터 역할을 하는 고촉사의 ‘촛대바위’가 유명하고 시루봉 정상에 자리한 보문정(寶文亭)에서 바라보는 확 트인 조망이 압권이다. 보문산에서 오도산으로 넘어가는 산 능선 중간지점부턴 이사동 유교민속마을누리길과 겹친다. 이사동(二沙洞)은 은진송씨 집성촌이다.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 구완터널 위를 지나고 나면 본격적으로 오도산 등정이 시작되는데 나무계단이 끝없이 펼쳐지지만 초록빛 숲의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면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면 힘들다는 생각보단 마음의 치유, 힐링의 기쁨을 느끼게 된다.

 

[2구간] 깊고 깊은 만인산
2구간은 금동고개에서 출발해 돌탑봉(475m), 떡갈봉(499m), 삼각점봉(491m), 안산(424m), 먹티고개 등을 거쳐 만인산(537m)으로 이어지는 13.1㎞ 코스다. 7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동구와 중구의 구계를 따라 걷다 안산부턴 대전과 금산의 경계를 따라 걷게 된다. 거리가 길고 산세가 깊지만 그만큼 2구간의 절정(만인산)에서 느낄 수 있는 환희는 더 크다. 이 구간에선 ‘산 넘어 산’의 절경과 굽이굽이 물결치는 능선의 파도가 압권이다. 만인산 정상에 서면 7시간의 산행에서 밀려드는 발끝의 피로가 한 순간에 사라지는 마법을 경험하게 된다. 만인산 하산길에선 만인산이 유명한 또 다른 이유를 만날 수 있다. 바로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의 태를 모신 태조태실(太祖胎室)이다. 원래 함경도 용연에 있던 것을 무학대사가 옮겼다고 전해진다. 대전3대하천 중 하나인 대전천이 만인산에서 발원한다. 만인산휴양림·휴게소는 데이트 명소이기도 하고 호떡이 특히 유명하다.

 

[3구간] 삶의 애환이 담긴 머들령
3구간은 만인산휴게소, 정기봉(580m), 골냄이고개, 머들령, 명지봉(404m), 국사봉(502m), 닭재, 삼괴동 덕산마을으로 이어지는 12.5㎞ 코스다. 7시간 30분 정도 잡으면 된다. 대전 최고봉인 식장산(598m) 다음으로 높은 정기봉을 오르기 때문에 초반 1.5㎞ 등산로가 무척 고되다. 이후 골냄이고개에서 두 번째 가파른 오르막을 만나는데 숨이 ‘턱’ 막히지만 이 구간에서 가장 좋은 조망을 만날 수 있다. 3구간은 대전과 금산을 잇는 교통의 요지에 있어 유난히 고갯길도 많은데 대전-금산을 잇는 주요도로가 모두 3구간을 관통한다. 특히 머들령은 시인 정훈의 시구로 더 유명하다. 대전을 대표하는 시인 정훈은 그의 시 ‘머들령’을 통해 삶의 애환을 고스란히 간직한 머들령 쪽바위에 기대 일제치하 민족의 한을 읊었다. 명지봉 넘어 국사봉 오르는 길부턴 대전과 옥천의 경계다. 발길은 천근만근이지만 힐링의 결과물인 땀을 쏟아내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4구간] 대전 최고봉, 식장산
4구간은 대전둘레산길의 가치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준다. 삼괴동 덕산마을 느티나무에서 출발해 닭재, 꼬부랑재를 거쳐 망덕봉(439m)에 오른 뒤 다시 곤룡재, 동오리재를 지나 식장산(598m)에 오르는 13.6㎞ 코스로 약 7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식장산에 오르는 약 2㎞ 구간이 다소 힘겹지만 전체적으로 무난하다. 식장산 하산길이 구간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 구간에선 대전 최고봉과 충남 최고봉(서대산·905m)을 함께 벗 삼아 산행을 할 수 있는 만큼 조망의 즐거움이 극대화된다. 식장산 정상에선 보만식계(보문산·만인산·식장산·계족산) 산줄기를 모두 조망할 수 있고 대전·충남의 식수원인 대청호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한 눈에 들어오는 대전시 전경이 압권이다. 석양에 물든 대전, 밤을 밝히는 도시 야경은 황홀하기까지 하다. 이 황홀경을 경험하지 않고선 ‘대전’을 말 할 자격이 없을 정도다. 이맘 때면 때죽나무의 향기가 4구간에 진동해 피로를 풀어준다.

 

 

[5구간] 허물어진 성벽의 흔적
5구간에선 대전이 산성의 도시임을 입증하는 수많은 유적들을 만날 수 있다. 동신고 버스종점에서 비룡동 줄골장승, 갈고개, 갈현성, 능성, 질티(고개), 질현성, 절고개, 계족산(429m) 봉황정을 거쳐 용화사주차장에서 구간을 마무리하는 11㎞ 코스다. 대략 6시간 30분이 소요된다. 1∼4구간에 비해 훨씬 수월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어 계족산성까지 코스에 포함시키는 선택도 할 수 있다. 중간중간 산성에서 엿볼 수 있는 역사의 흔적과 ‘내륙의 다도해’로 불리는 대청호반의 풍경이 어우러져 색다른 산행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눈앞에서 시원하게 펼쳐지는 대전 도심 전경은 덤이다. 계족산은 특히 14㎞에 이르는 임도에 맨발로 걷기 좋은 촉촉한 황톳길이 조성되면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 대전관광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또 계족산성은 대청호반을 배경으로 한 일출과 대전 도심에 드리워지는 석양을 감상할 수 있어 텐트야영의 명소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6구간] 강과 산의 컬래버레이션
6구간은 계족산 봉황정, 장동고개, 신탄진정수장, 현도교, 금강합류점, 봉산동(구즉) 버스기점까지 13.5㎞ 코스다. 7시간 30분 정도 필요하다. 이 구간은 초반 30분가량 가파르게 전개되는 봉황정 오르는 길을 제외하면 등산이라기보단 트레킹 코스에 가깝다. 봉황정에서 바라보는 대전 도심 전경과 구간 막바지 금강변에 조성된 잘 다듬어진 공원이 하이라이트다. 봉황정에선 대전둘레산길 12개 구간이 모두 눈에 들어온다. 계족산 끝자락에선 힘차게 뻗어나가는 금강과 마주한다. 이곳은 금강로하스길과 연결돼 7구간의 출발점까지 안내한다. 대전3대하천 가운데 가장 긴 갑천이 이곳에서 금강으로 흡수된다. 특히 갑천-금강 합류지점은 멸종위기종 2급인 맹꽁이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6구간을 걷다보면 대전산단을 비롯한 대전 전통산업의 요람과 1개 산단 규모와 맞먹는 KT&G신탄진공장, 철도시설 등 거대한 산업생산기지의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다.

 

[7구간] 새로운 대전의 조망
7구간은 대전의 북쪽에서 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포인트다. 남쪽에 있는 보문산·식장산에서 바라보는 풍경과는 판이하게 달라 또 다른 대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 구간은 봉산동 버스기점에서 오봉산, 구룡고개, 보덕봉, 용바위고개, 금병산, 노루봉, 거칠메기고개를 넘는 12.2㎞ 코스로 7시간 30분 정도 잡으면 된다. 구간 첫 봉우리인 오봉산에선 파란하늘 뭉게구름과 갑천, 도시의 한 조각이 작품처럼 눈에 들어온다. 이어 보덕봉에 오르면 또 한 번 조망이 터지는데 갑천을 경계로 나뉜 유성과 대덕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금병산 12봉 가운데 7구간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봉우리인 제2봉 일광봉부터 차례로 봉우리들을 섭렵한다. 금병산 정상인 제7봉 운수봉(372m) 조망이 이 구간의 클라이맥스다. 자연녹지의 품에 살포시 안겨있는 대덕특구와 자운대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금병산에선 녹지와 어우러진 한결 여유로운 도시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8구간] 산행의 묘미 두루 갖춘 ‘팔색조’
8구간은 안산동 버스종점(어득운리)에서 출발해 안산산성, 우산봉(574m), 신선봉(565m), 갑하산(469m)을 거쳐 삽재에서 마무리하는 약 9㎞ 코스로 쉬엄쉬엄 6시간 정도 소요된다. 우산봉에 오르는 길이 조금 고되지만 이후부턴 큰 어려움 없이 산행을 즐길 수 있다. 계룡산 조망과 대전 도심 조망을 두루 즐길 수 있고 웅장하진 않지만 나름 눈길을 끄는 아기자기한 기암괴석들이 끊임없이 이어져 산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우산봉에 오르면 계룡산에서 이리저리 뻗어 나온 장쾌한 산줄기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우산봉에서 갑하산으로 이어지는 약 3.5㎞ 능선이 ‘계룡산 전망대’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신선봉에선 대전시내까지 시야에 들어와 눈맛은 더욱 버라이어티해진다. 신선봉 바위샘, 거북바위 전설과 요괴소나무 전설도 전해지니 산행 내내 얘깃거리도 풍성하다. ‘갑옷을 내려놓는다’는 의미의 갑하산 아래엔 국립대전현충원이 조성돼 있다.

 

[9구간] 깊은 산속의 ‘망중한’
9구간은 계룡산국립공원에 포함된 구간이다. 그만큼 산세의 수려함이 일품이다. 대전에서 충남 공주로 넘어가는 삽재에서 출발해 도덕봉(535m), 자티고개, 금수봉(532m), 빈계산(414m)에 도착한다. 거리는 약 10㎞, 6시간 정도 걸린다. 구간 막바지(빈계산-수통골주차장)가 10구간과 겹치기 때문에 성북동삼거리에서 하산하는 루트를 선택할 수도 있다. 9구간은 계룡산의 웅장하고 수려한 풍경과 도심 빌딩숲이 우거진 대전시 전경을 두루 감상할 수 있다. 중간 중간 아기자기한 쉼터도 조성돼 있어 데이트코스로도 안성맞춤이다. 공식 구간은 도덕봉 정상석을 확인하고 가리울삼거리로 향하는데 잠시 외도를 권한다. 수통골 방면으로 방향을 틀면 깊은 골짜기에 푹 파묻혀 있는 제법 운치 있는 쉼터가 조성돼 있다. 도덕봉 암벽 위에서 이 쉼터를 바라보면 그 자체로 안구정화를 할 수 있다. 회색 도심과 녹색 쉼터의 극명한 대비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10구간] 이색적인 대전의 풍경
10구간은 수통골주차장에서 출발해 빈계산, 성북산성, 산장산(265m)을 거쳐 방동저수지 입구까지 이어지는 약 8㎞ 코스다. 6시간 정도 잡으면 된다. 12개 구간 중 가장 짧고 빈계산에 오르는 초반 약 1시간 30분 정도를 제외하면 산줄기가 완만해 수월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계룡산국립공원에 속한 수통골은 대전시민의 휴식처로 오랜 기간 사랑받아 왔다. 수통골을 감싼 빈계산-금수봉-도덕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대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산행코로 중 하나로 손꼽힌다. 빈계산 정상부터 성북산성까지 약 3.5㎞ 구간이 하이라이트다. 대전의 마지막 미개척지인 서남부권의 이색적인 모습을 관망할 수 있다. 특히 가을엔 대전에서도 노란 곡식이 익어간다.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범바위-용바위 억새길에선 억새가 뽀얀 솜털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방동저수지로 하산하는 길에선 11구간 구봉산의 아기자기한 암봉들이 뚜렷하게 조망된다.

 

[11구간] 아홉 봉우리의 향연
11구간은 유성에서 서구로 넘어가는 구간이다. 성북동 방동저수지에서 출발해 서구 봉곡동 구봉산(264m) 등산로 초입에서 등산을 시작, 구봉산 봉우리들을 차례로 섭렵한 뒤 괴곡동 고리골마을로 내려와 갑천을 따라 걷다 효자봉, 쟁기봉까지 오르는 약 9.4㎞ 코스다. 대략 6시간이 소요된다. 구봉산의 해발고도가 그리 높지 않아 산책하듯 여유롭게 발걸음을 옮길 수 있다. 구봉산 아홉 봉우리의 아기자기한 자태와 흑석동 노루벌 전경이 조망 포인트다. 산에 오르는 이유는 천차만별이지만 구봉산이라면 십중팔구 하나다. 쉽게 오를 수 있는데 산이 가진 매력은 두루 다 갖추고 있어서다. 봉우리 넘어 또 봉우리가 나타나지만 넘을 때마다 재미도 다르다. 고리골마을에선 느티남 한 그루를 꼭 봐야 한다. 대전의 유일한 천연기념물이다. 700살 이상 됐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나이에 비해 키가 좀 작지만 대신 옆으로 넓게 가지를 쳐 넉넉한 그늘을 선사한다.

 

[12구간] 원점 회귀, 새로운 시작
12구간은 중구 안영교에서 시작해 쟁기봉(194m), 장안봉(171m), 해철이산(봉) 등 중구와 서구의 경계를 따라 걷다 다시 중구로 진입, 침산(만성산·266m), 언고개, 국사봉(245m)을 거쳐 둘레산길의 시작점인 보문산 시루봉에 오르는 약 12㎞ 코스다. 7시간 정도 소요된다. 이 구간은 오월드, 뿌리공원 등 대전의 대표 관광지도 포함돼 있어 산행 구성도 다양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쟁기봉부터 침산까진 도심 풍경과 자연을 두루 조망하면서 산책하듯 여유롭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침산에서 내려오면 바로 뿌리공원에 진입하게 된다. 뿌리공원에서 다시 산행을 시작해 언고개를 가로지르면 보문산 등정이 시작된다. 오월드 철책을 따라 오른 국사봉 정상에선 대전·충남을 통틀어 가장 높은 산인 서대산의 웅장한 자태가 조망된다. 국사봉 아래엔 무수동 유회당 건물들이 고풍스럽게 자리하고 있다. 까치고개를 지나 193계단의 끝, 보문정을 다시 영접한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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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환 2020-08-07 05:47:50
7구간은 해설이 잘못된듯 합니다
한번 가보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