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 전공의 처분 절차 강행… 지역 긴장

“행정처분 사전통지서 발송…구제없어” 대전 전체병상가동률 6%포인트 감소 환자단체 “4년 전 상황 반복돼 두려워”

2024-03-05     김세영 기자
▲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대해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 7000여 명에 대해 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한 5일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속보>=정부가 의료현장 이탈 전공의에 대한 처분 절차를 강행하자 지역 병원서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속되는 의정갈등으로 의료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탈 전공의 처분까지 이어지면 의료공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20년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응급실, 중환자실 등에서 큰 혼선이 빚어졌던 만큼 현장에서는 4년 전과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전공의 현장 복귀를 촉구했다.<본보 5일자 2면 등 보도>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전공의 수 기준 상위 50개 병원에 대한 현장점검과 나머지 50개 병원의 서면보고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8시 기준 신규 인턴을 제외한 1~4년차 전공의 9970명 중 근무지 이탈자는 모두 8983명(90.1%)이다. 정부의 회유에도 전공의 복귀가 지지부진하자 정부는 본격적으로 칼을 빼들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브리핑을 통해 “5일부터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할 계획이고 구제계획은 없다. 주동세력을 중심으로 경찰 고발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추가 검토한 후 추후 별도 공개하겠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불이행 확인서를 받은 이탈 전공의 7000여 명에 대한 미복귀 증거를 확보했으며 예고한대로 사전통지, 의견진술, 처분 명령 등의 절차를 밟은 뒤 최소 면허정지 3개월 등의 처분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행정처분 절차 방침에 지역에서도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대전지역 주요 대학·종합병원 전공의 수는 432명으로 이 중 394명이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업무개시명령은 306명에게 내려졌다. 행정처분 절차 진행을 위해 복지부는 4일 충남대학교병원과 건양대학교병원, 5일 대전을지대학교병원·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대전선병원을 찾아 현장점검을 실시했고 6일 유성선병원, 보훈병원, 한국병원, 근로복지대전병원에서 현장점검을 이어갈 예정이다.

지역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행정처분 절차가 어떻게 흘러갈지 정부로부터 전달받은 사항은 없다. 이탈 전공의로 인한 진료 공백은 전임의 등이 메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 진료보조(PA) 간호사 업무 범위 등 관련 위원회 개최 날짜는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의료공백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4시 기준 대전지역 종합병원 전체병상가동률은 73.6%으로 지난달 29일 대비(79.6%) 6%포인트 감소했다. 중환자실 가동률은 3.14%포인트, 수술실 가동률은 2.5%포인트 줄었으며 응급실 가동률은 동일하다.

환자단체는 4년 전 빚어졌던 의료파업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앞서 2020년 의대 증원 추진에 반대한 전공의들이 집단 진료거부를 한 바 있다. 당시 집단파업을 주도한 의사 10명이 고발됐으나 취하됐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호소문을 통해 “간호법 관련 파업 당시 간호사들은 최소한 응급, 수술실은 지켰다. 그런데도 국민 생명 운운하며 간호사 파업 중단을 외쳤던 건 대한의사협회”라며 “4년 전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의료계 안에서 본인들의 요구 관철을 위해 환자를 버리는 방식이 반복될까 두렵다”라고 말했다.

의사단체는 현 상황이 안타깝다면서도 정부의 정책이 옳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임정혁 대전시의사회 회장은 “이탈 전공의들로 피해를 보는 환자에 대해선 안타깝게 생각한다. 환자를 볼모로 삼는다는 말도 현직 의사로서 듣기 마음 아프다. 환자 옆에 있던 의사를 떠나게 한 것은 정부”라고 말했다.

김세영 기자 ksy@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