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일보-대전시 공동기획:2024 대전 청년을 말하다] 고민하기보다는 실천하기를... 조하연 씨

2024-03-17     이재영 기자

‘백문이 불여일견.’ 중국 한나라의 장군 조충국의 일화에서 유래한 이 고사성어는 조선시대의 명재상 맹사성에 의해 ‘백견이 불여일각이며 백각이 불여일행이라’는 두 줄이 덧붙여졌다.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하며, 백 번 보는 것이 한 번 생각하는 것보다 못하고, 백 번 생각하는 것이 한 번 행함만보다 못하다는 의미다. 어느 분야에서든 진리처럼 통하는 오래된 격언이지만 실제로 이행하기에는 벅찬 경우가 적잖다. 그러나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이라 했던가. 청춘과 젊음 위에 서있는 조하연(23·여) 씨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을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고 살아가고 있다.

◆교사 꿈 안고 세상 밖으로
고교 재학 당시 조 씨는 문예창작과, 정치외교학과 등 여러 대학과 학과에 당당히 발을 들일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선택한 길은 외국어였다. 타국의 외국어를 이해한다는 것은 무릇 그 나라의 문화까지 이해해야 하는 법. 가시밭길과도 다름이 없었을 터이지만 그는 일본어를 택하기로 했다.

“당시 중국어를 배울 때는 흥미를 크게 못 느꼈어요. 언어 자체에는 관심이 많았는데 중국의 문화콘텐츠의 경우 저랑 결이 안 맞아서 학습이 학습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어는 문화콘텐츠가 발달된 만큼 공부를 하면서도 힐링을 많이 받았죠.”

그렇게 대학 입학 후 배운 일본어라는 학문은 조 씨 인생의 전환점과도 같았다. 그는 대학교에서는 학점 만점을 받으면서 강력한 동기부여를 얻기도 했다. 교육실습생을 준비하면서 일본어를 가르치는 교사를 목표로 삼았다. 게다가 대학교의 커리큘럼만으로도 언어에 만족할 수 있었겠지만 그는 이달 말이면 일본 유학길에 오르기로 했다. 혼자 해외로 떠나는 것이 큰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을텐데 그는 도전하기로 했다. 언어를 통해 세상을 보는 시각을 넓히고 먼 훗날 제자가 될 이들도 자신의 후일담을 통해 보다 성장시키고자 하는 생각에서다.

“사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인 만큼 가족보단 친구들과 접하는 시간이 많을텐데 이때 입시 스트레스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친구들이 저처럼 일본어와 일본문화를 체험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겠구나를 인생 선배로서도 제시해주고 싶어서 교사를 꿈꾸고 있어요. 특히 이번에 유학을 다녀오는 것은 제 제자가 될 학생들에게 간접적인 견문을 넓혀줄 수 있는 발판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전은 ‘문화 불모지’
트렌드에 빠삭한 조 씨가 바라보는 대전은 ‘기대 반 아쉬움 반’이다. 조 씨는 그 누구보다 문화를 사랑한다고 자부할 수 있겠지만 그에게 대전은 문화 불모지다. 다양한 일을 하면서 서울을 오가는 그에게 수도권과 지방의 문화격차는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단다. 문화라는 것이 필수불가결적인 존재라 칭할 수는 없겠지만 지식과 경험을 배우는 수단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대전의 문화·예술활동 규모는 아쉬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접근성과 비용, 즉 가성비적인 측면에서 문화는 필수적인 요건이라는 인식이 없어 뒷전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아쉬운 것 같아요. 지난해 서울같은 경우 청년문화패스라고 해서 문화관람기회 제공과 문화 및 예술활동 활성화 목적을 위해 청년들에게 공연관람비를 20만 원을 주는 사업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문화활성화와 관광객 유치라는 두가지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좋은 선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수도권에서는 이런 정책이 많이 없으니 문화격차가 나는 것 같아요.”

특히 대전에 대한 나름의 애착이 있는 조 씨에게 대전시와 삿포로가 자매결연을 맺은 지 10년이 훌쩍 넘었음에도 홍보가 부족한 점도 안타깝게 느껴진다. 빵축제와 0시 축제, 대전국제와인페스티벌 등 2030의 트렌드와 소비문화를 반영한 좋은 선례가 있는 만큼 아쉬움이 뒤따른단다.

“대전에 대학교가 많은 만큼 문화를 즐기고 싶어하는 청년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에서 진행하고 있는 관광·문화 관련 사업이 많이 홍보되고 스몰럭셔리 등의 트렌드를 반영한 행사가 개최되면 관광산업도 영향을 받으면서 취업난이 일부 해소될 수 있을텐데 말이죠. 정부나 지자체에서 관심을 많이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직장·직업 아닌…행복 찾기로
조 씨는 유학 준비를 하고 교사를 꿈꾸며 하루하루 바쁜 삶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그의 진정한 인생의 목표는 교사도 아닌, 외교관도 아닌 행복을 찾아 여행을 다니는, 그저 ‘조하연’이라는 청년이다. 결국 그에게 직업은 맛있는 걸 먹고 행복하기 위한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고 한다.

“취업에 대한 큰 열망이 없어요. 그러니까 되려 더 지금을 즐기면서 적성에 맞는 일은 무엇이고 언제, 어떻게, 어느 시기에 교사가 되고 이후에는 일본에서는 무엇을 할지 하는 설계도를 그리는 게 오히려 인생의 목표인 것 같아요. 어떤 직장에 들어가서 돈을 잘 벌기를 고민하기 보다 전반적인 인생 방향에 대한 고민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어느날부터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 직장과 물질적인 목표에 자신을 욱여넣는 이들이 늘어났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내 집 한 채가 중요하고 이직을 하느니 마느니 하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말이다. 그러나 조 씨는 보편적인 꿈보다는 인생에 있어서 본질적인 ’행복‘이라는 감정을 감사히 여기기로 했다. 그리고 고민하기보다 일단 행동하기로 했다. 어쩌면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인생을 일찍 깨달아 버린 게 아닐까 싶지만서도 한편으로는 그래서 청년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재영 기자 now@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