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빠져 힘빠진 국힘 세종 결의대회
충청권 결의대회에 후보 28명 중 10명 참석 세종 국회의사당 부지서 정진석 의원 주도 ‘국회 완전 이전’ 불지핀 한 위원장 불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쏘아올린 ‘국회 완전 이전’ 공약이 약발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간 민주당의 힘만으론 이뤄질 수 없었던 이슈인데 여당이 하겠다고 하니 지역에선 큰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여론 역시 확산하고 있어서다. 특히 한 위원장은 국회 완전 이전과 서울 개발 공약을 함께 제시해 충청과 수도권 표심에 동시에 기대는 전략을 선택했지만 두 이슈가 서로 상충한다는 측면에서 되레 역효과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당초 충청권 후보들은 지난 27일 한 위원장의 발표에 환호를 보내면서 이를 지렛대로 삼을 계획이었다. 28일 공식 선거운동 시작에 맞춰 한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세종에서 충청권 후보들이 모두 모여 총선 결의대회를 열면 충청권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결의대회는 5선 중진인 정진석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 후보)이 주관했다. 당초 이날 결의대회엔 한 위원장도 참석하는 것으로 일정 조율이 이뤄졌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한 위원장은 불참을 통보했고 이날 현장엔 충청권 국힘 후보 28명 중 10명이 참석하는 데 그쳤다. 정진석 후보를 비롯해 충청권 4개 시·도 공동선대위위원장, 세종갑·을 류제화·이준배, 대전 서구갑·을 조수연·양홍규, 충북 흥덕 김동원, 서원 김진모, 상당 서승우, 청원 김수민, 보은·옥천·영동·괴산 박덕흠 후보 등이다. ‘세종시 완성’과 ‘국가균형발전’ 등의 이슈는 선거 때마다 상당히 휘발성이 강한데 공식 선거운동 하루 전, 이 이슈를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이 던졌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것이라 기대감이 컸고 국힘 충청권 후보들도 초박빙인 상황에서 강력한 이슈몰이로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의대회까지 기획했지만 한 위원장의 불참으로 충청권 후보들은 결국 힘 빠진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게 된 셈이다. 특히 공식 선거운동 직전일인 27일 저녁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대전 후보 7인은 민생 경제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며 시민과의 만남을 첫 일정으로 잡기도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한 후보는 “애초에 참석하지 못할 행사였다. 선거운동 첫 날 지역구를 돌며 시민들을 만나는 것이 최우선이지, 결의대회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며 “한동훈 위원장이 참석한다고 했다면 갈 가능성도 있었지만 오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 지역 주민을 만났다”고 불참 이유를 말했다. 그러면서 “단 몇 시간이지만 지역구도 아닌 세종에 간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시간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공식 선거운동 첫 날은 상징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데 국힘에서 엇박자를 보인 것 같다. 특히 세종시 완성과 관련한 이슈는 충청권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의제인데 그 의제를 과감하게 던져놓고 제대로 활용하지는 못한 것 같다”며 “되레 수도권 개발 공약에 대한 반격을 우려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유상영 기자 you@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