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일보-대전시 공동기획:2024 대전 청년을 말하다] 김영진 작가 미술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살아간다는 건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우는 이유가 앞으로 다가올 힘듦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세상일이 제 마음대로 된다면 그 또한 재미없을 것이라 말하는 이도 있지만 세상일 중 과연 무엇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까?
세상의 많은 일 중 예술가(藝術家)의 삶은 특히 더 고되다. 명성을 얻기까지의 과정이 고될뿐더러 명성을 얻었다 하더라도 도전을 멈출 수 없는 탓이다. 이런 고난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김영진(37) 작가가 있다. 힘들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매일을 고민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고민의 연속
예술가에 대해 혹자는 놀고먹는 애들 아니냐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잘 모르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김 작가는 말한다. 분명히 아니라고.
김 작가는 최근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는 사진인 ‘카메라리스 포토그라피(Cameraless photography)’ 기법을 사용한다. 그중 감광지(빛에 반응하는 감광유제를 바른 종이)와 사물, 빛만을 이용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포토그램’(Photogram) 기법을 주로 쓴다. 불확실성이라는 특징 때문인데 우리네 삶과 닮았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낀다.
“빛에 민감한 흑백 인화지는 빛이 닿으면 검은색으로, 빛이 닿지 않는 부분은 흰색으로 나타납니다. 불투명한 사물은 빛이 투과되지 않아 사물의 실루엣이 강조되고 흑과 백의 대비가 두드러지죠. 반면 투명하거나 반투명한 사물은 빛의 여러 조건에 따라 다른 결과물이 나옵니다. 투과된 빛의 종류와 양에 따라 때론 의도하지 않은 부분이 나타나 눈에 보이지 않던 것을 발견할 수도 있고 하얗게 비워지거나 검게 채워지기도 합니다. 빛과 어둠으로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에는 우연과 모순, 역설이 모두 작용하는 거죠. 또 포토그램 특성상 인화가 끝날 때까지 결과물을 예측하기 어렵고 완벽한 통제도 불가능합니다. 다양한 우연과 불연속성, 우리 삶과 같지 않나요.”
김 작가는 포토그램을 이용해 사회에서 일어나는 예기치 않은 사건과 사고,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 존재했으나 사라진 것, 표면적으로 또렷이 드러나지 않은 잠재된 것들을 이미지로 드러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 후회할 때도
재능이 있어서,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지만 그들도 때론 후회를 한다. 예술가라는 길이 창의력과 표현력이 동반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쉽지 않기에 통찰력과 공감력을 갖춰야 한다. 이는 높은 수준의 학문적 지식과 많은 경험을 요구한다.
김 작가도 마찬가지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프랑스로 유학을 가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작품을 만들다 보니 배워야 할 것이 있었고 자연스럽게 유학을 가게 됐다는 것이다.
“주변 작가들 대부분이 고학력자입니다. 그들과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지금 이 일을 안 했다면 더 잘 먹고 잘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하면서도 스트레스를 받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이 있는 현실에 대한 불평이겠죠. 의기소침할 때가 적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모두가 공감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면 더 큰 후회를 했을 것이라는 겁니다. 또 작품을 마치고 나면 그 성취감은 대단합니다. ”
다만 성과는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 한 번의 전시를 마치고 나면 또 다른 공모를 준비해야 한다. 공모가 없다면 강의나 수업 등을 통해 현실의 삶을 버텨내야 한다. 다행히 최근 들어선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예술가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고 예술가를 위한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 끊임없이 나아가길
김 작가의 미래는 단순하다. 아주 막연하지만 좋은 작업을 하고 싶다는 것뿐이다. 원하는 전시 공간에서 원하는 전시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아울러 예술에 대한, 미술에 대한 조언도 건넨다. 전시장을 자주 찾아가 보라는 것이다.
“전시회 등은 그들만의 잔치가 아닙니다. 편안하게 산책하듯이 가다 보면 볼 수 있게 됩니다. 책이나 영화, 드라마, 음악 등을 계속 보고 듣다 보면 취향이 생기는 것처럼 뭐가 좋은 그림인지 어떤 것이 좋은 작품인지를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이 생기고 작가의 생각과 철학을 읽을 수 있게 됩니다.”
또 하나의 팁이라면 전문 안내원에게 해설을 신청하는 방법이다. 혼자 보는 것보다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궁금한 게 생기고 찾아보다 보면 스며든 자신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