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중소기업 대탐방:대전 강소기업들] 도전해 온, 도전해 갈…에스에이엔지니어링 백기영 연구소장
현대그룹의 창업자 고(故) 정주영 회장의 도전정신은 그가 남긴 여러 어록으로 회자된다. 대표적인 게 ‘해봤어? 해보기는 했어?’이다. 밑바닥부터 시작해 기업을 일군, 성실과 도전, 노력을 강조하던 자수성가의 대표로 꼽히는 그의 신조가 담겨 있는 말이다.
다만 현재에 ‘이르러 무엇이든 하면 된다’는 방식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을 듣는다. 그렇다고 도전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도전하는 이가 있어야 변화가 이뤄진다.
여기 일평생을 장비산업 분야에 몸담은 이가 있다. 백기영(60) 에스에이엔지니어링 연구소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개인과 산업이, 그리고 사회가 발전해 나가기를 희망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장비산업 장인(匠人)
KAIST를 졸업하고 장비산업 분야에 근무를 시작한 백 소장은 업계 발전의 산증인이다.
최근 소재·부품·장비를 줄여 ‘소부장’이라는 말은 쓴다. 이중 백 소장이 몸담은 장비산업은 소재·부품을 생산하거나 소재·부품을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산업을 의미한다. 당연하게도 장비산업은 많은 기술이 집약돼 있다. 공학을 비롯해 전자, 제어, 정밀가공 등 모두 분야가 복합된 산업이며 국가 산업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분야다.
“소부장 영역은 개발도상국에서는 하기가 어려운 사업입니다. 선진국에서는 다 하고 있는 일이지만 호의만으로 기술을 줄 리는 만무하니까요. 결국은 정부 사업 등을 통해 키워나가야 하죠.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계속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몇 개의 기업이 꾸준히 도전하고 결과를 내고 있죠.”
◆인재가 필요한데
인재는 어느 곳에서나 필요로 한다. 그러나 늘 부족한 게 인재고 지역이라면 그 어려움은 보다 심하다. 에스에이엔지니어링 역시 마찬가지다.
“에스에이엔지니어링은 지킬 것을 지키는 회사입니다. 연차나 출산휴가를 눈치 보지 않으며 쓸 수 있죠. 아빠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학회에 참가하기도 하고 특허 출원을 위한 교육도 하고 있습니다.”
노동법을 100% 지키는 회사라는 말에 ‘그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에선 그리 녹록지 않은 문제다. 중소기업에게는 특히나 더하다. 그러나 에스에이엔지니어링은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인재 수급은 항상 어려운 문제다.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지역활성화라는 측면에서 지역기업들에 대한 임금 지원 등이 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입니다. 지자체의 도움이 합해지면서 임금이 높아질 테고 그로 인해 많은 인재가 지역을 찾게 되지 않을까요?”
◆도전하는 미래
일평생을 한 우물을 판 백 소장은 최근 한가지 아쉬움을 갖고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도전적으로 일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안 해봤던 걸 하면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최근의 문화는 그렇지 않죠. 결국 노동시장에 변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전문성을 갖춘 이들이 많이 벌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합니다. 또 일한 시간만큼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물론 하고 싶은 이에 한한 일입니다.”
또 성장 가능성이 있는 산업에 대한 연속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길 희망한다.
“사실 중소기업이 하는 아이템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규정을 만들어 자금지원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금액이 크지 않아도 됩니다. 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마중물 수준이면 됩니다.”
소부장의 역할은 모든 산업에서 중요하다. 첨단산업에서는 더 그렇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모빌리티, 배터리 등 첨단산업에 활용되는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게 결국 소부장 기업이다. 소부장 기업이 성장하지 않는다면 첨단산업도 성장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소부장 파트는 일회성 지원으로는 개발하기 어렵습니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꾸준히 지원해줘야 합니다. 지원의 중복성을 따지기보다 먼 미래를 봐야 합니다.”
아울러 백 소장이 그리는 미래 그림에는 ‘사업’도 있다. 거창하게 무엇을 하겠다기보다는 앞선 시간 갖게 된 노하우와 지식을 전달하기 위한 그런 일 말이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에스에이엔지니어링은 1987년 설립돼 30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터보압축기, 블로워 전문 제조 회사다. 국내 최초 원심 압축기(Centrifugal Compressor)를 개발하며 압축기 산업 분야에 새로운 장을 열었고 오랜 기간 축적해 온 경험과 높은 기술력을 토대로 스크류 압축기, 왕복동식 압축기, 국내 최대의 매립가스 압축기, 친환경 스팀재생 압축기, 원자력발전용 압축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압축기 제조에 전문성을 갖췄다. 에너지 효율성, 안정성, 비교적 적은 유지비가 특장점인 오일프리(무급유식) 터보블로워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