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중소기업 대탐방:대전 강소기업들] 세계시장에 이름 난 아이빔테크놀로지 김필한 대표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삶을 놀랍게 변화시켰다. 특히 의학 기술의 발전과 생명 과학의 진보는 인간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생명 과학의 발전은 새로운 치료법과 의료 기술로 이어졌고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다.
여기 ‘우리 모두를 이롭게 하겠다’는 이념 아래 뛰어난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 도전한, 그리고 인정받아가고 있는 이가 있다. 세계 최초 올인원 생체현미경 개발한 아이빔테크놀로지 김필한(46)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핵심기술로 떠오르고 있는 생체현미경 분야를 선점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뛰어난 기술은 기본
서울대학교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2005년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매사추세츠종합병원 펠로우로 생활하며 생체현미경 기술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2010년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로 부임한 이후 생체현미경 기술과 다양한 생체 영상화 기법을 개발했고 2017년 아이빔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
아이빔테크놀로지는 살아있는 동물의 생체 내부를 영상화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인체는 수없이 많은 세포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해 동작한다. 그러나 현재 신약개발 전임상 단계에서는 시험관 내(in-vitro)와 생체 외(ex-vivo) 실험처럼 상호작용이 일어나지 않는 방식의 연구가 주로 수행된다. 다만 이러한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할 경우 오류와 실패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전 마지막 단계에서 반드시 살아있는 동물에서의 생체 내(in-vivo) 실험으로 효능 분석이 진행돼야 한다.
생체현미경 기술은 살아있는 동물의 목표로 하는 세포, 단백질과 주입된 물질의 움직임을 동시에 3차원 고해상도 영상으로 직접 관찰할 수 있어 시험 결과의 오류, 시간, 비용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살아있는 생명체의 내부 장기 조직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추적·보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1초에 최대 100장 이상의 초고속 이미징 스캐닝이 가능하기에 세계 시장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회사는 기술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아이빔테크놀로지는 생체현미경 분야에서 남다른 경쟁력을 갖췄기에 그 시작부터 남달랐다. 교원 창업 프로그램을 통해 회사를 꾸렸고 뛰어난 기술을 인정받아 초기부터 과감한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일반적이라면 투자금을 기술개발에 쏟아붓는 게 보통일 텐데 김 대표의 선택은 또 달랐다. 그는 사람을 선택했다.
“기술에 대해선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전문가였으니까요. 그러나 회사는 기술만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회사 경영도 필요하고 판로를 위한 영업 마케팅도 필요합니다. 각 분야에 맞는 전문가를 영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김 대표가 이런 선택을 한 건 앞선 경험 때문이다. 대학원생 시절 잠시 참여했던 벤처기업에서 느꼈기 때문이다. 회사는 기술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다만 알고 있다고 해서 일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분야에 맞는 전문가를 모셔 오는 일은 참 쉽지 않았다.
“수도권에 뒤지지 않는 처우가 필요합니다. 간혹 ‘박사’한테도 이 정도를 안 주는 데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을 수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나보다도 더 좋은 처우를 해야 합니다. 그들 고유의 전문성을 인정해야 합니다.”
김 대표는 직원들의 복지에도 큰 관심을 보인다. 대표적인 게 자기 계발비 지원이다. 헬스클럽이든, 악기 또는 스포츠 레슨이든 퇴근 후 개인의 삶을 지원한다.
“회사를 다닐 수 있도록 하는 이유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힘들게 일하고 집에서 회복하지 못한 채 다시 출근하기보다는 회사 밖에서 리프레시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글로벌 톱브랜드를 향해
일체형 생체현미경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미국 하버드·존스홉킨스대를 비롯해 글로벌 제약사인 사노피 등에 제품을 공급했지만 김 대표는 아직 멀었다고 이야기한다.
“생체현미경은 MRI보다 100배 높은 해상도로 세포와 단백질, 약물 등의 작용을 촬영하고 3차원 영상화할 수 있어 질환 연구와 신약 효능 평가에 폭넓게 쓰입니다. 다만 아직은 동물에게만 쓰고 있습니다. 또 지금은 연구와 분석, 신약개발을 위한 장비지만 머지않은 미래에는 의료진단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그렇기에 이제 시작입니다.”
아울러 김 대표는 한 번 특정 브랜드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면 잘 바꾸지 않는 락인 효과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계 유수의 대학과 기업이 자신과 함께 가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기술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김 대표는 작은 아쉬움을 토로한다. 그 많은 이공계 인재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는 푸념이다.
“직원들도 경력이 쌓여가면서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만 욕심을 조금 보태 더 빠르게 기술개발을 하고 싶습니다. 경력자를 위한 채용문은 항상 열려있는데 영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외주를 통해서 해결하고 싶어도 외주 개발사 또한 부족한 상황입니다.”
코스닥 시장 상장을 추진 중인 아이빔테크놀로지, 사람이 제일이라는 김 대표의 기술이 우리를 이롭게 할 그날이 기다려진다.
글·사진=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