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일보-대전시 공동기획:2024 대전 청년을 말하다] 도전은 청년의 권리…신애경 씨 이야기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건 절대 쉬운 건 아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적잖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그리고 항상 도전한다. 지금 걷는 길이 정녕 맞는 길인지 확인하고 되돌아보지만 확신은 없다. 그렇기에 늘 미숙하지만 이게 청년의 특권이다. 세상 누구도 안내하지 않는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건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신애경(34·여) 씨도 마찬가지다. 학업에 뜻을 두려했지만 일찌감치 포기하고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적잖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수많은 시행착오
대전 출신인 신 씨는 누구나 가진 평범한 학창 시절을 지냈다. 열심히는 아니지만 학교에서 공부하고 하교하면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고 시내에 나가 놀았단다. 졸업 후 성적에 맞춰 친구들과 같은 대학, 학과를 선택했고 식품영양조리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은 앞으로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결정이지만 으레 누구나 그렇듯 청소년 딱지를 막 뗀 신 씨에겐 크게 생각할 거리는 아니었다. 전공을 살려 취업하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알았기 때문이다. 너무 가볍게 생각한 것일까. 1년도 되지 않아 학업은 자신과 맞지 않다고 느끼며 자퇴서를 제출, 남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걷고자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앳된 청년은 곧바로 취업시장에 뛰어들긴 무서웠다.
그래서 선택한 게 간호조무사 자격증 공부였다. 이것도 약 1년 동안 공부하며 원하는 결과를 얻었지만 막상 들어간 병원도 그와 적성에 맞지 않았다. 하루 종일 환자와 씨름을 해야 하니 퇴근하면 진이 다 빠졌다. 이 역시 오래 다니지 않고 퇴사한 뒤 가족의 추천으로 어느 백화점에서나 찾을 수 있는, 누구나 알 만한 명품사에 입사했다. 수백만 원짜리 가방과 그에 못지않은 가격을 자랑하는 신발. 그리고 이를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고객에게 설명하는 모습. 겉으론 화려했지만 급여는 130만 원 남짓.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 나와 한 명품사에 입사했어요, 정갈한 스타일에 깔끔한 유니폼, 누가 봐도 화려해 보였지만 엄청 힘들었어요. 12시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백화점 안에서만 근무하니 정말 지루했죠. 몸도 찌뿌둥했고요.”
◆운동에 눈 뜨다
하루의 절반을 서 있어야 했던 직업이었던 만큼 그의 건강은 생각보다 빠르게 나빠졌다. 20대였기에 버틴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금세 몸은 축났을 수밖에 없었다. 적은 급여와 나빠지는 건강. 직업에 대한 회의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다시 취업시장으로 나서기 무서웠던 신 씨는 명품사에서 무려 10년이나 다녔다. 일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의 건강이 나빠지는 속도는 눈에 띄게 빨랐다. 가족은 물론 그를 걱정하는 지인은 운동을 제안했다.
그러나 직장인에게 운동은 언감생심. 퇴근하면 운동은커녕 끼니 챙기는 것도 버거웠기에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다 ‘까짓거 한 번 해주지’라는 생각으로 지인과 함께 헬스장을 찾았는데 이게 웬걸. 너무 잘 맞았단다. 첫 운동에서 그는 근력 운동만 2시간을 했다. 그때부터 운동은 신 씨의 유일한 취미였다. 일은 늘 힘들었지만 주말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렸고 주말이 되면 헬스장에 살다시피 했다. 평일엔 직장, 주말엔 헬스장을 꾸준히 다니다 보니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아침마다 괴롭혔던 요통은 사라졌고 피부도 좋아졌다. 살도 빠지고 근육이 붙어 탄탄한 몸매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운동을 시작하고 석 달 뒤쯤 몸에 변화가 오기 시작한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직장에 가서도 힘이 많이 들지 않았어요. ‘이게 내 길이다’라고 생각했어요. 정직하게 흘린 땀만큼 변화가 이뤄진다는 것에 매력을 느껴 10년 다닌 회사에 사직서를 냈죠.”
◆“도전 두려워말길”
10년 동안 다닌 명품사를 떠나고 받은 퇴직금으로 신 씨는 곧바로 보디 프로필 촬영을 준비했다. 퇴직 후 곧바로 그는 탄수화물 섭취량을 극단적으로 줄이고 단백질과 채소류를 식단에 올렸다. 무려 100일 동안 식단을 지키고 운동을 꾸준히 한 결과 100% 만족할 몸을 갖게 됐고 아예 슬릭부스트 전용 체육관에 취업했다. 슬릭부스트란 여럿이 함께 프로그램을 통해 운동하는 걸 말한다. 흔히 ‘쇠질’과 ‘달리기’만 하기엔 지루하니 여럿이 모여 간단하게 프로그램에 맞춰 즐기는 운동이다. 운동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다는 이들에겐 안성맞춤이다. 신 씨는 30년 동안 숨쉬기 운동만 했다 진정한 운동에 눈을 뜬 만큼 모두가 어렵지 않게 운동에 즐거움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체육관에서 회원들과 같이 운동하고 남는 시간엔 자신만의 운동을 즐기던 그에게 지인이 권유했다.
나바코리아라는 보디빌더 대회에 출전하는 게 어떻겠냐고. 나바코리아는 보디빌더 등에겐 가장 권위 있는 대회다. 군소 대회 경험도 없던 그에겐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극단적인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며 나바스코리아에 비키니 종목에 처음으로 출전했다. 물론 경험도 없던 그였기에 기대할 만한 성적을 받은 건 아니지만 꾸준히 노력하며 출전한 대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건 소기의 성과다.
“불과 몇 년 전엔 운동과 담을 쌓았던 사람이 큰 대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게 절대 쉬운 건 아니죠. 내 직업을 찾기 위한 여정이 꽤 길었는데 지금은 진짜 나를 찾은 것 같아요. 늘 도전했기에 이룰 수 있었죠. 그러니 도전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지 말았으면 해요.”
대회는 끝났지만 신 씨는 식단을 통해 자신의 몸을 유지하고 있다. 누구나 부러워할 몸매를 가졌지만 그는 만족하지 않는다. 자신을 더 채찍질하기 위해 늘 도전한다. 그게 청년의 권리고 신 씨는 청년이니까.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