줏대 없는 일회용품 규제, 자발적 동참도 ‘발목’
일회용품 규제 유예 6개월 현장은
점주·손님 “일회용품 더 편해” 여전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도 사실상 무산
“자발적 실천에만 의지할 수 없어요”
줏대 없는 일회용품 규제가 다회용기 사용의 자발적 동참을 저해하고 있다.
정부의 일회용품 규제가 사실상 미약해지자 편리성을 이유로 카페 등 다중이용업소에서 일회용품을 찾는 이들이 여전해서다. 환경부는 지난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1년간의 계도기간을 가졌으나 종이컵,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등의 사용을 허용해주며 결국 한 걸음 물러난 결정을 했다. 일각에서는 일회용품 사용 저감을 한 개인의 실천에 의존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행정·제도적 규제가 병행돼야 한다고 진단한다.
환경부는 지난 2022~2023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의 일환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계도기간을 가졌다. 예고대로라면 지난해 11월부터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등 일회용품 사용은 제한돼야 하지만 정부는 이를 또다시 유예하고 24개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점, 제과업체 등 대형 프랜차이즈와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다. 고객 요청 시 일회용품 제공, 음료 할인·캠페인 등 다회용컵 사용 유도, 빨대 등 대체품 사용 활성화, 사용 후 분리배출 등이 골자다. 다회용컵 사용 유도를 위한 대표적인 방안으로 텀블러 등 사용을 권장해야 하지만 직접 다녀본 몇 곳의 카페 중 이를 유도하는 곳은 없었다.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컵 사용이 제한된다’는 문구만 보일 뿐이었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도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카페와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일회용컵 1개당 300원의 자원순환보증금을 포함하도록 하는 것으로 세종과 제주에서 시범 도입한 뒤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하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세종, 제주에서만 실시하기로 전면 축소하면서다. 이처럼 규제마저 명확하지 않고 혼선을 빚으니 현장에서의 자발적 참여도 떨어지고 있다.
대전의 한 개인카페 업주 A 씨는 “음료가 남으면 대부분의 손님은 일회용 플라스틱컵에 담아달라고 한다. 날이 더워져 시원한 커피를 주문하는 사람이 많은데 손님 입장에서도 간편하니 여전히 찾는 것 같다. 강제적인 규정이나 벌금이 없으니까 텀블러에 담아달라는 손님은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결국 개인의 자발적 참여에 의존할 수 없는 만큼 정부의 규제 강화와 영업장에 대한 인센티브 등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전충남녹색연합 관계자는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일회용품을 줄이는 게 더욱 어려워졌다. 앞서 일회용컵보증금제가 등장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인데 관련 정책이 후퇴했다. 대형매장을 대상으로 다회용품을 사용하도록 하고 지역에서도 ‘선화보틀’을 통해 자발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행정적인 측면에서 영업장을 지원하거나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일부 영업장이 아닌 모두가 지킬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이끌어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