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칼럼-길을 걷다] 공항 이름에서 도시 브랜드로

2024-07-01     금강일보

경남도의회는 지난해 9월 ‘이순신 국제공항 지정촉구 대정부 건의안’을 통과시켰다.올 연말 착공하여 2028년 12월 개항 예정인 가덕도 신공항 이름을 이순신 국제공항으로 정하자는 내용인데 통상 공항명칭은 개항 1년 전까지 확정되는데 선제적으로 제안한 셈이다. 이순신 국제공항으로 결정될 경우 이순신 장군을 형상화한 관제탑, 거북선 모양의 여객터미널과 부대시설을 조성한다는 의견도 함께 내놓았다. 남해 곳곳에서 승전고를 울려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충무공의 위업을 기리고 국민공감대가 탄탄하고 세계적으로 소구력이 높은 공항 명칭이 필요하다는 설명은 일단 긍정적이다.

위인이나 역사적 인물 이름을 공공시설이나 기관, 길, 광장, 학교 등에 명명하는 문화가 널리 조성되어 있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 주목할 만한 건의로 귀추가 주목된다. 춘천 근처 과거 신남역을 문인들과 지역 주민들의 요청으로 2004년 김유정역으로 바꾼 이후 새로운 사례가 없어 아쉽던 참이었다.

이순신 국제공항 명명 건의안에 전라남도가 고민에 빠졌다는 소식이다. 그동안 공들여 조성해온 이순신브랜드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인데 그렇다고 지금까지 사이좋게 지내온 부산-경남지역과의 상생을 고려한다면 적극적으로 반대여론을 펼칠 수도 없는 입장이라고 한다. 전남 각 지자체에서는 이순신 장군의 업적을 현양하는 시설물 조성과 다양한 축제 등을 통하여 오랫동안 이순신 브랜드를 가꾸어 오고 있다. 전남도가 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안으로 정했다니 부디 원만하고 슬기로운 해법을 기대한다.

공항에 인명을 붙인 외국의 사례는 적지 않은데 주로 이름난 정치인이나 위인을 추앙하는 차원이 대부분이다. 존 F.케네디(뉴욕), 샤를 드골(파리), 인디라 간디(뉴델리), 칭기스칸(울란바토르) 공항 등은 널리 알려져 있다.

정치인 등의 이름을 명명하는 경우는 개개인의 정치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엇갈릴 수 있겠지만 뛰어난 예술가를 추앙하는 명칭에는 이의가 거의 없을 듯싶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이탈리아 로마), 리스트(헝가리 부다페스트) 그리고 쇼팽(폴란드 바르샤바) 공항 등은 그 나라가 자부하는 뛰어난 예술가의 이름만큼이나 격조를 높여준다.

▲ 쇼팽 음악이 들려오는 벤치. 사진=이규식

특히 폴란드 바르샤바 프레데릭 쇼팽 공항은 쇼팽의 국적이 프랑스이고 유해가 파리에 묻혀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출생과 성장, 뜨거운 폴란드 사랑 등을 기려 공항이름뿐만 아니라 수도 바르샤바 도시곳곳을 쇼팽 브랜드로 운영하고 있다. 공항명칭을 외연하여 도시 이미지로 접목시키는 시도는 바람직하다. 쇼팽 유언에 따라 사후 심장을 가져와 성 십자가 성당에 안치하였는데 단순한 이름승계 수준을 넘어 한 예술가의 열정과 숨결이 도시 곳곳에서 느껴지도록 배려하는 마케팅 차원의 노력이 각별하다. 도시 여러 곳, 쇼팽과 인연이 닿은 장소에 벤치를 조성하여 버튼을 누르면 각기 다른 쇼팽 곡 연주가 들려오는 아이디어는 대단히 참신하다.<사진> 거대한 쇼팽동상이 조성된 바르샤바 와이젠키 공원에서는 쇼팽 콘서트가 열린다.

우리나라 인천 국제공항이 진작 이순신 공항이나 세종 공항으로 불리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가덕도 신공항이 이순신 국제공항으로 명명된다면 공항 내외부를 충무공의 나라사랑, 뛰어난 지략과 인품 그리고 멸사봉공의 한 평생을 모티브로 삼으면 어떨까.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는 신선하고 인상적인 콘텐츠로 채워져 대한민국의 새로운 관문으로 자리 잡도록 지혜와 아이디어를 모았으면 한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