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잠긴 충청권] 시간당 100㎜ ‘도깨비 장마’에 속수무책

침수·산사태 충청권 4명 숨져 대전 160건, 충남 249건, 충북 379건 피해 유등교 침하, 철도 운행 중단 전문가 “심야시간 폭우… 사전 대피로 파악해둬야”

2024-07-10     김지현 기자

시간당 111.5㎜. 기록적 폭우로 충청권 곳곳이 침수됐다. 새벽 사이 쏟아진 폭우로 대전지역 일부는 침수로 고립됐고 교량 침하, 열차 운행이 중단돼 교통통제가 이뤄졌다. 세종에서는 침수·산사태 우려 지역 주민 사전대피, 도로 통제로 인해 일부 구간이 통제됐다. 충남과 충북에선 불어난 물길과 쏟아진 토사를 미처 피하지 못한 남성 4명이 숨졌다. 각 자치단체는 피해 현황 파악 및 복구에 힘쓰고 있지만 침수 피해를 실시하는 상황에서 또 집중호우가 예고됐다.

10일 새벽 강한 비가 쏟아져 대전 서구 정뱅이마을이 물에 잠긴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이날 오전 주민들을 구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침수·산사태… 4명 숨져

지난 8일부터 지속된 비로 충청권 곳곳에 여러 피해가 발생했다. 대전에서는 10일 서구 장안저수지 인근의 제방이 유실돼 용촌동 일대가 물에 잠겼다. 고립된 마을 주민 36명은 소방당국에 의해 구조됐다. 유성구 방동저수지에서는 토사가 흘러 도로가 막혔다. 대전시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인명구조 9건(46명), 배수지원 36건(483.3톤) 등 45건의 피해가 나타났고 도로장애 27건, 배수불량 15건, 토사낙석 11건 등 115건의 안전조치가 내려졌다. 89.3㏊의 농업피해가 발생했다.

세종에선 인명·시설 피해는 없었으나 많은 양의 강우로 침수·산사태 우려 지역에 거주하는 41세대(53명)가 조치원읍 1곳, 부강면 2곳, 전동면 1곳, 전의면 1곳, 장군면 5곳, 연서면 3곳, 금남면 2곳 등 7곳으로 사전 대피했다. 대부분 도로도 통제됐다.

충남에서는 단시간에 쏟아진 폭우로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10일 새벽 3시경 충남 논산의 한 오피스텔 승강기에서 남성 시신 1구가 발견됐으며 이후 새벽 3시 57분경 충남 서천 비인면에서는 산사태가 발생, 주택이 무너지면서 집 안에 있던 70대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오전 10시 48분경 충남 금산 진산면 지방리의 한 주택에서 산사태로 60대 여성 1명이 목숨을 잃었다.

충북에서는 새벽 5시 4분경 옥천군 옥천읍 삼청리의 한 둑방길에서 70대 1명이 탑승한 승용차가 하천으로 떨어져 전복됐다. 소방당국이 오전 7시 38분경 A 씨를 심정지 상태로 구조했지만 결국 사망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축사를 확인하고 나온 뒤 둑방길에서 후진하던 중 추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충북에서 발생한 관련 신고 건수는 오전 9시 기준 도로침수 74건, 낙석 6건, 토사유출 9건, 수목전도 103건, 기타 102건 등 294건이다. 주택침수 51건, 차량침수 4건, 기타 30건 등 85건의 사유시설 피해도 발생했다. 특히 6~10일 단기간 내린 집중호우로 청주 13.09㏊, 보은 0.2㏊, 옥천 9.18㏊, 진천 0.97㏊, 괴산 0.4㏊ 등에서 농경지 침수가 23.84㏊, 농작물 피해가 23.22㏊ 있었다.

기록적인 폭우로 충청권 누적 강수량도 상당했다. 대전지방기상청에 따르면 8~10일 충청권 누적 강수량은 대전(정림) 156.5mm, 세종(고운) 167mm, 충남 서천 281mm, 충남 논산(연무) 248mm, 충남 금산 220.7mm, 충남 홍성 170mm를 기록했다. 기상청은 오후 6~9시 충청권에 5~30㎜의 비가 더 오고 소강상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시간당 111.5㎜라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10일 오전 대전 중구 유등천 유등교가 침하돼 있다. 김지현 기자

◆교통대란 현실화

집중호우로 교통대란이 이어지고 있다. 교각이 무너지고 일부 철도 운행 구간이 중단되면서다. 이날 중구 태평동 버드내아파트에서 도마네거리 방향의 유등교가 침하돼 차량 통제가 이뤄져 출근길 교통 체증이 빚어졌다. 대전시는 오전 8시 44분경 유등교 차량 통행을 제한한다는 안전안내문자를 송출했다. 시 관계자는 “유등교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한 후 보수보강조치를 할 예정이다. 유등교는 당분간 통제가 이뤄진다”라고 말했다.

세종시는 오전 7시 비상 1단계를 가동하고 북암천·상조천교·내창천·덩옥골천 등 하상도로와 세월교, 조천·북암천 둔치주차장 등 14곳의 교통을 막았다. 일부 시내버스 노선는 도로 통제, 토사 유출로 우회 운행하기도 했다. 충남도와 충북도 역시 피해가 심한 곳을 중심으로 도로 통제에 들어가 차량 우회를 유도했다.

철도 분야에서의 피해도 상당했다. 새벽 3시 호남선 서대전~전북 익산 구간이 침수됐다. 코레일은 집중호우 따른 안전한 열차 운행을 위해 경부선, 충북선 일반열차, 수원경유 KTX 운행을 조정·중단했다.

10일 새벽부터 쏟아진 비로 인해 대전 중구 유등천 산책로가 모두 물에 잠겼다. 김지현 기자

◆도깨비 장마에 불안한 밤

어두운 밤 기습적으로 쏟아지는 도깨비 장마에 하천변 인근 주민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대전 중구에서 거주하고 있는 A(70) 씨는 유등교가 침하된 모습을 연신 사진으로 담았다.

A 씨는 “매일 지나다닌 다리다. 내려앉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불안한 마음에 오전 7시부터 나와서 살펴봤는데 천변에 있는 운동기구는 보이지도 않고, 커다란 나무도 머리부분만 보였다. 근처로 병원을 다니는데 물리치료를 해주는 선생님도 차가 막히니까 걸어서 출근했다고 하더라”라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B 씨도 “빠르게 발견하지 못했으면 대형사고로 번졌을 뻔했다. 평소 차도 많이 다니고 인근에 학교도 있어 아이들도 위험할 뻔했다. 보기만 해도 무섭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사전에 대피소를 파악해두고 침수가 우려스러운 상황에는 긴급히 현장을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어두운 밤이나 새벽 시간에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지는 현상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차량이 오가는 곳은 조금이라도 위험성이 보이면 차량통행을 금지시켜야 한다. 최근 밤에 기습적으로 폭우가 내리다보니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를 대비해 사전에 대피할 곳을 미리 숙지해둬야 한다. 특히 저지대의 경우 사전에 행정복지센터 등을 통해 침수 시 어느 곳으로 대피해야 하는지 알아봐야 한다. 또 자치단체 차원에서도 대피장소를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 만약 침수가 시작됐다면 몸만 탈출한다는 생각으로 빠르게 벗어나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