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일보-대전시 공동기획:2024 대전 청년을 말하다] Music Is My Life…음악인 조하나 씨

2024-07-14     조길상 기자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겐 보통 꿈이 있다. 어린 시절 가졌던 원대한 꿈을 현재까지도 이어오는 이도 있고 또 누군가는 지금의 삶에 맞춘 소소한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꿈은 희망이자 목표이기도 하지만 가끔은 스스로를 옥죄는 올가미가 되기도 한다.
때론 내려놓아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제법 흔한 이야기지만 적용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 ‘한 발 물러나 보니 더 많은 것이 보인다’는 사실을 깨달은 청춘이 있다. 세상 모든 일이 쉽지 않지만 특히나 어렵다는 ‘음악’ 분야에 도전장을 내민 조하나(35)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좋아했기에 시작했고 힘들지만 남은 시간도 음악을 하겠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좋아서 시작한 길
중학교 시절 경험하게 된 밴드부는 조 씨의 인생에 이정표가 됐다. 친구들과 합주하는 게 즐거웠고 재미있었기에 조금씩 빠져들었고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까지 일사천리(一瀉千里)였다. 그가 음악을 사랑하게 된 건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공연하면서 사람을 만나는 일도, 평소 입을 수 없는 예쁜 옷을 입을 수 있었다는 점도, 무대마다 새로운 관객을 만날 수 있어 지루하지 않다는 점도 음악이 좋은 이유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음악이 왜 좋냐고 물으신다면 ‘특별한 이유보다는 그냥 좋습니다’가 가장 적절한 말일 것 같습니다.”

한때 인기였던 싸이월드에서 탄생해 아직까지 회자되는 ‘이것만이 나라에서 허락하는 유일한 마약’이라는 말처럼 허세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의 인생에서 음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런 존재다.

◆다시 보게 된 길
음악의 길에 들어선 지 어느덧 20년. 제법 많은 행사에 다녔고 곡을 만들었으며 음악 관련 기획사에서도 일을 했을 만큼 조 씨는 한결같은 길을 걸었다. 다만 정말 쉽지 않은 길이었다.

“음악은 남은 삶에서 계속해나갈 것입니다만 지금은 많이 내려놓은 상태입니다. 앞선 시간 꾸준히 음악을 해 왔지만 한 해 한 해가 정말 달랐습니다. 현실적인 것에 맞춰서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내려놓는다는 게 꼭 꿈과 멀어지는 게 아닙니다. 스스로에게 맞는 옷을 찾아가는 중이고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직장인에게 화두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다. 그러나 음악인은 워라밸을 할 수 없다는 게 조 씨의 생각이다. 무명 시절엔 현생을 이어 나가기 위해 많은 알바를 해야 하고 실력을 키우기 위해 연습도 해야 한다. 내가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만들어지는 일이기에 먹는 시간, 자는 시간을 쪼개며 살아야 한다. 스스로를 채찍질한 만큼 결과가 바로 드러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참 쉽지 않은 길이다. ‘또래 누군가는 성공했다더라’라던지, ‘음악을 접고 일을 했다면 돈이라도’ 등의 스트레스도 계속된다.

“한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때 겪은 일입니다. 음악적 문법에 꼭 지켜야 하는지 등에 대한 질문에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는 답을 듣고 머리를 띵 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동안은 팔기 위해 유행하는 머니 코드를 찾곤 했는데 본질을 잊고 있었던 것이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조 씨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간 팔아야 한다거나 잘해야 한다거나 등의 스스로를 옭아매던 것을 벗어던져야겠다는 결론이었다.

“그동안은 힘만 줘서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를 많이 고민했죠. 마음과 마음이 닿는 이야기를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려놓고 하고 싶은 것을 해보자고 다짐했고 다시 천천히 걷고 있습니다.”

◆정말 쉽지 않은 길
연주부터 작곡, 기획과 영업(?)까지 다양한 일을 하는 조 씨의 목표는 심플하다. 머리가 하얗게 돼서도 연주하고 싶다는 게 그의 꿈이다. 그러나 본인과 같은 길을 걷고자 하는 후배들에겐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는 조언을 한다.

“저는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제 막 발을 들인 이들이라면 ‘음악은 취미로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정말 쉽지 않은 길이기 때문입니다. 꼭 이 길을 걷겠다면 친구들이 영리했으면 좋겠습니다.”

조 씨가 만나는 영리함은 보통의 삶을 버리지 않는 것에 있다. 음악 하는 사람 이외의 다른 사람들의 삶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음악은 공감대 형성이 중요합니다. 들어주는 누군가가 있어야 하기에 그들의 삶을 이해해야 합니다. 또 시대의 흐름도 알아야 합니다. 흐름에 맞춰 변화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찾아주길 바라지 말고 먼저 손을 내밀 줄도 알아야 합니다. 능동적으로 내가 누군지를 알리는 일도 중요합니다.”

수많은 우여곡절 속에 여전히 청춘이지만 베테랑의 향기를 뿜어내는, 강처럼 자연스럽게 새처럼 자유롭게 노래하는 그들의 미래에 음악의 신이 깃들기를 기대해 본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이 기사는 대전시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