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일보-대전시 공동기획:2024 대전 청년을 말하다] 공정해야 할 교육을 위해…장능인 미담장학회 이사장
신분 상승의 사다리라 불리는 교육은 만인에게 공평해야 한다. 그러나 공평만 하다. 공정하지 않은 게 작금의 현실이다. 누구나가 똑같은 선상에서 출발하는 게 아니라 부모의 재력 등에 따라 지지대를 밟고 출발하는 이도 있다. 공평할 수 있겠지만 공정하다고 보긴 힘들다. 그래서 교육의 양극화는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문제였고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한 난제다. 교육만큼은 모두가 공정하게 해야 하지만 이상으로만 치부된다. 모두가 이상만을 생각할 때 장능인(35) 미담장학회 이사장은 직접 행동으로 보여준다. 공평한 교육이 아닌 공정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전교 1등 안 해 본 녀석이 단 1명도 없다는 KAIST. 이곳에서 장 이사장은 학사를 땄다.
전국의 천재만 모인다는 이곳에서 장 이사장은 조금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바로 사회적기업가로도 활동했다는 것이다. KAIST 학생이 사회적기업가로 활동한다는 게 조금 이해가 어렵지만 분명 계기가 있었단 게 그의 회고다.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는 게 공평이라 믿었던 그가 2학년이던 어느날 무함마드 유누스의 ‘가난 없는 세상을 위하여’라는 책을 읽으며 그의 인생은 사회적기업가의 길로 향했다. 책엔 1940년 6월 28일 방글라데시에서 태어난 무함마드 유누스가 그라민은행을 설립한 이야기가 담겼다. 대개 은행은 고객의 신용도라는 일종의 거래 이력을 보고 대출 여부와 한도를 정한다. 그러나 그라민은행은 조금 다른 걸 본다. 고객이 대출받고 일을 하며 충분히 대출금을 상환할 수 있는가. 즉 신용도가 아닌, 아무리 가난해도 고객이 성실함을 가졌는가를 보는 것이다. 물론 성실성을 수치화한게 신용도라고 했지만 이는 과거 은행과 거래가 가능했던 고객만 갖고 있는 것이다. 은행과의 거래가 아예 없는 이들에게 그라민은행은 조금 더 원초적인,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 아무리 가난해도 의지가 있는 고객에게 그라민은행이 대출을 시행했을 때 많은 이들이 걱정했지만 1993년 대출 회수율이 99%에 달했다고 한다.
“사회취약계층을 시장에 편입시킨 게 무함마드 유누스의 그라만은행이 이룬 업적입니다. 특히 아이가 있는 여성으로부터의 회수율은 100%였다고 해요. 이게 무슨 뜻이냐면 정말 상환 의지도 있고 능력도 있는 사회취약계층이 일반적인 은행에선 돈조차 빌릴 수 없었다는 것이에요. 무함마드 유누스의 그라민은행 사례를 보고 인생의 이정표가 새로이 만들어졌어요.”
◆혁신의 시작
사회취약계층의 시장으로의 편입이 중요하다고 깨달은 그는 자신의 직책에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고민했다. 그러다 나온 게 전국 수재만 다닌다는 KAIST 학생이었기에 과외를 받기 힘든 학생에게 무료로 과외를 해 보자는 것이었다. 과외는 학원과 달리 소규모로 운영되기에 학습의 집중력이 높다는 게 강점이다. 그래서 학원비보다 비쌌지만 교육열이 높은 학부모는 반드시 아이가 과외를 받도록 했다. 대개 과외비는 1명당 30만~40만 원 정도. 대개가 그렇다는 것이지 좋은 대학에 다니는 학생이라면 이보다 더 높은 가격에 형성됐다. 그리고 일대일 형식의 과외였다면 100만 원에 육박할 정도의 비용이 필요했다. 장 이사장은 과외비가 부담되는 학생을 모아 과외를 진행했다. 당시 장 이사장의 재능기부에 공감했던 지인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고 선한 마음으로 시작했던 과외는 하나의 사업처럼 운영됐다. 여기에 뜻있는 학생의 모임에 후원하는 한 학교도 나타나니 장 이사장의 과외는 멘토의 경우 돈을 벌 수 있고 학생은 저렴하게 공부할 수 있으며 학교 입장에선 학생의 성적이 오르는 이상적인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미담장학회의 시초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과외는 정말 학습 집중도가 높죠. 10명 내외의 반에서 공부하는 학원보다 낫죠. 그래서 교육열 있으신 분은 자식을 어떻게든 과외받게 하죠. 그런데 너무 비싸니 과외는커녕 학원도 못 다니는 학생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에게 재능기부 형식으로 학원에 다니지 못하는 친구를 모아 과외를 시작했어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조직적인 모습이 됐어요. 아무래도 좋은 일을 하는 젊은 학생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공평 아닌 공정한 교육 위해
학원에 다니고 싶어도 형편 때문에 다니지 못하는 학생을 위해 그가 직접 나서기 시작하고 시간이 흘러 그의 재능기부엔 50명의 학생과 교육인이 함께 하기 시작했다. 절대 적은 조직이 아니었기에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했고 미담장학회가 그렇게 탄생했다.
규모가 점차 커지다 보니 단순히 학생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걸 넘어 이공계 진로에 관한 상담, 다양한 체험, 미래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코딩 교육까지 도맡게 됐다. 미담장학회 차원에서 다양한 봉사활동도 전국적으로 진행했다. 이처럼 덩치가 커진 미담장학회의 수장인 장 이사장의 눈은 재능기부 그 너머로 향하기 시작했다.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에 교육 혁신이 필요하다는 목표다. 과거 제6차 교육과정, 7차 교육과정처럼 교육 제도는 항상 바뀌고 있는데 재력이 되는 부모를 둔 학생은 정부의 교육정책에 어려움 없이 따라갈 수 있다. 그러나 취약계층은 힘들다. 그들이 정규 교육과정에 연착해야 궁극적으론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제고된다는 게 그의 확신이다.
“디스럽티브 이노베이션이란 용어가 있어요. 혁신은 항상 취약계층에서부터 시작한다는 뜻이죠. 그래서 이들이 적극적으로 시장으로 유입돼야 해요. 이들에게 교육을 제공하는 걸 교육정책으로만 보지 말고 복지정책으로 봐야 하는 시대입니다. 교육은 공평하다지만 공정하진 않아요. 공정한 교육만이 우리 미래를 만들어갑니다.”
사업이라고 하면 나름 사업일 수 있는 그의 미담당학회는 더 이상 지역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전국적으로 800명이나 장 이사장의 뜻에 공감하며 함께 하고 있다. 그래서 장 이사장의 장기적인 목표인 교육 혁신은 헛된 꿈이 아니다. 현실로 마주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글·사진=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