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나눔] 기부·나눔도 계절 탄다
겨울철 나눔의 상징 사랑의 온도탑 등
거리 등장해 나눔 분위기 형성
연탄·헌혈 등 여름철에도 필요하지만
관심도 저조해져 나눔 손길 줄어
나눔과 기부가 계절을 타고 있다. 코끝이 시려올 무렵 나눔의 상징인 사랑의 온도탑을 비롯해 구세군 자선냄비 등이 거리에 등장하면 사람들은 차가운 계절을 홀로 견딜 이들을 위해 도움의 손길로 화답한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여름철 나눔과 기부 현장에서는 ‘보릿고개를 겪는다’고들 입을 모은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은 언제나, 어디서나 존재하지만 추운 겨울과 달리 여름에는 유달리 관심이 떨어지는 까닭이다. 여름철 나눔의 가치를 살펴본다.
◆ ‘여름 생존’을 위한 연탄
여름철 연탄 한 장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입추(立秋)가 지나도 가시지 않는 뜨거운 열기로 인해 연탄에 대한 필요성은 체감할 수 없겠지만 에너지 취약계층에게 연탄은 필요충분조건이나 다름없다. 에너지 취약계층은 전기, 가스, 연탄 등의 에너지 소비를 감당할 경제적 여건이 안되는 가구를 의미한다. 이들에게 연탄은 씻을 때도, 밥을 지을 때도, 집안의 습기를 제거할 때도 필요한 존재로, 계절에 구애받지 않는다. 생존과 직결되는 ‘생명의 불씨’라 불리는 이유다.
지난 1960년대 등장했던 연탄이 1990년대 도시가스 보급으로 자취를 감추는 듯해 일각에서는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가 많겠나 의문을 제기하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 적잖게 존재한다.
밥상공동체복지재단 연탄은행이 발표한 ‘2023년 전국 연탄사용가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연탄사용가구는 7만 4167가구다. 이 중 충청권은 대전 1420가구, 세종 98가구, 충남 3671가구, 충북 7618가구 등 1만 2807가구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연탄가구가 줄었지만 충북의 경우 2021년(5893가구) 대비 연탄사용가구가 29% 증가했다. 이들은 결과를 통해 유류비 가격 인상, 공공요금 인상, 연탄사용 저소득 고령층 증가, 국내외 경기침체, 가계소득 감소 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연탄사용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최근 기후위기 대응과 수요 감소 등을 이유로 연탄생산이 크게 줄어들고 있지만 연탄보일러를 사용하는 에너지 취약계층은 여전해 계절을 가리지 않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권흥주 대전봉사체험교실 회장은 “연탄을 말려서 사용해야 하기에 여름에 공급하는 것이다. 물론 여름철에도 습기로 인해 집이 눅눅해질 수 있어 가끔씩 써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겨울에만 필요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라며 “특히 최근에는 날이 더욱 더워지고 있다. 날씨의 영향도 충분히 작용하고 있다. 또 교육 현장에서도 봉사활동에 대한 분위기가 줄어든 것인지 학생 봉사자도 많이 줄었다.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 헌혈, 여름 보릿고개
여름철 헌혈을 해본 적이 있는가. 대부분 겨울철 참여해본 기억이 더 선명할 것이다.
대한적십자사 대전세종충남혈액원에 따르면 계절별 혈액보유량(2022년~)은 봄(3~5월) 평균 4.7일분, 여름(6~8월) 평균 6.5일분, 가을(9~11월) 평균 5.0일분, 겨울(12~2월) 평균 4.2일분이다. 여름 평균은 높은 것으로 보이지만 명절을 기점으로 혈액 재고 보유량은 5.0일분 미만으로 크게 떨어진다.
실제로 여름철 혈액 수급은 불안정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10·20대 헌혈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인데 여름방학이 되면 헌혈 버스로 학교에서 이뤄졌던 단체 헌혈을 못 하게 되고, 날이 더워지면서 개인의 헌혈의 집 방문도 줄어들면서 헌혈 참여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한적십자사 대전세종충남혈액원 관계자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신규 헌혈자 유입은 줄고 수혈을 필요로 하는 인구는 늘고 있다. 혈액은 인공적으로 제조해 사용할 수 없고, 살아있는 세포이기 때문에 꾸준한 헌혈 참여만이 지역 내 안정적인 혈액 확보로 이어진다”라며 “그럴 일이 없어야겠지만 내 가족, 친구가 긴급하게 혈액을 필요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 헌혈 참여로 내 건강도 확인하고, 보람과 긍지를 느껴보길 바란다”라고 독려했다.
◆ 배워야 하는 ‘나눔’
나눔과 기부, 봉사도 배워야 실천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사 후 이웃집에 전하던 시루떡도, 음식을 많이 만들어 사람들과 함께 먹던 정겨운 나눔도 모두 과거의 것이 돼 가면서다. 더군다나 교육 현장에서도 대학입시에 개인 봉사활동 시간을 반영하지 않으면서 관심도는 더 떨어지고 있다. 삶 속에서 자연스레 체득했던 나눔과 기부, 배려의 문화는 점점 무뎌지고 있다.
이 같은 씁쓸한 현실은 여름철 더 선명해진다. 여름에 울리는 구세군이 없어도, 여름철 나눔의 상징탑이 없어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개인의 관심에만 의존하기에는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많다는 걸 말이다.
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