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이 가득한 교사일지] 고기 굽고, 설거지하고, 맨발로 뛰는 선생님
김득범 대전서중학교 교사
교사일지 세 번째에 어떤 내용을 실을까 고민하다가 역시 필자의 경험을 풀어내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여름방학 기간에 진행한 2024학년도 대전서중학교 영재학급 리더십 캠프에 관한 에피소드를 풀어내고자 한다.
첫째 날은 법무부에서 운영하는 대전솔로몬로파크를 견학하며 모의재판을 진행하는 등 민주시민 교육을 진행하였다. 둘째 날은 ‘호연지기(浩然之氣)’의 의미를 고전 『맹자』의 원문을 통해 학습하고 서예 기초를 간단하게 익혔다. 이어서 필자와 학생들이 함께 호연지기를 활용한 현수막을 제작하였다. 필자가 한자로 호연지기(浩然之氣)를 크게 쓰고 학생들은 ‘대전서중학교 영재학급’ 10글자를 하나씩 맡아 쓰고 각자의 손도장으로 마무리하였다. 학생들에게 붓을 쥐는 법부터 또박또박 쓰기의 기초, 붓 세척하는 방법, 아크릴 물감을 손에 발라주기, 깨끗하게 손 씻고 오게 하기, 개수대 정리하기 등을 세세히 지도하였다.
방학 중에 학교에 나와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기특하기도 했고, 다음날 등산과 쓰레기 줍기가 예정되어 있으므로 둘째 날 수업 후 학생들과 삼겹살 파티를 하기로 했다. 학생들이 직접 교내 가사실에 비치된 접시, 수저 등을 설거지하고 세팅했다. 교장선생님께서는 불판을 지원해주셨고 직접 고기도 구우며 학생들과 함께해 주셨다. 필자 또한 학생들에게 고기를 구워주고 학생들은 나에게 쌈을 싸주며 즐거운 식사 시간을 가졌다. 식사를 마치고 학생들이 스스로 마무리하였다. 하지만 불판, 도마, 칼 등은 도저히 학생들에게 맡기기가 어려웠기에 학생들을 보내고 나서 필자가 직접 설거지하였다. (다른 건 몰라도 교장선생님께서 지원해주신 불판이 워낙 커서 상당히 공력을 들였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셋째 날은 계족산 황톳길을 거닐며 서중-플로깅(Plogging)을 진행했다.(*플로깅=조깅과 줍기의 합성어) 계족산 황톳길은 맨발걷기를 체험할 수 있기로 유명하다. 중학교 1학년생인 서중 영재들에게는 맨발로 황톳길의 느낌을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두려웠었나 보다.
학생: 맨발로 어떻게 걸어요~~?
교사: 나약하다! 당장 양말을 벗거라!
필자가 먼저 신발과 양말을 벗고 독려한 것이 도움이 되었는지 학생들이 하나둘 용기를 내어주었다. 맨발로 거닐며 플로깅 활동을 하는 학생들을 살피기 위해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 뛰어다녔던 기억이 난다. 중턱에 마련된 휴식 공간에서 학생들과 끝말잇기와 아이엠그라운드 놀이를 하면서 웃고 떠들며 필자가 오히려 동심을 회복했던 것 같다.
역지사지의 자세로 타인을 이해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며, 행동으로 실천하며,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을 리더라고 생각한다. 이에 호연지기를 중심으로 이번 리더십 캠프를 기획했고 학생들에게 최대한 유의미한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지글지글 고기를 직접 굽고, 빡빡 설거지도 하고, 황톳길을 뛰어다니면서 이렇게 3년 차 교사의 여름방학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