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안전 365] 고령보행자 위한 배리어프리 횡단환경
최병호 인간공학 국제기술사 PIARC 교통환경전문가
2022년 우리나라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 사망자 비중이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보행 사망자 수는 그 나라의 인권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로 여겨지고 있다. 보행 사망자 비율은 34.1%로 OECD 대비 1.9배 높고 30개국 중 29위이고 보행자 중 노인의 비율은 46%로 OECD 대비 1.7배 높고 30개국 중 30위이다.
정부는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보행약자 맞춤형 인프라 확충, 보행자 중심 도시공간 조성을 약속하고 있으나 고령보행자의 부고(訃告)는 계속 늘고 있는 형국이다. 보도 연석의 단차가 높거나 일정하지 않고 진출입로수가 많으며, 횡단보도가 길고 차량의 통과속도가 높고 차량 간 속도편차가 높으며, 삼각교통섬이 존재하고 횡단보도 간 간격이 넓고 차량신호기 이격거리가 길며, 운전자의 황색신호 위반율이 높으면 고령보행자의 대기시간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청년의 6배 이상 중력을 받는 육체의 고통에서 벗어나려 노인은 무단횡단을 감행하는 것이다.
고령보행자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보행횡단 환경은 고령보행자의 눈높이에서 점검하고 개선되어야 한다. 자동차의 우선멈춤률은 높은지, 물리적인 감속시설이 설치되어 있는지, 보행자가 작동하는 신호기가 설치되어 있는지, 횡단보도 좌우 시거가 확보되어 있고 운전자가 보행자의 동선을 인지할 수 있는지, 횡단 중 대피공간이 제공되고 보행자를 우선하는 가로이미지를 제공하는 배리어프리 설계가 되어 있는지 등등 고령보행자의 눈높이에서 보행횡단의 안전성과 편의성을 실이용자가 평가한 결과를 설계에 반영하여야 한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위한 교통공간은 차량속도를 낮추고 차도 폭을 좁게 보이게 만들고 횡단보도의 시정지거리를 확보하고 보행동선의 추적이 용이해야 한다. 고령보행자를 위한 교통공간의 설계철학은 고령보행자의 비율이 아니라 지팡이를 짚거나 보행기에 의지하거나 휠체어를 타는 등 심신능력이 제한된 노인의 ‘이동의 자유와 편의성’ 원칙을 구현하는 것이다. 고령보행자 활동량이 상당한 상업지역의 경우 노인을 위한 교통공간이 충분하지 않다면 보행자우선도로를 지정하여야 한다. 노인의 이동의 자유와 편의성을 우선한 교통공간은 보행속도에 운전자가 적응하고 신중한 운전 스타일을 유도할 수 있게 설계되어야 한다. 차도 폭과 차선 수가 많을수록 주행속도가 높아지기에 차도 폭을 좁히는 것은 운전자의 신중한 운전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 보행은 삶의 질, 건강 및 이동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교통설계의 전략적인 교통수단으로 접근하여야 한다. 보행자가 자주 다니는 길에 상인들은 수레와 포장마차를 치고 서 있던 곳이 시간이 지나면서 건물이 되고 마을이 형성되는 것이므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활동역사, 인식된 요구 사항을 기반으로 사회적 교통공간을 창출하는 데에 실이용자가 참여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도시모빌리티의 성패를 좌우한다.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된 인천 시니어 도로점검단은 고령보행자 관점에서 보행횡단 환경을 진단하고 횡단의 안전성과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실이용자가 직접 자신의 교통공간을 진단하고 설계하는 Bottom-Up 도로행정의 가능태를 보여주었다.(참고. 최병호, 2024) 시니어 도로점검단이 제안하는 개선개념도는 도로관리청이 고령보행자의 보행횡단사고 예방대책의 구현, 안전효과를 모니터링하고 구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자동차는 결코 도시의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없고 느린 보행자를 위해 설계된 교통공간은 뛰어난 삶의 질을 제공한다. 교통공간이 자동차 교통을 위한 차도와 주차 공간을 제공한다면 사람들은 걷기를 포기한다. 보행자우선도로의 확대에 대한 도로행정의 의지를 높이려면 삶의 질에 대한 주민의 목소리가 높아져야 하고 주민이 직접 환경개선에 나서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