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시의회, 정치적 대립각 심화
의회, 정원도시박람회 예산 삭감 “곳간 사정 어려운데 무슨 박림회?” 국힘, “다수 의석 차지 민주당 횡포” 민주, “의회무시 최 시장 태도 문제”
최민호 세종시장이 공약사업인 정원도시박람회와 빛축제 예산 통과를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였지만 시의회가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세종시의회는 지난 11일 제93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상임위에 이어 예결특위가 전액 삭감한 박람회와 축제 예산을 담은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3표, 반대 7표로 가결했다. 시의회는 당초 시가 제출한 추경안을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았으나 이현정 예결위원장이 본회의 기명 투표로 결정할 것을 제안하면서 이날 표결이 진행됐다. 예산 삭감을 당론으로 정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전원 찬성했다. 시의회는 민주당 13석·국민의힘 7석이고 최 시장은 국민의힘 소속이다. 최 시장은 관련 예산 심의가 난관에 부딪치자 단식농성에 나섰는데 민주당은 재정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데 반해 세입 여건은 악화되는 상황을 감안해 정원도시박람회와 빛축제 등 일회성·전시성 사업에 대한 과감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지난 6일부터 단식농성을 벌이던 최 시장은 시의회의 예산 전액 삭감 의결 전, 단식 중단을 선언하고 병원으로 이동했다. 최 시장은 병원으로 이동하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는 시정 업무를 봐야 하는 사람으로, 더 이상 제 몸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회복되는 대로 업무에 복귀할 것”이라고 했다. 병원에 입원해 예산 전액 삭감 소식을 접한 최 시장은 자료로 입장을 대신했다. 최 시장은 “이번 예산안 전액 삭감으로 조직과 국비를 승인해준 중앙정부, 업무협약을 맺은 국제기구로부터 잃은 신뢰를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정부안에 반영된 사업비 77억 원도 받을 수 없게 됐고 박람회를 준비한 화훼농가와 행사를 준비한 공무원의 좌절감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은 ‘세종의 지방자치가 무너졌다’며 민주당을 비난했다. 이들은 “타 시도는 하나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힘쓰는 국제행사, 정부와 전문가가 인정한 국제행사를 반대하는 이유가 납득되지 않는다”며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의 횡포로, 세종시의 미래는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임채성 의장은 예산 삭감 과정에 문제가 없었음을 강조하며 최 시장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최 시장이 단식농성을 통해 중앙정치권까지 끌어들이는 등 사안을 정쟁화한 게 문제라는 거다. 임 의장은 “(최 시장은) 소통과 협치를 강조했지만 본인(최 시장)의 행동은 오히려 지방의회의 역할을 무시하는 것이었다. 최 시장의 단식은 단순히 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박람회 예산 삭감을 명분으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확고히 하고자 하는 시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유상영 기자 you@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