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수능 한 달 앞둔 요즘
조동우 대전성모여고 교사
유난히 더운 여름이 지속된 한 해였다. 지금이 10월 중순으로 접어드는 시기인데 아직도 한 낮에는 25도 가까이 나오는 날이 계속되면서 학교에서 아이들이 이렇게 오랜 기간 에어컨을 틀고 지낸 적도 드물지 않았을까 싶다.
예전과 달리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적응 단계가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그래서인지 아침에 출근해서 조회할 때 코를 훌쩍이거나 간헐적인 기침을 하는 친구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구의 기후가 예전 같지 않다거나 근본적인 인간 생활의 변혁을 추구하는 등 여러 심각한 사회적 분석이 나오고 있고, 실제로 유의미한 이야기들도 많지만, 교사인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학교생활을 하는 것, 그리고 수능을 앞둔 수험생 친구들의 컨디션 관리일 것이다.
10월이 넘은 지금 시점에는 전국의 고3은 수시 원서 작성 및 2학기 정기고사도 모두 완료한 상태일 것이다. 학교마다 그 모습에 다소 차이가 있을 수는 있으나 집중적으로 수능 전 자기주도적 학습을 하거나 다양한 과목별 특강반을 마련하여 원하는 수업을 열심히 따라간다든지 하는 등의 모습으로 저마다의 꿈과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학생들의 마지막 스퍼트가 교실 속에 녹여지고 있을 것이다. 학업 전략 또는 학습 코칭과 같은 부분들이 수험생활 마무리 단계에서도 얼마나 중요한지는 두말할 나위가 없겠지만, 오늘은 멘탈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올해처럼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라는 지극히 평범한 말이 가슴에 깊이 와닿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나는 담임을 맡은 아이들과 다양한 상담을 한다. 학년 시작 전에는 탐색을 위해서, 1학기 중반에는 첫 성적과 관련된 학습 전략 수립과 동기 부여를 위해서, 여름 방학을 맞이할 즈음에는 학년을 시작할 때의 동기 부여가 여전히 존재하는지를 파악하고 혹 어려움을 느끼고 있을 때에는 어떤 고민과 걱정 거리에서 출발한 어려움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모든 반 친구들을, 그리고 한 명에게 여러 번의 상담을 실시한다.
상담을 하기 전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정말 다양한 고민과 걱정거리를 아이들은 내게 들려준다. 어떨 때는, 내가 예측했던 고민이 아이의 생각과 일치하여 아이가 꽤 놀라고, 그 자체가 아이에게는 큰 관심으로 여겨져서 학교생활에 집중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때도 있다. 또한 어떨 때는 당장 집중적인 잔소리를 통해서 아이의 학교생활을 다잡아 주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아이가 긍정적인 면을 하나라도 보여줄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순간 다가가서 그와 관련된 구체적 칭찬을 던지며 본래 하려던 조언을 하면 정말 부드럽게 대화가 풀리는 경험을 자주 한 후에는 이제는 기다릴 줄 아는 마음을 갖고 상담에 임한다.
한 번쯤은 기다려준다는 나만의 학생 멘탈 관리 철학을 수험생에게도 권해보고 싶다. 공부에 대한 고민, 특히 성적 슬럼프와 학습에 관련된 자신감 문제는 지금까지 꾸준하게 노력을 잘 해왔던 학생이라면 결국에는 일정 궤도에 오르는 순간이 있기 마련인데 그때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뿐이다. 이 점을 잘 생각해서 ‘지금까지 이렇게 해도 성적이 잘 오르지 않는데 나는 안 되는 것 아닐까’라든지, ‘갑자기 떨어진 것을 보면 과거에 좋았던 내 점수는 역시 내 것이 아니었나 보다’하는 부정적 자아 형성으로 이어지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수능 시험일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고 그동안 얼마든지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갈 수 있다. 남은 기간 무언가 이제껏 하지 않았던 거창한 일을 목표로 삼기보다는 하루 루틴을 수능 시험일에 맞추고 꾸준한 학습 정리를 반복 수행함으로써 평소의 학습 태도가 시험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면 좋을 것이다. 그동안의 노력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꼭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