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잠적하는 외국인 근로자, 제도적 보완 필요하다

2024-10-21     금강일보

해마다 비전문취업(E-9) 외국인 근로자 5명 중 1명꼴로 불법 체류자 신분이 되고 있다. 인구 절벽 위기 속에 정부는 내국인이 꺼리는 저임금 일자리를 채우고자 올해 들어 E-9 비자발급 규모를 최대로 늘렸지만 이들을 관리 통제 대상으로만 여긴 채 단속만 되풀이하면서 불법 체류자만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 산업의 필수 인력으로 자리 잡은 외국인 근로자와 관련한 제도적 손질이 시급하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근로자(E-9 기준) 31만 825명 중 불법 체류자는 5만 6328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불법 체류율은 18.1%에 이른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불법 체류율은 해마다 20% 수준 안팎이다. 2020년 19.9%, 2021년 23.4%, 2022년 20.6%였다.

E-9 불법 체류 신규 발생은 해마다 9000명 이상 나오고 있다. 비자 기간이 짧아 불법 체류가 늘어난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는 E-9 체류 기간을 3년에서 4년 10개월로 늘렸고, 앞으로는 재입국 없이 10년까지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여전히 9000명이 넘는 불법 체류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말 불법 체류자 42만 3675명 중 단속된 인원은 3만 9038명에 그쳤다. 단속률이 고작 9.2%에 불과하다. 외국인 근로자 관리와 관련한 패러다임을 바꾸는 등 제도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우리나라 산업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역할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제조업, 건설업, 농·축산업, 어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외국인 근로자는 중소기업과 지방 경제를 지탱하는 필수 인력으로 자리 잡았다. 저출생 고령화로 인한 국내 인력 부족 상황은 감안하면 외국인 근로자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외국인 근로자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이들이 장기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지원하는 정책이 시급하다. 가족 동반 허용, 지역사회 정착 지원 등 통합적인 정부 지원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불법 체류자 관련해서는 단순히 단속 위주로만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된다. 불법 체류자의 증가는 고용주와 국가에 부담을 안기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단속과 처벌의 방법으로는 이들을 더 깊이 잠수 타게 하는 등으로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 외국인 근로자가 합법적으로 일하며 정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외국인 근로자는 한국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들의 불법 체류를 막고 국내 정착을 유도하는 것을 골자로 한 종합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