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이 가득한 교사일지] 예술동아리 ‘뮤직데이’의 노래로 등굣길을 채우다
김득범 대전서중학교 교사
지난 10월 23일 ‘서중의 단풍이야기-단풍길 버스킹’이 진행되었다. 너드커넥션의 ‘좋은 밤, 좋은 꿈’과 자전거 탄 풍경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 등굣길에 울려 퍼졌다. 이날은 간식 나눔 행사도 함께 진행하였다. 등교하던 학생들은 하나둘 등굣길에 멈춰서서 친구들과 간식을 나눠 먹으며 뮤직데이의 음악을 감상하였고 웃고 떠들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출근하던 선생님, 동네 주민분들도 함께 학생들의 무대를 지켜보며 바람은 차가워졌지만 마음은 따뜻하게 시작하는 하루가 되었을 것이다. 1학기 4월 3일에는 ‘서중의 봄·봄-벚꽃길 버스킹’이라는 제목으로 역시 음악이 흐르는 등굣길을 만들어보았다.
이러한 따뜻한 등굣길 뒤에는 우여곡절이 많이 있었다. 고된 연습으로 지친 아이들이 마지막 합을 맞추고 음악실 문을 닫고 나왔다. 음악실 불을 끄자 여학생들은 ‘꺅~!’하고 소리를 질렀다. 늦은 밤까지 학교에 처음 있어 본 것이다. 거의 학교에서 살다시피 잦은 야근으로 단련된 나에게는 학교의 어둠은 이제는 너무도 익숙하지만, 학생들에게는 정말 무서웠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복도를 밝히기 위해 벽면을 더듬던 어떤 한 남학생이 방화셔터 버튼을 눌러버렸다. 하… 그날의 ‘꺅~!’하는 소리와 방화셔터 내려오는 소리는 아직도 날 어지럽게 한다.
밴드 장비를 옮기는 일 역시 장난이 아니었다. 학생들에게 최대한 맡기기도 했지만 무거운 앰프나 전선을 다룰 때는 도와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연을 위해 옮겨야 할 장비가 정말 많았다. 일렉기타, 통기타, 베이스기타, 피아노, 각각의 앰프, 드럼, 마이크, 스피커 등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간식 나눔 행사를 위해 초콜릿, 젤리 등을 대량으로 준비했는데 이를 전교생과 선생님들께 나눠드리기 위해 200묶음을 포장했다. 간식을 사주기만 하고 함께 포장해주지는 못했지만, 우리 뮤직데이 학생들은 아주 듬직하다. 200묶음을 깔끔하게 포장해두었고 이를 행사 당일에 하나하나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뮤직데이 담당 교사로서 해준 것은 학생들이 필요하다고 하는 장비, 악보, 간식을 동아리 예산을 활용하여 최대한 신속히 사주는 것뿐이었다. 교장선생님께서도 우리 뮤직데이의 열정과 중요성을 알아봐 주셨는지 동아리 예산만으로는 절대 살 수 없었던 무선 앰프 및 마이크를 흔쾌히 지원해주셨다. 음악이 흐르는 교육 활동을 학생 스스로 준비하며 학생 스스로 성장한다는 점, 밴드·콘텐츠제작·행사기획을 동시에 진행하며 학생의 끼를 펼치는 무대를 만든다는 점, 무엇보다 서중을 다니는 모든 학생과 선생님들에게 따스함을 전하여 사랑의 서중문화를 이끈다는 점에서 대전서중의 뮤직데이는 참으로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