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열의 힐링여행 2] 234. 로타섬

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2024-11-19     금강일보
▲ 송송빌리지. 멀리 웨딩케이크산이 보인다.

로타섬은 괌(Guam)에서 동북쪽으로 바나나처럼 약간 위로 구부러진 22개의 섬 중 괌과 가장 가까운 북마리아나 제도의 섬으로서 면적은 83㎢이고, 주민 약 3000명이 살고 있는 작은 섬이다. 괌에서 동북쪽으로 약 50㎞ 떨어진 로타섬은 북 마리아나 연방의 주도인 사이판(122㎢)에서 동서쪽으로 약 136km 떨어졌다. 북마리아나 제도는 1차 대전 때 독일의 패망으로 1920년 국제연맹이 일본에 위임통치하면서 남양청(南洋廳)을 설치하고 지배하면서 태평양 일대의 섬을 남양군도라고 했는데, 일본은 사이판에 육군사령부, 티니안에 해군사령부를 설치하고 조선, 중국, 필리핀 등지에서 강제 징용한 노무자들을 동원하여 밀림을 벌채했다. 일본은 티니안섬에 비행장을 건설하고, 또 대규모 사탕수수를 재배하여 한동안 사탕수수 생산 세계 제2위가 되기도 했다. 1941년 일본은 하와이 진주만 공습으로 태평양전쟁을 벌이더니, 1944년 미 해병대의 사이판 점령으로 패망하고 북마리아나 제도는 이후 40년간 UN의 신탁통치를 받았다. 1986년 11월 주민투표 결과 북마리아나 제도 연방이 탄생했다.(자세히는 2024. 9.25. 북마리아나 제도 개요 참조)

로타섬 조형물

로타섬의 부존자원이라고는 수심이 70m까지 유리알처럼 보일 정도로 투명한 천혜의 자연환경뿐인데, 로타섬을 방문한 미국의 학자들이 ‘로타섬은 바다밖에 없는 섬’으로 알았더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가 있는 여행지가 로타섬이라고 하여 ‘로타 블루(Rota Blue)’라는 단어가 정식 학명으로 등재했을 정도로 바다가 곱다. 로타섬에서는 천혜의 로타 블루를 이용하여 고급 숙박업소는 물론 골프장, 국제 낚시대회며 마라톤대회를 열고 있다.

송송빌리지 교회

로타섬은 괌에서는 물론 사이판에서 갈 수 있는데, 괌에서는 비행기가 1일 1회 왕복하고, 북 마리아나 영역인 사이판에서는 30인승 비행기가 1일 3회 운행하고 있다.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지만, 왕복 여객기 운임은 260달러이다. 한국에서 사이판까지 4시간 비행하는 왕복 항공요금 20만 원을 생각하면 얼마나 비싼 것을 알게 된다. 오붓하게 허니문을 즐기려고 하는 신혼부부, 복잡한 세상에서 벗어나 조용히 사색하려고 하는 직장인들, 그리고 조용히 산책하며 해수욕을 즐기는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이 찾는 섬이다. 로타섬은 워낙 작은 섬이어서 대중교통이 없어서 렌터카를 이용해야 한다. 괌이나 사이판 등지와 마찬가지로 한국인은 국제운전면허증을 소지하지 않았어도 한국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렌탈이 가능하다.

2차대전 당시 일본해군 대포

주민은 공항 주변 마을과 송송 빌리지에 많이 거주하고 있는데, 특히 로타섬의 서남쪽 끄트머리에 돌출된 ‘송송 빌리지(Song Village)’는 로타의 번화가로서 은행·학교·소방서·레스토랑·슈퍼 등이 있다. 송송이란 차모로족 언어로 ‘마을’이란 뜻으로서 스페인 식민시대에도 송송으로 불렸다고 한다. 송송 빌리지가 특별한 것은 이곳에서 왼쪽은 태평양이고, 오른쪽으로 필리핀해라는 점이다. 마을 뒷산에 올라가면 잘 정비된 송송 마을은 물론 멀리 서남쪽 끄트머리에 보이는 타이핑고트 산(Mt. Tipingot: 143m)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전망대까지는 자동차로 올라갈 수 있으며, 특히 타이핑고트 산은 그 모양이 마치 결혼식장을 장식하는 2단 케이크와 비슷하다고 하여 ‘웨딩케이크산’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물론 타이핑고트 산에서도 로타섬 전경을 조망할 수 있다. 송송 빌리의 성 프란치스코 데 보르자 교회(San Francisco do Borja Church)는 독일 식민시대에 지은 교회이지만, 지금의 건물은 2차 대전 후인 1940년대에 다시 지은 것이다.

퉁가동굴 가는길.

또 원주민인 차모로족의 유적인 라테 스톤 채석장도 관광객이 많이 찾는데, 중장비도 없던 시대에 거대한 석재들을 채석하여 다듬고 멀리 로타섬은 물론 멀리 티니안까지 수송했다고 한다. 그러나 채석장 현장에 조성한 테마공원은 오히려 부자연스럽고 엉성하다. 송송 빌리지 북쪽의 천연동굴인 통가 동굴(Tonga Cave)은 남태평양 통가 섬에서 건너온 통가족이 살던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태평양전쟁 중에는 일본군이 야전병원으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동굴에는 종유석이 흘러내릴 듯 늘어지고, 동굴 바깥은 밀림처럼 우거져서 지금도 태풍이 불어오면 주민들이 피난처로 사용한다고 했다.

파나탕공원

또 송송 빌리지 옆에 있는 피나탕 공원(Pina tang Park)은 로타섬 최고의 포토존이다. 파나탕 공원은 애초 일본인이 괌과 사이판, 티니안 등 북마리아나 제도에 관광 붐을 이룰 때 관광객을 위하여 만든 물놀이장으로 개발했던 공원이지만, 로타행 항공노선이 중단되면서 발길도 끊어져서 관리하는 사람이 없는 자유공원이 되었다. 로터 섬의 서쪽에는 2차 대전 중에 일본이 해군기지를 세우고 당시 사용했던 대포가 전시되어 있는데, 이곳은 1984년 북 마리아나 연방의 국가 사적으로 등록되었다.

퉁가동굴 입구.

로타섬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는 섬 남쪽으로 자동차로 10분쯤 비포장길을 달리면, 바닷물이 산호초에 막혀서 자연적으로 형성된 수영장이다. 바다가 바위로 둘러싸인 하트 모양인 천연수영장은 수심도 얕고 물결도 잔잔해서 여행객에게 인기 코스다. 특히 수영장 바닥 한가운데에서 맑은 담수가 솟아나서 더 인기이지만, 밀물 때는 수영장의 경계를 짓던 바위가 물에 잠기게 돼 매우 위험해서 수영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로타섬 중에서 가장 넓고 물이 깨끗한 해변은 로타섬의 동쪽 해안인 테테토 비치(Teteto Beach)와 동북쪽에 있는 트웩스버리 비치(Tweksberry beach)다. 테테토 비치는 맑은 하늘과 짙푸른 바다가 만나는 수평선과 형형색색으로 빛깔로 변하는 바다가 무척 아름답고, 시야가 넓게 트여서 노약자를 동반한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트웩스버리 비치도 고운 모래와 깨끗한 바닷물로 해수욕은 물론 얕은 물 속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열대어를 감상하는 데 좋다. <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천연 수영장
타가스톤 채석장 테마공원
테테도 비치
테테도 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