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와 찍은 사진이 결정타

김 총리 후보자 사퇴 배경

2010-08-30     서이석 기자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29일 자진사퇴한데는 박연차 전 태광그룹 회장과의 인연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는 24일 청문회에서는 2007년 이전에는 일면식이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다음날에는 민주당 박영선 의원의 집요한 추궁에 "2006년 가을에 골프를 친 적이 있다"고 말을 바꿨다. 정치자금 대출과 복잡한 채무관계 등에 대해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면서 부정적 여론이 점증되는 상황에서 이런 말바꾸기는 치명적인 악재였다. 여기에 청문회 이후인 지난 27일 공개된 2006년 2월 박연차 전 회장과 나란히 찍은 출판기념회 사진은 결정타였다. `양파 총리`라면서 사퇴를 요구했던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사퇴 불가피론이 확산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측은 일단 "결정적 하자는 없다"며 사퇴 불가론을 고수했고, 김 후보자도 여론 추이를 지켜보겠다면서 거취 표명을 유보했었다.그러나 여당 내에서도 사퇴론이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오는 30~31일 충남 천안에서 열리는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에서 그의 거취를 둘러싸고 당내 충돌까지 예상되면서 김 후보자측은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말이 되면서 여권 핵심부에서는 김 후보자가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만큼 자진사퇴 이외의 대안이 없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여기에 김 후보자를 안고 갈 경우엔 이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운영 자체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지적까지 나오면서 김 후보자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김 후보자의 향후 입지와 관련해서도 이런 선택이 불가피했다는 지적도 있다. 김 후보자가 "앞으로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백의종군의 자세로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라고 말한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김 후보자측은 향후 계획에 대해 "정해진 것은 없다"고 했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그가 `명예회복`을 내걸고 차기 총선 행보에 들어갈 것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