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일보-대전시 공동기획:2024 대전 청년을 말하다] 삶의 원동력은 ‘사람’…김현진 씨
유명 제과기업 제품 표면에 쓰일 정도로 한국인에 뿌리 깊게 새겨진 정서 ‘정(情)’. 삼중고 시대에 나 하나 건사하기 힘들어서, 하루가 다르게 사회의 암을 쏟아내는 뉴스에 무서워서, 이제는 보기 힘든 글자가 됐다. 특히 사회를 우울로 이끈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비대면과 개인주의는 어느덧 당연한 순리가 됐다. 정이란 게 존재했는지조차 희미해진 현실에서 아직 꺼지지 않은 촛불을 밝히는 한 청년이 있다. 바로 플로럴파티를 운영하는 김현진(28) 씨다. 그는 사람에게 받은 힘을 또다시 사람에게 나누며 베푸는 삶을 소망하는 이 시대의 정다움을 몸소 실천하고자 한다.
◆과거의 꿈
대전에서 나고 자란 김 씨는 어려서부터 선생님이 꿈이었다. 친구들이 모르는 정보를 성심성의껏 가르치는 게 뿌듯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은 꿈은 그를 자연스럽게 교육계로 이끌었다. 그가 프리랜서 강사로 사회에 첫발을 들인 건 2018년. 3D펜, 3D프린터, 코딩, VR·AR 등 4차 산업에 대한 강의를 하고 다니던 그는 학창시절 줄곧 소망한 꿈을 실현해냈다는 사실에 보람차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나 프리랜서 특성상 안정적인 생계유지에 어려움이 있는 터. 어느 날 우연히 아는 지인을 통해 접한 온라인 쇼핑몰 사업은 그에게 또 다른 삶의 빛이 됐고 그는 두 가지 일을 병행하며 누구보다 바쁜 일상을 보냈다.
“2018~2019년부터 온라인 쇼핑몰 운영을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정품 향수 등을 판매했는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제품 수요와 공급이 불안정해졌어요. 사람들이 안 돌아다니니까 제품 생산도 같이 줄었는데 물건이 없으면 팔 수가 없다 보니 나만의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때 딱 느꼈어요. 내 제품을 만들어서 팔면 재고가 부족할 일이 없으니까요. 그렇게 시작한 게 지금 이 플로럴파티로 이어졌고 그때의 경험은 지금의 밑바탕이 됐습니다.”
◆현재의 꿈
그렇게 나만의 것을 찾은 김 씨는 2022년 11월 대전 중구 산성동 한 상가건물 3층에 작은 공방을 열었다. 13평, 그리 넓지 않은 크기였음에도 그의 가슴은 온갖 설렘으로 가득했다. 공방 아이템은 ‘꽃풍선’이었다. 아크릴풍선에 실크로 만든 조화를 넣어 꾸민 21세기 꽃다발이랄까. 아직 코로나가 채 가지 않은 시기라 홍보가 필요했던 그는 동네 친구를 모아 인터넷, SNS, 중고거래 플랫폼 등에 열심히 게시글을 올렸다. 아늑했던 공방은 수강생으로 하나둘씩 채워지기 시작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북적였다.
“입소문을 타고 퍼지기 시작하면서 확장의 필요성을 느꼈어요. 2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지금 플로럴파티가 있는 대전 중구 목동으로 지난 3월 이사했죠. 이제는 기관 축제나 학교, 병원 등 다양한 곳에서 꽃풍선 만들기 체험, DIY 키트 주문제작 등이 많이 들어와서 바쁠 땐 밤늦게까지 공방에 머물 때가 많아요.”
이제 또 연말이라 송년회, 졸업식 등 행사가 쏟아질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전혀 지친 기색이 없었다. 적게는 1명에서 많으면 100명에 육박하는 수강생을 끊임없이 가르치는 일은 누군가에겐 고되도 그에겐 아니었다. 그의 에너지 원천이 사람인 덕이다.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을 좋아했다 보니 일이 재밌어요. 특히 손재주가 없어 흔히 ‘나는 똥손이야’ 하는,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들을 도와 꽃풍선을 완성하고 나면 그만큼 뿌듯할 때가 없답니다. 완성품을 보고 보람차하는 수강생의 얼굴을 보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삶의 원동력이 돼주는 고마운 존재죠.”
◆미래의 꿈
새로운 터전에서 자리 잡은 그는 자신을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만들어 준 건 결국 사람이라며 재능을 아낌없이 베푸는 삶을 살고 싶다고 소망한다.
“사람에게 에너지를 얻으며 살아왔고 또 누군가와 함께 할 때 시너지가 폭발하는 경험을 많이 해서 그런지 앞으로도 누군가를 도우며 더불어 살아가고 싶어요. 연말에 좋은 행사가 있으면 풍선장식으로 포토존을 꾸며 기부하거나 교육·재능 기부를 하는 등 조금씩 할 수 있는 선에서 베풀어갈 계획입니다.”
아울러 그는 고향인 대전이 ‘노잼도시’라는 누명에서 벗어나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재밌는 도시가 되는데 보탬이 되길 목표하고 있다.
“나고 자라길 대전을 벗어난 적이 없어요. 부모님도, 외할머니도 대전에 계시다 보니 지역에 대한 애착이 강한데 인터넷에서 대전이 ‘노잼도시’라고 불리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하는 일이 공방인 만큼 지역 공예가, 예술가들과 협업해 대전의 특색을 살린 클래스를 만들고 싶습니다. ‘대전에 가면 이런 것도 할 수 있더라~’라는 말을 플로럴파티가 이끌어 낼 수 있게끔 성장하는 게 지금의 소망이기도 해요.”
글·사진=김세영 기자 ksy@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