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복된 역사, 시험대에 선 민주주의

2024-12-05     이준섭 기자
▲ 이준섭 취재1팀장

비상계엄과 탄핵, 그리고 개헌. 이 세 단어가 우리 앞에 던져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1979년 이후 45년 만의 일이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일까? 계엄령 이후 내려진 포고령에는 정치활동 제한, 집회 금지, 언론 검열 등의 내용이 담겼다. 모두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정지시키는 조치다. 특히 계엄군의 국회 진입 시도는 삼권분립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였다.

1948년 제헌헌법으로 시작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수많은 시련을 겪었다. 1960년 4·19혁명은 부정선거에 맞선 최초의 시민 혁명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5·16 군사쿠데타로 민주주의는 후퇴했고 1972년 유신체제는 그 정점이었다. 특히 이 대목에서 주목할 것은 계엄령의 악용이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령은 시민들의 저항을 진압하는 도구였다. 그러나 시민들은 굴하지 않았고 1987년 6월 항쟁으로 마침내 직선제를 쟁취했다. 이런 역사적 맥락에서 볼 때 윤 대통령의 이번 계엄령 선포는 민주주의의 심각한 후퇴다. ‘국가 안보와 공공의 안녕 질서’를 내세웠지만 이는 과거 독재 정권의 레토릭과 다르지 않다.

윤 대통령의 계엄령은 정권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극단적 선택이었다. 지지율 하락과 정책 실패, 여당 내부의 분열까지. 이 모든 것이 계엄령이라는 강수를 두게 만든 배경이라고 본다. 특히 여당 내부에서조차 위헌적 조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는 점은 그런 생각에 힘을 얻게 한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제출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탄핵 카드가 드디어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 여당 내부의 동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는 정부 내부의 균열을 보여준다. 전국 각지에서 다시 촛불이 타오르며 민중의 반발도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한켠에서는 개헌론도 부상했지만 이는 또 다른 혼란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직 경계 대상이다.

국민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45년 전과 달리 우리는 더 강해졌고 더 똑똑해졌다. 과거 독재 시대의 계엄령이 그랬듯 이번 사태도 민주주의를 시험하는 도전이다. 우리의 선택은 다시 한번 역사가 될 것이다. 이제 공은 국민에게 있다. 1960년 4월의 대학생들, 1980년 5월의 광주 시민들, 1987년 6월의 시민들처럼 우리도 이 시대의 답을 찾아야 한다. 민주주의의 미래는 언제나 우리가 선택한 길에 달려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심판은 불가피하다.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단순한 정치적 선택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유린한 중대 범죄다. 역사적으로 볼 때 독재 정권의 폭압은 결국 스스로를 파멸로 이끌었다. 윤 대통령이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는 한, 그 결과 또한 역사적 심판대에 오를 것이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저항은 이미 시작됐고 결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역사적 심판은 단순히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과정이다.

과거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1980년대의 시민들이 그랬듯, 오늘 우리는 다시 한번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야 한다.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그 자체로 역사적 심판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국민이 직접 나서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할 때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