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일보-대전시 공동기획:2024 대전 청년을 말하다] 세상을 따뜻하게… 사회복지학과 학생 이승희 씨의 꿈

2024-12-09     이재영 기자

요즘은 내 한 몸 가누기도, 내 밥그릇 챙기기도 너무나 벅찬 시대다. 당장 옆집 이웃에게 짧은 인사 한마디 건네는 것조차 어색해졌다. 하물며 남을 신경쓰고 돌보는 행위의 가치와 의미는 어느샌가 퇴색됐다. 우리 사회나 세상이 각박해졌다고 떠들어대는 것이 괜한 일이 아니게 됐다. 그러나 사회복지학과에 재학중인 이승희(22·여) 씨에게는 다른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시작은 미약하나
이 씨가 사회복지학과와 봉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우연이다. 그는 과거 어머니의 권유로 시청에서 행사 보조 봉사를 했단다. 그러나 이 씨에게는 그 당시의 경험이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중학교에서는 봉사 동아리에 가입하기도 했다. 이후 고등학교 입학 후에는 충주에 있는 숭덕재할원에서 1년간 봉사 활동을 진행했다.

우연이 계속되면 운명이란 말이 있듯이 봉사활동을 이어나간 이 씨는 봉사자 역할에 한계를 느끼면서 자연스레 사회복지사라는 꿈을 꾸기에 이르렀단다. 첫 봉사활동에 재미를 느낀 그가 이윽고 사회복지학과로 진학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흐름에 가까웠다. 다만 우연찮은 계기로 봉사를 하게 된 이들이라면 공감할지도 모르겠지만 남에게 대가 없는 도움과 사랑을 준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러나 이 씨는 그 과정에서 고되다는 감정보다 뿌듯함을 떠올렸단다.

“올해 4월부터 약 8개월 동안 멘토링 활동을 했는데 멘티로부터 ‘멘토를 정말 잘 만난 것 같다. 덕분에 해보고 싶었던 것들도 해보고 이것저것 새로운 제안을 많이 해주셔서 진짜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는 말을 들었어요. 제가 멘토링 활동에서 이루고자 했던 편안한 친구 같지만 때로는 기댈 수 있는 어른 같은 멘토의 역할과 모습으로서 멘티 아이를 만날 수 있었기에 의미가 깊었죠.”

노력한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는 말처럼 이 씨는 3학년 때 프로그램 개발과 평가라는 과목을 통해 ‘미술과 구술이 술술~’이라는 미술 활동과 접목한 인터뷰 형식의 자서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기관과 컨택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지역사회혁신교과목 성과발표회에서 우수상까지 수상했다. 여기에 2학기에는 회장으로 몸담고 있는 분과동아리에서 여가생활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단순한 봉사에만 그치지 않고 사회복지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단다.

◆나를 알기란
인생의 많은 부분을 봉사에 쏟아 붓고 있는 이 씨지만 그런 그에게도 모르는 것은 많다. 아무래도 청년들의 최대 관심사인 진로와 취업이다. 1~2학년에는 학교를 다니며 경험 자체에 의의를 뒀다면 4학년 진학을 앞둔 현 시점에서는 취업이라는 미지의 세계가 조금씩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열심히 해 온 것들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과 비교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자꾸 눈에 띄는 것 같아서 고민입니다.”

특히 졸업을 앞둔 시점인지라 나에 대한 고민도 많아진단다. 수년 전만 해도 교복을 입은 친구들과 하루의 절반을 보냈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는 혼자만의 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 이 씨는 우리보다는 ‘나’라는 개념에 조금 더 집중하고 신경 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요즘에는 혼자여도 괜찮은, 단단한 사람, 고독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쉽게 말하면 인간적 성장을 하고 싶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경험도 많이 해보려고 하고 취미활동도 늘리려고 해서 요즘은 수영을 열심히 하고 있고요, 독서도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일단 해봐라’
자신과 비슷한 길을 가려고 하는 이들에게 ‘일단 해봐라’라고 외치는 이 씨에게도 취업과 목표를 이루는 과정 속에서 걱정이 많은 건 어쩔 수 없는 듯하다. 그래도 그가 꿈꾸는 미래는 확실하다.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이 그 누구보다, 그 무엇보다 확실해서다.

“사실 아직도 졸업 후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고민이 많은데, 사회복지사의 길을 걸어갈 것이고, 그 시작을 복지관에서 하고 싶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어느 곳에서 어떤 역할로 일하고 있든,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사랑을 나눌 줄 아는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어요.”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도 같다는 한 영화의 대사는 우리에게 인생은 한 치 앞도 모른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 씨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소심하기만 했던 그가 망설임과 후회를 내던지고 봉사에 관심을 가지니 이제는 어엿한 사회복지사를 꿈꾸고 도전적인 사람이 됐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재영 기자 now@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