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일보-대전시 공동기획:2024 대전 청년을 말하다] 뻔한 조언 대신 현실적인 대책을… 최정현 청춘포털센터장

2024-12-15     이재영 기자

이제 막 사회에 뛰든 청년들은 모르는 것 투성이다. 초·중·고등학교부터 아르바이트, 대학생활, 군대 등이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하지만 실전은 맵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보면 ‘열심히 하면 돼’, ‘잘 할 수 있어’와 같은 어른들의 조언이 어느 순간부터 뻔하고 의미없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다행히 최정현(39) 씨는 청년들에게 뻔한 조언보다는 실질적인 해답과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청춘을 키우기까지

최 씨는 현재 대전 서구 도마동에서 청년센터 ‘청춘포털’을 운영하고 있다. 창업포럼, 지역청년네트워킹 행사, 강사 형성 과정 프로그램 등 대전 청년들의 자립과 다양한 삶을 위해 힘쓰고 있지만 그도 처음부터 이곳에 흘러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최 씨는 천안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성인이 되고나서 대전에서 정치외교를 전공했다. 이후 많은 대외활동과 서울에서의 동아리 활동 등의 경험은 그가 대전이라는 도시의 부족한 인프라를 느끼는 동시에 불편함을 개선해야겠다고 느끼게 된 거름이 됐다. 서울에만 몰려 있는 인프라와 그에 따라 수도권에 몰리는 청년과 관련된 지원·활동 등에서 발생하는 수도권과 대전권의 격차를 좁혀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얘기다.

“대학교 졸업 이후부터 창업지원근무를 해왔는데 그 때의 경험을 기반으로 청춘포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에게는 돈 버는 것도 중요하니 강사 형성 사업 과정을 참여하면 프리랜서 강사에 취업할 수 있도록 하거나 창업멘토링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죠.”

◆불평 대신 타개책을

최 씨가 청춘포털을 통해 지원하는 프로그램만 해도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정도다. 창업 하이패스, 보컬 스타일링, 배드민턴 수업부터 무대공간, 스터디공간, 세미나실 대여까지 말그대로 복홥문화센터의 총집합이다. 찾아왔던 방문자만 2년이 채 안돼 9000명에 달한단다.

그러나 최 씨가 청춘포털을 현재 자리까지 끌어올리기까지에는 슬픈 사연이 숨겨져 있다. 시설이 도마동 재개발 구역 중간에 위치한 것은 물론 교통편 상황도 녹록지 않다. 그래서 그는 타 청년센터에 비해 운영하는 프로그램 수를 배로 늘렸다. 쉽게 내뱉을 수 있는 불평보다는 사람을 끌어모을 수 있는 자신만의 타개책을 찾으려고 많은 고심을 했다.

그렇게 매달 행사를 하고 시설을 실속있게 운영하다 보니 자연스레 단골 손님(?)도 따라 온단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이들 덕분에 최 씨가 목표로 삼은 청년 네트워킹 형성은 덤처럼 이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전 내지는 충청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양반’과 ‘느림’인 것처럼 보통 충청도 사람들로부터 그럴싸한 호응을 이끌어 내기 어렵다지만 최 씨는 청춘포털에서 제법 많은 리액션을 받고 있단다.

“오후 7시와 주말에 프로그램이 몰려 있으니 주로 직장인 분들이 많이 오시는데 참가자들이랑 센터장이라는 딱딱한 관계보다는 먹는 것도 가져다 주시고 서로 인생 고민도 하는 등 끈끈함을 느끼고 있죠.”

특히 최 씨는 단순한 청년 지원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았다. 요즘 청년들의 고민이라면 취업과 생계 문제도 있겠지만 사실 눈 앞에 놓인, 가장 가까운 이성 문제가 가장 클지도 모른다. 최 씨가 만든 커플매칭 프로그램도 이러한 발상에서 시작됐다. 다만 그가 만든 커플매칭 지원은 단순한 연애프로그램에 그치기보다는 저출산과 우울증 등의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지방에서의 인적네트워크를 형성하고자 하는 취지에서란다.

“청년들이 필요한 것 위주로 고려하다 보니 커플 매칭과 돌싱 프로그램도 했었죠. 사회에서 저출산이다 우울증이다 하지만 지방은 사람을 만날 기회가 없다 보니 청년센터 중 최초로 이런 프로그램들을 진행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프리함’을

지금이야 청춘포털에서 대전 청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몰두하고 있는 최 씨지만 그의 최종 목표는 우리나라의 경직된 문화를 바꿔보는 것이다. 과거 여러 기관에서 근무할 때 경험으로 미뤄봤을 때 외국의 직장인과 한국의 직장인은 많이 달랐다고 한다. 외국인에게서 느껴지는 관용성과 관대함, 흔히들 말하는 ‘프리함’을 한국인들에게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한국의 조직문화라는 키워드가 아직까지는 경직, 보수, 다급함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최 씨는 결국 이러한 점들을 해결하면 비단 대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좋은 문화가 뿌리내릴 것이라는 생각을 꿈꾸고 있지 않을까.

“나중에는 외국에서도 살아보고 싶습니다. 예전에 기관에서 외국인과 일 했을 때 느꼈던 것이지만 한국은 효율이 중요하고, 근무시간은 길어야 하고, 보수적이어야 하는 그런 문화 자체를 바꾸고 싶어요. 추후 대전에서는 외국과 우리와의 밸런스를 맞춘 생태계를 구축하고 싶습니다.”

이재영 기자 now@ggilbo.com